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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4325925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25-01-24
목차
바람의 정령 아이리스
안은숙 제2소설집
여는 글
창작의 고통은 아름다운 몽환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 안은숙 / 4
서문
환상적 리얼리즘과 신화적 요소가 빚어낸 소설 … 이정록 / 9
평설
마법사 공주의 운명과 신분을 초월한 사랑 … 강소이 / 12
제1화
왕권의 교체 / 23
제2화
아이리스의 스승 마법사 / 32
제3화
배신의 아이콘 / 42
제4화
이안의 결혼식 / 54
제5화
역모의 무리들 / 68
제6화
정령들의 혈투제왕 / 77
제7화
마법의 성 / 87
제8화
사랑의 멜로디 / 99
제9화
어두운 그림자 / 111
제10화
협박과 불신 / 118
제11화
방향의 전환 / 126
제12화
바람 앞에 등불 / 134
제13화
마음의 상처 / 142
제14화
배신자의 밀고 / 152
제15화
아이리스의 화형식장 탈출 / 162
제16화
공주 아이리스의 결혼식 / 176
제17화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 184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문>
환상적 리얼리즘과 신화적 요소가 빚어낸 소설
- 이정록 (시인, 수필가, 교수, 소설가, 문학평론가)
안은숙 소설가의 제2소설집『바람의 정령 아이리스는 제1소설집『공주의 황금빛 날개에 이어지는 소설이다. 제2집은 환상적 리얼리즘과 신화적 요소가 빚어낸 소설집으로 중심적인 주제는 공주 아이리스의 사랑과 마법이다. 소설집을 펼쳐보면 제1화부터 제18화까지 구성되어 있다. 먼저 그의 소설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를 지닐까 하는 것을 생각하며 창작한 픽션물이다. 한 마디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과 사랑을 소중히 하고 그런 감정을 귀하게 여기며 그것이 사람이 살아가는 길이며 삶을 아름답게 하는 요소라는 것을 안은숙 작가는 체관하고 있다. 아이리스가 공주로 태어나서 파란만장한 삶을 체득하고 끝내는 왕국의 평화와 사랑을 구현한다.
내가 처음 만났을 때 안은숙 소설가의 첫 이미지는 소설집을 출간하겠다고, 또 문학상 공모전에 공모하여 등단하겠다고 지도 해달라고 전투적인 모드로 접근할 때는 이 여인이 사랑의 아름다운 소설을 쓸 소설가 같지는 않았다. 상상외로 그는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사람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기에 기량이 급성장했으며 아집이나 오만이 없으며, 아주 낮은 자세로 겸손하고 예의가 바른 나비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작가의 마음 정원에는 항상 아름다운 상상에 사랑꽃이 피어있다. 그의 왕국과 사랑하는 사람을 소중히 지키고자 한다. 안은숙 작가의 왕국에는 이 세상의 그 무엇도 침범할 수 없는 그만의 내밀한 세계를 간직하고 있고 그것으로 흔들림이 없으며 늘 온유함을 지니며 그 정원 어딘가에 사랑의 샘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왜 사랑의 소설을 써야 하는가, 라고 한다면 안 작가에게는 새로운 사랑을 희구하기 때문에 사랑의 마음이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사랑하는 그이에게 그는 사랑의 마음을 다한다. 화자인 그 사람의 사랑하는 마음이 공주인 자신에게 향하니 공주인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자신을 평생 지키고자 맹세한다. 이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공주가 필요로 하는 사랑은 그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근원적인 요구이다. 그가 비호 해야만 했던 사랑은 그에게는 책임이나 의무였을지도 모른다. 그 바닥짐을 지느라고 공주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이제는 사랑도 지키고 왕국도 지켜내고 행복도 얻고, 평화도 얻었으니, 그녀는 신화적인 마녀임이 틀림이 없다.
안은숙 소설가의 소설은 잘 음미하면 할수록 고개가 끄덕여지고 공감이 된다. 그리고 근대적, 현대적 감수성이 배어있고 그의 마음의 왕국으로 우리들을 불러들여서 온유하게 품어준다는 생각이다. 사실 많은 사람이 메마른 마음으로 건조하며 공허하게 의미 없이 살아가고 있다. 사랑을 품기보다는 헛된 우상을 좇아가느라 타인도 자신도 사랑해야 할 이들도 모른 채 돌진하고 있다. 이것이 현실을 사는 우리들의 아름답지 못한 모습이기도 하다. 이해타산을 생각하는 조건적인 사랑, 댓가를 바라는 거래적인 사랑, 사랑받길 바라고 줄지를 모르는 이기적인 사랑에 우리들은 빠져든다. 그야말로 자본주의의 상업광고는 사랑마저도 상품의 교환가치로 바꾸려고 획책한다. 이러한 물질 신화나 우상화 속에서 우리들은 사랑을 잃고 공허하고 메마르며 푸석푸석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간을 차별하고 귀하게 여기지 않으며 권리를 짓밟고 인간을 자신의 이익을 만들어내는 수단으로 취급하는 비열성에 가담한다.
안은숙 작가가 복원하는 인간의 마음은 사랑이다. 그 사랑을 복원하는 데에 남녀 에로스의 사랑에서 시작하여 확장되어 간다. 최고의 선은 최고의 사랑이라는 것이 시인이 해석하는 새로운 사랑이며 그가 찾고 희구하는 사랑일 것이다. 시인은 에로스의 사랑만이 아니라 필리아의 사랑, 즉 관계의 사랑과 아가페적인 사랑, 즉 자기희생적인 사랑을 소설집에서 전개해 나간다. 환상적 리얼리즘 요소와 신화적 요소가 풍부하다. 작가는 에로스의 사랑에서 출발하여 지아비와 부모가 되는 자기희생적 사랑과 타인들 간의 필리아적인 사랑, 부부의 사랑을 경험하면서 그의 사랑은 깊어졌고 단단해져 왔다고 본다. 그가 단순히 감성적인 사랑을 꿈꾸어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 소설 작품에서 전개되고 상상력으로 빚어낸 것은 바로 그의 사랑의 삶 속에서 우러나온 표현들이거나 그의 사랑에 대한 의식이 소설로 형상화된 거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제2소설집 출간을 감축드리며 많은 독자가 이 소설집을 읽고 무한한 상상력으로 꿈과 이상을 실현하고 변치 않는 사랑을 품고 구현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안은숙 소설가의 문운이 창대하기를 빈다.
<평설>
마법사 공주의 운명과 신분을 초월한 사랑
<인간의 집단 폭력성 극복을 중심으로>
- 강소이(시인, 수필가, 소설가, 문학평론가)
1. 머리말
이 소설은 안은숙 소설가의 소설 공주의 황금빛 날개의 다음 이야기, 즉 속편이다.
안은숙 소설가는 공주의 황금빛 날개에서 샤미왕과 이프란 왕비의 딸인 아스타 공주의 운명과 고난, 운명을 극복한 사랑의 성취를 재미있게 그려낸 바 있다. 등장인물도 많이 등장했었고, 공간의 이동과 시간의 전개가 매우 복잡했으나 독자의 흥미를 놓치지 않고 숨 가쁘게 몰고 가는 탄탄한 구성력을 보여주었었다. 권력/ 신분이라는 커다란 장애물을 겪고 시련의 터널을 빠져나와 루이스 왕자와의 사랑을 성취했던 행복한 결말을 보여 독자들은 정서적인 행복을 얻은 작품이었다. 위 소설의 주인공이었던 아스타 공주와 루이스 왕자는 이플리스 왕국의 왕과 왕비가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들은 아이리스 막내딸(공주)을 낳게 되는데, 아이리스 공주는 운명적으로 주술사의 운명을 타고난다.
이 소설은 아이리스 공주의 이야기다. 아이리스 공주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과 마법사로서 죽을 운명을 극복하는 이야기이다.
2. 줄거리
어머니 아스타가 이든 왕자와 쌍둥이로 태어났기에 왕위 다툼에 피바람이 일 것을 염려한 샤미왕과 이프란 왕비는 궁궐 밖에서 아스타를 키우기로 하고 궐 밖으로 내보내 유모 헤란에게 맡겨졌었다. 이러한 어머니의 운명처럼 아이리스는 부모의 슬하를 떠나서 외할머니의 나라(아스타 왕비의 모국인 프리티아 왕국)으로 보내진다. 아이리스 공주가 마법을 부리는 마녀라는 소문이 퍼지면 불에 태워 죽이는 화형火刑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조부인 샤미왕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일이다. 손녀를 보호하려는 조부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조치다. 이때 헤란의 손자인 리오를 아이리스의 보호자로 함께 동행시킨다. 헤란에게는 우리안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아스타 공주를 사랑했으나 신분이 낮은 기사 단장이었으므로 아스타 공주를 루이스 왕자에게 빼앗겼던 인물이다. 그런 우리안의 아들 리오가 아이리스를 보호하게 된다. 대를 이어 한 제왕가帝王家의 공주를 보호하는 부자父子 - 우리안과 리오의 이야기가 이 소설 속에서 흥미롭게 다루어진다.
1편 공주의 황금빛 날개에서는 아스타 공주를 사랑했던 기사 우리안은 사랑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2편 바람의 정령 아이리스에서는 우리안의 아들 리오 기사는 아이리스 공주와의 사랑을 이루어 아이리스 공주와 결혼하게 된다. 1편에서 보이지 못한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 이루어져서 독자들의 정서에 강한 만족을 주고 있다. 제왕기라고 하는 신분 시대에는 왕가의 결혼은 다른 왕국의 왕자와 성사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아이리스 공주는 기사 단장의 아들인 리오를 사랑하게 되고 그와 결혼한다. 아이리스를 늘 옆에서 보호하던 리오에게 반한 아이리스의 마음이 컸던 탓도 있다. 아이리스가 리오에게 먼저 사랑을 고백하고, 에로스적 육체적인 적극성도 아이리스가 먼저 보인다. 아이리스를 사랑하는 데는 엔드류도 리오에 못지않았으나, 아이리스 공주가 반란군에 쫓기어 잡혀가고 고초를 당하는 내내 아이리스 공주를 지키기 위해 본인도 부상 당해 가면서 공주에 대한 사랑과 충성을 다한 것은 리오였다. 시련을 함께 겪은 아이리스 공주는 리오와의 결혼을 주저하지 않았고, 그의 부모인 루이스왕 아스타 왕비도 조부인 샤미왕도 반대하지 않았다. 리오의 절대적인 사랑의 공헌과 충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소설의 이러한 행복한 사랑의 결말을 보면서 우리 고전 소설 춘향전과 고구려의 이야기 평강 공주와 온달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춘향전에서는 한양에서 내려온 양반의 아들 이몽룡과 기생의 딸 춘향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과 결혼의 행복한 결말을 보였다. 조선 시대는 철저한 신분 사회였으므로 퇴기退妓 월매의 딸 춘향이는 사대부 양반가의 여식처럼 고귀한 신분을 얻을 수 없었다. 그러나 리오가 아이리스를 구하려 목숨을 걸고 시련을 겪었던 것처럼, 춘향이도 칼을 쓰고 옥에 갇혀가면서도 변학도의 수청을 거부하는 시련의 시간이 있었다. 양반과 퇴기退妓의 딸은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그 시대 사회 통념이었다.
마찬가지로 고구려 시대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의 신분의 차이는 지대했다.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결혼이었으나, 울보 평강 공주는 부왕(제25대 平原王)의 예언대로 온달에게 시집을 갔고, 온달은 목숨을 다해 고구려를 위해 싸우고 싸웠다. 하층민 거렁뱅이였던 온달은 평강 공주가 가르쳐 주는 대로 글을 익히고 무술을 익히며 고구려를 위해 싸워 승리를 안겨다 줌으로써 본인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고 평강 공주와 평원왕에게 인정을 받곤하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의 춘향전 이야기와 평강 공주와 온달 이야기는 눌린 자들에게 승리감을 주는 묘한 쾌감의 본보기라고 하겠다. 왕가를 지키는 군인 신분의 기사 단장의 아들 리오, 거렁뱅이 온달. 그들은 아이리스 공주나 평강 공주와 같은 지체 높은 공주에게 먼저 청혼받는 행운아가 되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이렇듯 신분을 초월한 사랑의 행복한 결말은 신분이 낮은 하층민들의 눌린 정서를 충족 시켜주는 돌파구의 행복함을 주고 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으나 문학 속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물론 온달과 평강 공주 이야기는 고구려 평원왕 때 실제로 있었던 일이기는 하다) 문학의 순기능 중, 하나는 인간의 결핍된 불행감을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해갈解渴해 준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아이리스 공주와 리오와의 사랑의 결합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는 인간의 나약한 한계성을 문학의 상상력을 통해 뛰어넘는 쾌감을 준다. 이런 면에서 바람의 정령 아이리스는 문학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본다.
이 소설이 문학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다른 면을 또 살펴보자.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는 마녀사냥과 화형火刑에 관한 것이다. 마녀사냥은 마법을 부리는 마법사들을 이단 또는 악령에게 세례를 받은 악마쯤으로 해석하던 유럽의 오랜 악습이었다. 중세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유럽과 아프리카, 인도, 파푸아뉴기니 등에서도 행해졌던 인간의 집단 폭력성의 악벽이었다.
권력에서 밀려나거나 종교에서 아무런 위안을 얻지 못하고 민간 신앙에 기댔던 하층민들이 기댔던 것들(예, 토착 민속 신앙, 민간에 전승되어 오던 약초에 관련된 책, 민간요법 등…)을 기독교가 마녀로 몰아서 퇴치하려는 움직임이 마녀사냥이었다. 마녀라고 해서 여자들만이 마녀로 몰린 것은 아니었다. 남성도 마녀로 몰리면 화형에 처해졌다.(모스크바의 경우는 70% 이상이 남성이었음) 이렇듯 전근대적인 집단 잔혹성은 종교적인 이유로 인한 것이었다. 오랜 악습의 무거운 사회문제는 기독교 신앙인들에게는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이 되고 있다.
2003년 요한 바오로 2세(교황)가 “마녀사냥을 교회의 잘못으로 인정한다.”라고 한 바 있다. 그리고 교회의 쇄신에 힘쓰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는 자신과 정치적인 생각이 다른 정적이나 껄끄러운 인사人士를 제거하기 위한 용어로 흔히 사용되는 용어이다. 중세 이후 유럽에서는 누군가의 질투를 받은 이를 “마녀”로 신고하면 포상해 주는 풍습이 있었다. 마녀로 몰린 이는 온갖 고문을 당하다가 자신이 마녀임을 자백하면 전 재산을 몰수당하기도 했으므로, 마녀사냥은 경제적인 장사와 영업으로도 악용되는 매우 악하고 위험한 악습이었다.
그런데, 안은숙 소설가의 바람의 정령 아이리스에서 실제로 마법을 부리던 마법사 아이리스의 결말은 화형을 면하는 행복한 결말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소설 내내 아이리스 공주는 “바람의 정령”과 “사랑의 정령”에게 주문을 외워 자기 뜻을 이루는 내용이 반복되고 있어서 마법사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미화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소설 속에 여러 차례 표현 되어있는 “정령들”에게 외우는 주문은 아름다운 시처럼 표현되고 있다.
바람의 정령에게 주문을 외우면 바람이 회오리를 일으켜 악인들 (반란군들)이 삽시간에 회오리바람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다. 즉마법을 통해서 번번이 위기를 면하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부분을 읽다 보면 바람의 정령에게 외우는 주문을 따라 읽고 싶어지기도한다.
그리고 아이리스 공주의 조부 샤미왕, 부왕인 루이스왕 등 왕가의 어른들은 자신의 손녀가 마법사의 운명을 타고난 것을 국민에게 은폐하면서 “병이 들어 요양 중”이라는 이유로 아이리스 공주를 피신시킨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마를린 성으로 아이리스 공주를 피신시키고 마법 선생 스테일라를 스승으로 두고 본격적인 마법 수업을 받게 한다. 아이리스 공주는 앤드류, 에디, 엘리스 동료들과 함께 마법을 정식으로 배우게 된다. 이 부분이 당시의 시대상과는 상반되는 면이다. 마법을 부리는 마녀로 몰리면 장작더미 기둥에 묶여 화형에 처해지는 악형을 알고 있을 왕과 할아버지 왕. 그러나 마법사의 운명을 타고난 아이리스 공주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오히려 키워주는 것은 아이리스가 마법으로 나라를 보호하는 일이 있을 것을 기대하는 실마리가 있기도 했으리라.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소설이 당시의 사회상을 보여주어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게 있다. 당시 사회에서는 질투에 의해 한 사람을 마녀로 신고하고 포상금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을 위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이 소설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리스가 정원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일이 있었다. 이를 치료하던 의사 리파엘에게는 미켈라라는 딸이 하나 있었다. 아들을 하나 두고 혼자 된 그녀는 리오를 짝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리스 공주와 리오가 사랑에 빠져있다는 말을 듣고 질투심에 불타게 된다. 결국 아이리스를 밀고하고 포상을 받는 악행을 저지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질투심은 인간을 극한 행동까지 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 것 같다. 이 사실을 목격하게 된 리오는 미켈라에게 실망하는 마음을 금치 못한다. 미켈라의 밀고로 아이리스 공주는 자루에 가두어진 채 납치되어 지하 감옥에 던져진다. 결국 화형에 처해질 운명에 놓인다. 장작 위에 기둥에 묶여 있던 아이리스 공주는 잠시 기둥에서 내려와 주문을 외울 기회를 얻고 “바람의 정령”에게 기도를 외운다. 악한들을 모두 회오리바람에 휩싸여 퇴치하게 된다.
이렇게 아이리스 공주가 고난을 당하게 된 데는 파스티안 공작의 음모와 복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미티안 왕국의 후계자 자리에 파스티안 공작은 자신의 아들 하나스를 앉히고 싶어했다. 그러나 호스테왕은 요세핀(카르마 공작의 아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에 파스티안 공작은 권력에서 밀려난 분노로 반란을 일으키고, 아이리스 공주에게 몇 번씩 위해危害를 입히며 급기야 미켈라의 밀고가 있자 아이리스 공주를 화형에 처하려 한 것이다.
3. 맺음말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안은숙 작가의 소설 「바람의 정령 아이리스」는 인간의 권력에 대한 욕심(파스티안 공작)과 질투(미켈라)에 의한 악한 의도와 음모- 반란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고 있다. 여기에 마법사의 운명을 타고난 아이리스 공주가 겪은 시련들(부모와 이별하여 다른 궁으로 몇 번씩 피신하며 마법 수업을 받고, 정원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일, 자루 속에 납치되어 화형에 처할 뻔한 일 등)이 그려진다. 그러나 그녀 옆에는 언제나 리오의 사랑과 충성심이 지키고 있었고, 신분을 초월한 그들의 사랑의 결합. 그리고 마법으로 화형을 면하며 목숨을 지킨다.
세상에는 선과 악이 공존한다. 권력욕, 질투, 집단적인 잔혹성이나 폭력성 그리고 한 부류의 귀족들만의 이기적인 신분 세습(신분 세습을 주로 왕족끼리의 결혼제도로 지켜졌음) 등이 모두 악한 기운일 것이다. 그러나 선한 의도, 목숨을 걸고 충성과 사랑을 지키려는 리오의 노력 등이 이 소설에서 독자들에게 던져주는 화두가 된다고 생각된다. 특히 결미 부분의 소제목이 “전쟁이 끝나고 다시 평화가”이다. “제왕기 15년 교황청에서 주술사들과 마법사들의 인권을 존중하고…”라는 구절이 있다. “종교의 권위와 우선순위를 따지기 이전에 모든 백성을 위하는 일에는 무조건 최우선 순위”, “화형에 처하는 것은 생명 보호 원칙에 어긋나고 인권 유린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 소설의 주제와 백미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전 인류가 추구해야 할 가장 큰 가치는 인권과 생명 존중, 평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최고의 가치를 전하는 소설 .바람의 정령 아이리스.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지며, 안은숙 작가의 노작勞作에 다시 한 번 더 박수갈채를 보낸다.
가치 위에 가치를 다룬 훌륭한 작품의 평설을 쓰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거듭 안은숙 소설가의 제2소설집 .바람의 정령 아이리스.의 출간을 축하하며 문운이 창대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수 – 시인 이정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