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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4654353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5-03-19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한밤의 약국
1. 눈에 닿지 않도록 주의할 것
2. 정량 이상 복용하지 말 것
3. 복용 전 약사와 상의할 것
4. 개봉 이후, 장기간 사용하지 말 것
5.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휴식을 취할 것
6. 증상 개선이 없으면, 전문가와 상의할 것
7. 해당 약물은 취급하지 않음
에필로그. 한낮의 약국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밤에도 잠들지 못하는 이들이 찾아오는 곳이 바로 이곳, 야간약국이다. 그렇게 야간약국의 단골이 된 손님들의 이름은 먼저 묻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어떤 이는 스스로 소개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술에 취해서 내뱉기도 하고, 어떤 이는 실수로 떨어뜨리고 간 명함으로, 어떤 이는 언제부터 이름을 알게 되었는지도 까무룩 잊기도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환한 낮이 아닌 어둔 밤의 약국에는 대강 삶의 모습이 그려지는 사람들이 방문하기 마련이었다. 주로 밤에도 쉼 없이 달려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에이, 그래도 약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더 중요하죠.”
약사 어르신은 살포시 웃었다.
“왜요? 제가 틀린 거예요?”
“아니, 나도 그랬거든. 그렇지만 이제부터는 병원에서 다루던 약들과는 전혀 다른 약들을 팔게 될 거야. 응급 환자나 수술 환자들이 찾는 약이 아니라, 파스 한 팩, 소화제 한 병, 진통제 하나, 그런 약들이 더 많이 팔리거든. 누구는 웃통을 까고는 파스를 붙여달라고 할 수도 있고, 누구는 소화제 뚜껑을 열 힘이 없으니 열어달라고 하고, 누구는 진통제를 삼킬 물을 달라고 할 거야. 너무 긴장해서 근육이 아프고, 너무 조급해서 체하고, 너무 바빠서 쉬지 않고 참아내는 걸 택했던 사람들이 올 거야. 그러니까, 이제 이 약국에서 여유도 같이 처방해 줘야지.”
“너 진짜 우리 신입이랑 일 같이 해라! 네가 시키는 걸 다 잘할 거라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착하고 여간 튼튼한 게 아냐. 겁은… 조금 있지만.”
능글맞은 표정으로 난데없이 작전을 제안하는 문성의 말에 두 사람 모두 질겁했다.
“네? 아저씨!”
“예? 팀장님!”
동시에 소리친 보호와 환경은 말도 안 된다는 듯, 문성을 바라봤다. 문성만 홀로 즐거운 표정이었다.
“아니, 위장취업 같은 거지. 대놓고 잠복하자는 거야. 쟤가 저렇게 확인하러 온 거 보면, 지금 당장 이 동네를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이거든. 다른 이유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