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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4293361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24-11-19
책 소개
목차
제1장 주눅 든 어깨를 펴주는 고양이 스트랩
제2장 일상에 용기를 채워주는 특대 사이즈 인형
제3장 멀어진 마음을 이어주는 점장님 팬던트
제4장 잃어버린 꿈을 깨우는 비즈 인형
제5장 희미해진 나를 찾아주는 털실 목도리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우선 자기 안에 있는 말을 꺼내보면 어떻겠나?”
점장은 유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에어컨 필터를 청소하듯이 말이지. 무언가가 걸려서 막혀 있으면 동작도 느려지고 흘러나오는 바람도 깨끗하지 않아. 한번 정리하고 청소해서 말끔하게 만들어보는 게야.”
점장의 말은 가슴에 깊이 와닿았다. 마음속에서 단단히 굳어지고 들러붙어 떼어낼 수 없었던 무언가가 스르륵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사실은 저…….”
그걸 말로 표현해 보기로 했다.
“저…….”
점장과 청년에게 전하고 싶었다.
“저…….”
그러나 유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무 감동한 나머지 울음이 터지려는 상태는 아니었다. 떨어져 나온 것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도리어 말문을 막아버린 탓이었다. 건물 안에서 불이 나면 당황한 사람들이 출구로 몰려들어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된다고 하는데, 그런 느낌과 비슷했다.
“설마 이 스트랩을 만지고 있으면 고양이를 만질 때처럼 자연스럽게 술술 말할 수 있다는 말씀이세요?”
속에 있던 의문이 저절로 빠르고 매끄럽게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유나의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그런 셈이지.”
응, 하며 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까지나 도움이 될 뿐이네. 계속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말은 자기 스스로 자아내야 하는 법이니까.”
점장은 유나 앞에 서서 앞발을 머리에 톡 올렸다.
“말해보는 게야.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전해봐. 그러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될지도 모르지.”
“새로운 발견도 생각보다 괜찮지 않은가?”
점장이 말했다.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그런 생활 자체는 나쁘지 않다네. 은퇴 후의 삶이란 대부분 그런 거겠지. 하지만 그저 멍하니 반복하기만 하다가는 무뎌지고 말 게야. 인간은 참 불편하게도 말이네,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가지 않으면 쇠하도록 만들어져 있으니까.”
움찔해서 점장 쪽을 보았다. 점장은 슈지의 눈길을 받고 웃었다. 마치 전부 다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