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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5212392
· 쪽수 : 472쪽
· 출판일 : 2022-07-2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진은 침실 화장대 서랍 하나에 너무 귀해서 쓰지 않는 물건들을 모아 두었다. 비누, 화장품, 향수, 편지지―대부분 선물 받거나 가끔 경솔하게 산 것들―가 여러 해 동안 쌓이고 모였다. 진은 포장된 상태 그대로 쓰지 않는 보물을 보는 것이 실제로 쓰는 것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면지가 대리석 문양이고 책장 끝에 금박을 칠한 가죽 노트는 안에 아무것도 쓰지 않아야만 아름다웠다. 립스틱은 그녀의 입술에 닿는 순간 망쳐졌지만 쓰지 않으면 그 잠재력은 무한했다.
“부모님이 항상 못마땅하게 여기시는 데 질렸어요.” 마사가 작업복에 묻은 파란 물감 딱지를 멍하니 뗐다.
“믿음이 달라서요?”
굳은 물감 아래쪽은 아직 말랑했기 때문에 마사는 몇 초 사이에 커피잔, 치마, 얼굴에까지 파란 얼룩을 만들었다.
“완곡하게 표현하자면 그렇죠. 우린 모든 것에 대해서 생각이 달랐어요. 종교, 정치, 예술, 삶. 어쨌거나 제 삶에 대해서는요. 부모님은 본질적으로 에드워드 시대의 사람이고, 요즘 세상에 전혀 적응을 못 해요. 어쩔 도리가 없죠.”
“부모님이 젊으셨을 때 이후로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뀌었지요.” 진이 말했다. 그녀는 마사가 여기저기 얼룩을 만드는 것이 신경 쓰여서 말해 줘야 하는 걸까 생각했다.
“제가 보기에는 충분히 변하지 않았지만요.” 마사가 소매에 손가락을 닦으며 말했다.
난 이 사람을 사랑해, 진이 살짝 놀라며 생각했다.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게 됐어. 스스로 인정하고 잊을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사실로 받아들이자 어찌나 마음이 놓이는지, 사슬을 벗어던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