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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4293934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25-02-12
책 소개
목차
1부 잽과 카운터 그리고 훅
2부 니와 엘보, 킥과 딥
3부 스텝과 클린치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3년 전만 하더라도 천하의 현지현이 이런 데 왕림하시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텐데. 그러나 사실 지현은 이런 환경에 익숙했다. 이제야 내게 어울리는 장소로 돌아온 걸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애잔하게 버려진 스파 내부가 꼭 자기 처지같이 느껴지기만 했다. 무엇보다 타일에 낀 초록색 점액질의 꼴이 자꾸만 떠올라, 이 후텁지근한 찜질방의 공기 속에서도 소름이 돋았다.
눈앞의 스파는 조용했으나 등 뒤는 쫓아오는 괴생명체들로 시끄러웠다. 지현은 여자탈의실을 그대로 지나, 여탕으로 들어가는 무거운 유리문을 밀어 열고서는 다섯 걸음 전진했다. 뒤따라오던 근육질의 괴생명체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것이 그때였다.
지현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것들이 녹고 있었다.
눈을 감으며 기도했다. 이대로 다시는 깨어나지 않게 해 주세요, 하고. 매사 냉소적인 지현이 가장 절실해지는 순간이었다. 누워서 눈만 감으면 언제나 옛날 생각이 났다. 데뷔는 나름 핫했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촌스러운 청순가련 콘셉트의 아이돌 그룹이었는데, 오히려 수요가 있었다. 팬사인회를 할 때마다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표정으로 남자 팬들의 온갖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 그 장면을 담은 숏츠로 바이럴을 타며 인기몰이를 했다. (…) 무명 시절 없이 곧바로 좋은 커리어를 쌓았고, 굵직한 광고를 몇 개나 찍었으며 중소 기획사에서 나온 기적적인 성과로 대대적인 주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