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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5000029
· 쪽수 : 416쪽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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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나에게 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저 겨울 다음으로 오는 계절일 뿐이었다. 작년 봄까지는. 그러나 올봄은 다르다. 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동생이 보기에는 시험 같지도 않았겠지만, 나로서는 필사적이었다. 대학생은 대학에 다닌다. 그러니까 고등학교에는 안 가도 된다는 이야기다. 멋지다.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나는 울고 싶어진다. 하지만 그것은 나쁜 꿈이었을 뿐이다. 이 봄,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고치에서 나비가 된 거다. 자아, 아름다운 날개를 맘껏 펼쳐보자.
오늘부터의 너는 어제까지의 너와는 달라. 너는 우리 정의의 편 멤버야. 그러니까 오늘부터는 어제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거다. 예를 들어, 네가 좋아하는 울트라맨이 됐다 생각하고 세상을 한번 봐봐. 그렇게만 해봐도 세상의 모습이 어제까지와는 완전 다르게 보일 거야.
동아리방을 나와 역에서 도모이치와 헤어졌을 때는 벌써 날이 저물고 있었다. 정의의 편의 시선. 집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특별히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의 세상도 어제의 세상과 똑같이 보였다. 지친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손끝만큼은 능숙하게 움직여 휴대전화를 조작하고 있는 아저씨. 그보다 더 능숙하게 손끝을 움직여 뭔가에 홀린 표정으로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젊은 회사원. 이어폰을 귀에 꽂고 넋 나간 듯 멍청히 창밖을 바라보는 고등학생. 어제까지와 어느 하나 바뀐 게 없다. 그래도 나는 다르다. 창유리에 비치는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지금의 나는 어제까지의 내가 아니다. 오늘부터 나는 정의의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