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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4891031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5-07-23
책 소개
목차
온 마음을 모아 … 5
작가의 말 … 255
프로듀서의 말 … 258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권모아도 글씨를 잘 쓰는, 글씨‘만’ 잘 쓰는 자신을 미워하지 않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어쩌면 지금도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권모아가 아주 사라진 건 아닐 테지만, 그래도.
“우리 같은 사람도 있, 음, 있는 거야. 나는 삐뚤빼뚤 말하는, 흐, 수의사.”
한 손으로 자신을 가리킨 모아가 반대쪽 손으로는 문지기의 어깨를 턱 짚었다.
“그쪽은 마음 여리고, 흡, 물러 터진 문지기.”
문지기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모아를 바라봤다. 긴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눈동자가 꼭 포도 알 같았다. 길어지는 침묵에 멋쩍어진 모아가 그의 어깨에 올라가 있던 손을 슬그머니 떼어냈다.
“뭘 그렇게, 봐. 흠, 사람 민망하게.”
“그게 아니라…… 잘 모르겠어서요.”
“뭘?”
“저는 모아의 말이 삐뚤빼뚤하게 들린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그 말에 모아는 저도 모르게 코로 방귀를 뀌듯 웃어 버렸다. 마음만 물러 터진 줄 알았던 문지기가 빈말에도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그냥 예쁜 목소리라고만 생각했는데.”
모두가 나와 같아지길 바라는 건 아니었지만, 세상에 유별난 것들이 더 넘쳐나기를 바랐다. 더 희한하고 더 독특한 것들로 채워져서, 이상한 것이 이상하지 않고 이상하지 않은 것이 이상해지는, 그래서 모두가 이상하고 누구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되면 사는 게 한결 편해질 것 같았다. 더는 내가 다른 사람과 얼마나 다르게 이상한지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테니까.
권모아가 별다락이라는 세계를 쉽게 이해한 것 역시 그런 이유였는지도 모르겠다. 이상한 것들이 넘쳐나는 세계, 그래서 무엇도 이상하지 않은 세계는 사실 모아가 오랫동안 꿈꾸었던 세계이기도 했으니.
“그러니까 난 이상한 거 찬성.”
“그쪽이 별다락으로, 윽, 완전히 돌아갈 때 말이야. 내 기억도, 큿, 은주처럼 다 지울 거냐고.”
잠시 머뭇거리던 문지기는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왜인지 자신이 더 침울한 표정으로.
“그럼 기억을 지우면 마음도 사라져?”
모아는 문지기의 상처 부위를 살짝 닦아낸 뒤 연고를 바르고, 반창고까지 꼼꼼히 붙이며 물었다. 모아의 체온이 손바닥 안쪽을 스칠 때마다 문지기의 손끝이 움찔거리는 게 느껴졌다.
“다 잊어 버려도, 흣, 주고받았던 마음은 안 사라지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