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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밤 끝으로의 여행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94232391
· 쪽수 : 740쪽
· 출판일 : 2026-05-27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91194232391
· 쪽수 : 740쪽
· 출판일 : 2026-05-27
책 소개
"이 세상에 있으면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안 그런가, 거기서 나가는 것 아닌가? 미쳐서든 아니든, 무서워서든 아니든."(99쪽)
루이페르디낭 셀린은 마르셀 프루스트와 함께 20세기 전반기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작가 셀린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첫 소설 『밤 끝으로의 여행』 한국어판을 프랑스 문학 연구자이자 번역가인 김예령의 번역과 해설로 새롭게 읽는다.
1932년 출간되자마자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르노도상을 수상했던 『밤 끝으로의 여행』은 그동안 약 37개국 언어로 번역되면서 세계문학 목록에 오르게 된 고전이자 셀린의 대표작으로, 작가 셀린의 작품 세계 전반에 걸쳐 펼쳐지게 되는 모티프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에 바탕을 둔 소설에는 젊은 시절 세계 대전에 참전했고 보건 진료소에서 의사로 일했던 루이페르디낭 데투슈(셀린의 본명)의 삶이 여러 모습으로 변주되어 편재해 있으면서, '밤'으로 표상되는 작가의 절망적인 세계관이 그만큼 직설적으로 설파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 한편 이 모습들은 작가적 관점에서 섬망과 착란을 통과하며 적극적으로 왜곡되면서 현실의 빈틈으로 접혀 간다. 작가가 작품을 스스로 소개한 표현대로 "세상과 인간, 밤과 사랑을 통과하는 700페이지짜리 여행"은 추격되고 파멸하는 사랑의 얼개 속에 고통, 비참, 범죄, 패배 등의 다면을 착란 속 "들뜬 헛소리"로 드러내며 밤의 끝을 향해 간다.
이번 한국어판의 번역은 날것의 적나라한 표면, 하층민의 속어 투로 대변되는 구어체의 역동성과 청각적 수행성, 구전되는 노랫가락과 같은 음악적 활력 등을 세심히 줄타기하며 흘러간다. 유려하고 균형적인 아름다움을 벗어나 바깥에서 낯선 리듬으로 웅성대는 말들은 밖으로 뻗대며 울퉁불퉁하게 전개되는 듯하지만, 그러면서도 정교하게 뒤틀려 직조된 상태다. 이러한 생경한 음악적 문체가 강력한 이야기에 붙들려 "문학적이고 정동적인 교향곡"이자 "오페라"를 작곡해 간다.
『밤 끝으로의 여행』 한국어판에는 셀린이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을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력하는 자료와 해설이 실려 있다. 본문에 앞서 책의 문을 여는 김예령의 글 「작가와 작품에 대하여」는 작가 셀린을 미학적, 역사적 측면에서 고루 조명하면서 셀린의 초기, 중기, 만년에 걸친 다섯 작품까지 세밀히 소개한다. 책 말미에 첫 번째 자료로 실린 편지는 셀린이 『밤 끝으로의 여행』을 출판사에 송고하며 보낸 젊은 시절의 것으로, 자신의 데뷔작을 "소설로 꾸며 낸 한 편의 이야기"라고 소개하면서 지루함이 특징인 여느 소설과 제 작품을 패기 있게 구분한다. 두 번째 자료는 전쟁 후에 『밤 끝으로의 여행』 재출간을 염두에 두고 썼던 서문으로, 완숙기에 접어든 작가의 문체가 "난리법석의 춤"과 같이 펼쳐진다. '구덩이 앞의 이 말'이라는 제목을 단 김예령의 장대한 「해설」은 『밤 끝으로의 여행』을 둘러싼 그간의 분석적이고 비평적인 관점들을 두루 경유하며 이 기나긴 항해를 "구덩이 직전에 다다라 마지막 한 발을 내딛지 않"은 "실패한 자살"로, 그렇게 우글거림으로 남겨진 말로 읽어 간다. 뒤이은 상세한 「작품 목록」과 「작가 연보」는 이 책이 셀린의 작품집이자 충실한 자료집이 되도록 돕는다.
섬망과 착란의 오디세이
"그건 그렇게 시작됐다."(29쪽)
'여행'을 시작하는 기념비적인 첫 문장의 뒤를 이어 펼쳐지는 무대는 1차 대전 속 유럽의 전장, 아프리카 열대지방 오지 속 식민지, 미국, 그리고 전후의 불황과 침체 속 파리 근교 및 지방 도시의 모습을 피카레스크 형식으로 그려 간다. 화자인 바르다뮈의 긴 여정 가운데 그의 친구 로뱅송이 비극으로 함께하는 이 항해를 두고 "떠돌이가 제 여정에서 보고 건진 깨달음의 전말을 읊은 현대판 오디세이"(김예령)라 말해 본다면, 이 오디세이는 착란의 헛소리 위에서 표류한다. 『밤 끝으로의 여행』 출간 이듬해에 이뤄진 인터뷰에서 셀린은 "문학에 단 하나의 구실이 있다면, 우리의 착란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김예령은 이 착란이, 의사 데투슈이기도 했던 작가 셀린에게 있어 "인간의 고질적이며 대표적인 병증이고 숙명"이면서 "'창의력'의 동의어로서 문학의 이유와 목적, 방법론의 자격을 두루 구성하는 소중한 개념"이 된다고 읽는다. '민중'의 주체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문명이라는 병에 시달리는 노예근성의 군중상"이 펼쳐 가는 "열에 들뜬 긴 밤의 이야기", 그건 그렇게 시작됐다.
그러니 "표면과 이면이 뒤집히며 (…) 드러나는 창자들의 세상"만이 이 소설의 전부가 아니다. 거대한 비극을 파고드는 비틀린 어법, 웃음, 시정(詩情) 등 여러 작은 요소들이 흩뿌려지고 발산되며 『밤 끝으로의 여행』의 문양을 이루어 간다. 이 말들은 특정한 논리나 정당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정형을 벗어나고 흐려 간다. 그러한 움직임의 상태를 저들의 여행으로 삼아.
프랑스에서는 2021년 셀린의 미발표 초벌 원고 5,300여 장이 새롭게 발견돼, 2023년 갈리마르 출판사의 플레야드 총서에서 이 새 원고를 포함해 수록작을 재정리한 셀린 작품집 개정 증보판 네 권이 출간되었다. 지금이야말로 자료 발굴과 더불어 다시금 조명되기 시작한 역사 속 논란의 작가 셀린을 비평적 관점에서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읽기 좋은 때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에서의 비평적 견지를 차치하고서라도, 『밤 끝으로의 여행』은 "문학적이지 않았던 어떤 것을 문학적인 것으로 만들려"(알베르 티보데) 애쓰면서 드문 성공을 거뒀다. 살아남은 말의 얼룩은 "일궈 나가야 할 장르"로 건재하다.
"하긴, 아름다움에서만큼이나 추함 속에서도 예술이 가능하지 말란 법이 있나? 그건 일궈 나가야 할 장르고, 그뿐이다."(123쪽)
루이페르디낭 셀린은 마르셀 프루스트와 함께 20세기 전반기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작가 셀린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첫 소설 『밤 끝으로의 여행』 한국어판을 프랑스 문학 연구자이자 번역가인 김예령의 번역과 해설로 새롭게 읽는다.
1932년 출간되자마자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르노도상을 수상했던 『밤 끝으로의 여행』은 그동안 약 37개국 언어로 번역되면서 세계문학 목록에 오르게 된 고전이자 셀린의 대표작으로, 작가 셀린의 작품 세계 전반에 걸쳐 펼쳐지게 되는 모티프가 곳곳에 포진해 있다. 작가의 자전적 경험에 바탕을 둔 소설에는 젊은 시절 세계 대전에 참전했고 보건 진료소에서 의사로 일했던 루이페르디낭 데투슈(셀린의 본명)의 삶이 여러 모습으로 변주되어 편재해 있으면서, '밤'으로 표상되는 작가의 절망적인 세계관이 그만큼 직설적으로 설파되어 있기도 하다. 그런 한편 이 모습들은 작가적 관점에서 섬망과 착란을 통과하며 적극적으로 왜곡되면서 현실의 빈틈으로 접혀 간다. 작가가 작품을 스스로 소개한 표현대로 "세상과 인간, 밤과 사랑을 통과하는 700페이지짜리 여행"은 추격되고 파멸하는 사랑의 얼개 속에 고통, 비참, 범죄, 패배 등의 다면을 착란 속 "들뜬 헛소리"로 드러내며 밤의 끝을 향해 간다.
이번 한국어판의 번역은 날것의 적나라한 표면, 하층민의 속어 투로 대변되는 구어체의 역동성과 청각적 수행성, 구전되는 노랫가락과 같은 음악적 활력 등을 세심히 줄타기하며 흘러간다. 유려하고 균형적인 아름다움을 벗어나 바깥에서 낯선 리듬으로 웅성대는 말들은 밖으로 뻗대며 울퉁불퉁하게 전개되는 듯하지만, 그러면서도 정교하게 뒤틀려 직조된 상태다. 이러한 생경한 음악적 문체가 강력한 이야기에 붙들려 "문학적이고 정동적인 교향곡"이자 "오페라"를 작곡해 간다.
『밤 끝으로의 여행』 한국어판에는 셀린이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을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력하는 자료와 해설이 실려 있다. 본문에 앞서 책의 문을 여는 김예령의 글 「작가와 작품에 대하여」는 작가 셀린을 미학적, 역사적 측면에서 고루 조명하면서 셀린의 초기, 중기, 만년에 걸친 다섯 작품까지 세밀히 소개한다. 책 말미에 첫 번째 자료로 실린 편지는 셀린이 『밤 끝으로의 여행』을 출판사에 송고하며 보낸 젊은 시절의 것으로, 자신의 데뷔작을 "소설로 꾸며 낸 한 편의 이야기"라고 소개하면서 지루함이 특징인 여느 소설과 제 작품을 패기 있게 구분한다. 두 번째 자료는 전쟁 후에 『밤 끝으로의 여행』 재출간을 염두에 두고 썼던 서문으로, 완숙기에 접어든 작가의 문체가 "난리법석의 춤"과 같이 펼쳐진다. '구덩이 앞의 이 말'이라는 제목을 단 김예령의 장대한 「해설」은 『밤 끝으로의 여행』을 둘러싼 그간의 분석적이고 비평적인 관점들을 두루 경유하며 이 기나긴 항해를 "구덩이 직전에 다다라 마지막 한 발을 내딛지 않"은 "실패한 자살"로, 그렇게 우글거림으로 남겨진 말로 읽어 간다. 뒤이은 상세한 「작품 목록」과 「작가 연보」는 이 책이 셀린의 작품집이자 충실한 자료집이 되도록 돕는다.
섬망과 착란의 오디세이
"그건 그렇게 시작됐다."(29쪽)
'여행'을 시작하는 기념비적인 첫 문장의 뒤를 이어 펼쳐지는 무대는 1차 대전 속 유럽의 전장, 아프리카 열대지방 오지 속 식민지, 미국, 그리고 전후의 불황과 침체 속 파리 근교 및 지방 도시의 모습을 피카레스크 형식으로 그려 간다. 화자인 바르다뮈의 긴 여정 가운데 그의 친구 로뱅송이 비극으로 함께하는 이 항해를 두고 "떠돌이가 제 여정에서 보고 건진 깨달음의 전말을 읊은 현대판 오디세이"(김예령)라 말해 본다면, 이 오디세이는 착란의 헛소리 위에서 표류한다. 『밤 끝으로의 여행』 출간 이듬해에 이뤄진 인터뷰에서 셀린은 "문학에 단 하나의 구실이 있다면, 우리의 착란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김예령은 이 착란이, 의사 데투슈이기도 했던 작가 셀린에게 있어 "인간의 고질적이며 대표적인 병증이고 숙명"이면서 "'창의력'의 동의어로서 문학의 이유와 목적, 방법론의 자격을 두루 구성하는 소중한 개념"이 된다고 읽는다. '민중'의 주체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문명이라는 병에 시달리는 노예근성의 군중상"이 펼쳐 가는 "열에 들뜬 긴 밤의 이야기", 그건 그렇게 시작됐다.
그러니 "표면과 이면이 뒤집히며 (…) 드러나는 창자들의 세상"만이 이 소설의 전부가 아니다. 거대한 비극을 파고드는 비틀린 어법, 웃음, 시정(詩情) 등 여러 작은 요소들이 흩뿌려지고 발산되며 『밤 끝으로의 여행』의 문양을 이루어 간다. 이 말들은 특정한 논리나 정당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정형을 벗어나고 흐려 간다. 그러한 움직임의 상태를 저들의 여행으로 삼아.
프랑스에서는 2021년 셀린의 미발표 초벌 원고 5,300여 장이 새롭게 발견돼, 2023년 갈리마르 출판사의 플레야드 총서에서 이 새 원고를 포함해 수록작을 재정리한 셀린 작품집 개정 증보판 네 권이 출간되었다. 지금이야말로 자료 발굴과 더불어 다시금 조명되기 시작한 역사 속 논란의 작가 셀린을 비평적 관점에서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읽기 좋은 때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에서의 비평적 견지를 차치하고서라도, 『밤 끝으로의 여행』은 "문학적이지 않았던 어떤 것을 문학적인 것으로 만들려"(알베르 티보데) 애쓰면서 드문 성공을 거뒀다. 살아남은 말의 얼룩은 "일궈 나가야 할 장르"로 건재하다.
"하긴, 아름다움에서만큼이나 추함 속에서도 예술이 가능하지 말란 법이 있나? 그건 일궈 나가야 할 장르고, 그뿐이다."(123쪽)
목차
작가와 작품에 대하여
밤 끝으로의 여행
부록
자료 1
자료 2
해설
작품 목록
작가 연보
책속에서
나는 기병 하사의 또 다른 욕지거리 속에 다시 깨어났다. 전쟁은 그대로 속에 얹혀 있었다
모든 걸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이야기해야 할 거다, 우리가 본, 인간에게서 가장 악독한 점이 과연 뭔지를. 그런 후에야 씹는담배를 내려놓고 무덤 구덩이로 내려가야 한다고. 온 생애를 통틀어 해야 할 일은 그거 하나로 족하다.
우린 밤의 도처에서 끄집어냈다, 근사한 평화 시대, 이젠 믿을 수 없는 것이 되고 만, 모든 것이 온화했던, 실상 그 어떤 것도 중요한 결과로 귀착되지 않는 대신 숱하게 많은 다른 일이 실행되고, 그럼으로써 그것들 모두가 놀랍게도 기적처럼 유쾌하게 변모하던 그때 그 시절과 제법 닮은 시간의 조각을. 그 평화롭던 시절이라니, 살아 있는 벨벳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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