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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94523734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5-09-10
책 소개
붉은 꽃이 일렁거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만난
낯선 이들의 서늘한 기운
“자네가 아는 세상으로부터 잠깐 멀어지게.”
“어떻게 말입니까?”
“눈을 감으면 되네.”
침묵에 묻힌 추악한 인간의 욕망
드러나는 진실의 민낯
한국추리문학대상을 수상한 정명섭 작가의 신작 추리소설. 『유령 전쟁 : 1952, 사라진 아이들』은 ‘한창 전투가 벌어지는 전쟁터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는 추리소설가다운 의문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적인 역사적 사건에 풍부한 상상력을 더해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얼룩진 지리산 인근 운해읍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연쇄살인 사건을 그린다. 특히 탄탄하고 흡인력 높은 필력으로 등장인물의 행동과 대사로 드러내는 심리 묘사는 깊은 몰입감을 준다. 폭력과 탐욕, 갈등과 분열 속에서 왜 죽는지 이유도 모른 채 숨을 거둔 사람들을 위해 진실을 파헤치는 흥미진진한 과정은 추리소설의 묘미를 오롯이 전한다.
1952년, 6·25전쟁이 한창인 동부전선에 핀 붉은 시체꽃. 암흑 속에서도 피처럼 붉은 꽃이 차혁주에게 유난히 선명하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운해읍에 도착한 차혁주의 눈에 혼령이 보이면서 불길한 징조가 현실화된다. 그 중심에는 참혹하게 죽임을 당한 아이들의 살인 사건이 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운해읍의 실세 3인방 장상천과 이운창, 김석충. 침묵하는 마을 사람들. 미스터리에 휩싸인 대운서점과 오정운. 그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왜 힘없는 아이들만 죽이는 것일까? 일상이 죽음인 곳에서의 연쇄살인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의문은 『유령전쟁 : 1952, 사라진 아이들』을 읽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차혁주가 연쇄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추악한 진실의 민낯, 숨 막히는 긴장감, 빠른 전개, 압도적 몰입감으로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자비 없는 억압의 지배 이데올로기
실체 없는 유령과의 전쟁
차혁주는 남들과 다른 특별하다면 특별한 능력이 있다. 용한 무당으로 소문난 어머니의 핏줄을 이어받아 죽은 사람들을 볼 수 있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썩 달갑지만은 않다. 전방에서의 명령 불복종으로 운 좋게 후방의 지리산 중턱에 위치한 운해읍으로 옮겨온 첫날부터 붉은 시체꽃과 죽은 아이들의 영혼과 마주한다. 무슨 연유로 차혁주 앞에 나타난 것인지 의문에 싸인 어느 날 참혹한 살인 사건이 잇따라 일어난다. 피해자는 모두 힘없는 어린아이들. 차혁주 앞에 여지없이 나타나지만 죽음의 고통을 발화하지 못하고 침묵한다.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어야만 유령의 환영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공포와 힘이죠. 전쟁이 터지고 빨치산들이 이곳을 점령하면서 세상이 뒤집히는 줄 아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그들이 앞장서서 인민재판을 열어 지주들과 관리들을 죽이고 다니면서 다들 숨을 죽이고 살았죠. 그러다가 유엔군이 참전하면서 다시 세상이 바뀌었고, 그러면서 다시 보복이 벌어졌습니다. 대대로 이웃으로 지내던 사람들끼리 죽고 죽이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유령처럼 실체도 없는 이념 때문에 말입니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왠지 모를 긴장감이 감도는 운해읍. 낮에는 대한민국이었고 밤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 시절이 있었고 누가 빨치산과 내통하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희생된 애꿎은 사람들은 애도 받지 못하고 실체 없는 이데올로기는 친구와 친척, 이웃사촌 사이를 갈라놓았다. 그 이면에는 운해읍을 조종하는 세력의 지배 이데올로기가 깔려 있다.
차혁주가 싸워야 할 유령은 무엇일까? 그는 운해읍에 깊게 뿌리박힌 지배 이데올로기와 맞서 싸우고 죽음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실제 인물을 모티프로 한 캐릭터
『유령 전쟁 : 1952, 사라진 아이들』의 주인공 차혁주는 독립운동가 출신의 차일혁 총경을 모티프로 했다. “황포군관학교를 졸업한 그는 항일 투쟁을 하다 광복 후 경찰에 투신했고 남부군을 비롯한 빨치산 토벌작전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빨치산들을 무작정 공격하고 토벌한 것이 아니라 회유와 귀순을 통해 최대한 인명 피해를 줄였다.” 이처럼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도 이데올로기 대립을 넘어 생명을 존중하는 민족애를 발휘하여 민족의 상생을 꾀했다. 작가는 차일혁 총경의 온정적이고 인간적인 면에 착안하여 그를 모티프로 한 이유를 이렇게 밝힌다. “아마 그였다면 차혁주 중위처럼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을 도와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차
시체꽃
구름이 꿈꾸는 바다
대면
지주위원회
빨치산
사라진 아이들
깊은 밤
죽음과 삶
사흘
용의자
파국
진실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붉은 꽃이 일렁거렸다. 포격으로 속살까지 뒤집힌 땅에서 정체불명의 붉은 꽃들이 속절없이 피어났다. 병사들은 이름 모를 붉은 꽃들이 어제까지 참호에서 함께 뒹굴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동료들의 깨진 머리에서 흘러나온 뇌수와 터진 배에서 비어져나온 내장, 절단된 팔다리에서 뿜어져나온 피를 먹고 자란다고 믿었다. 그래서 붉은 꽃을 시체꽃이라 불렀다. _ 「시체꽃」에서
도착한 첫날 죽은 영혼을 보았다는 것은 대단히 불길한 징조였다. 죽은 자들은 늘 산 사람에게 하소연하고 싶어했고 그런 이야기를 듣는 일은 매우 고역스러웠다. 일단 죽은 사람을 볼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대다수 사람은 미친 사람 취급을 했다. 게다가 죽은 사람들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명확하게 들려주지 않거나 윤 상사처럼 엄청나게 고집을 부려 피곤하게 만들었다. 용한 무당으로 소문난 어머니였다면 충분히 알아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핏줄만 이어받은 그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_ 「구름이 꿈꾸는 바다」에서
“이 마을에 대해 많이 궁금하신 모양입니다.”
“이상한 곳이니까요. 아이가 처참하게 살해되었는데도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거든요. 오히려 언급하는 걸 더 무서워하는 눈치였습니다.”
……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참 이상하더군요.”
“당연하죠.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까지 죽을 수 있는 세상이니까 말입니다. 중위님이 계신 전방에서는 최소한 적과 아군을 구분할 수 있지만 여기는 사방이 적일 수도 있는 곳입니다.” _ 「대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