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ONG in MOROCCO

프롤로그

INTO THE DESERT
사하라
SAHARA

AT THE GARDEN
마라케시
MARRAKECH

ON THE ATLANTIC COAST
카사블랑카
CASABLANCA

IN THE ANCIENT CITY
페스
FES

ON THE MOUNTAINS
아틀라스 산맥
ATLAS MOUNTAINS

IN THE ANCIENT CASTLE TOWN
아이트 벤하두
AIT BENHADDOU

에필로그

모로코행
시니어모델로서 4년 차에 접어들면서 뭔가 새로운 일을 찾고 있던 터라 나를 넘어서는 일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새로운 나를 만나는 일이라면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제안을 받고 한 달쯤 지난 1월 2일 새해 벽두에 밤 12시 모로코행 비행기에 올랐다.

준비 과정
우리 일행들은 못 느꼈겠지만 나는 사실 건강에 대한 걱정 때문에 출발하기 전부터 굉장히 긴장했다. 모델인 내가 아프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에 절대로 아프거나 다치거나 지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단단히 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약사로서의 전문지식을 총동원해 상비약과 건강 보조제 등을 철저하게 챙긴 후 모로코행을 강행했다.

모로코 여정 후 변화
모로코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나를 만나게 해주었다. 모로코에 다녀와서 새로운 자신감을 얻었다. 아, 난 할 수 있구나, 난 해낼 수 있겠구나, 앞으로도 여러 가지를 많이, 더 많이 할 수 있는 체력과 에너지, 시간이 내게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다시 새로워진 시간이 앞으로 남은 세월 동안 내 얼굴의 주름의 방향을 더 아름답게 빗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사진 화보집과 영상 촬영
나는 좋은 사진과 아름다운 영상을 얻기 위해 촬영에 몰두했다. 거기에 디자인을 하고, 내레이션도 넣고, 음악도 넣어 책과 영상을 만들었다. 이번 여정을 통해 내가 가진, 남들과는 전혀 다른 나만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사건이 영화가 되고 역사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름의 방향이 아름다운 여자
이번에 촬영된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내가 나이를 벗어난 시니어모델로서, 여성으로서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인생이 켜켜이 쌓여 만든 주름을 보았다. 웃어서 생긴 주름의 방향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고 싶은 나의 소망이 이루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고대 도시 페스의 목소리
고대 도시 페스의 오랜 세월 동안 무너져 내리고 있는 왕조 무덤을 보면서 나는 지나온 세월로 인해 더 아름다워지고 있는 존재임을 더 강렬하게 깨달았다.
결코 가볍게 얘기할 수 없는 게 세월이다. 가볍게, 절대로 가볍게 얘기하면 안 된다. 내가 살아온 그 시간들을 지우려고 해서도 안 된다. 그것을 갖고 그 안에서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다 다르기 때문에 각각 다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살아온 게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자기가 가진 아름다움을 찾는 게 우리 같은 나이 든 시니어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 아름다움을 찾아서 키워가는 것, 그리고 필요 없는 것은 버리는 것, 그게 나이 든 사람의 자세라고, 페스의 무너져 내리고 있는 성곽들이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촬영 에피소드
사하라 사막에서 명상 장면을 촬영할 때였다. 사막의 겨울 아침도 우리의 겨울날 아침처럼 매섭게 추웠다. 얇은 옷을 입은 데다 바람까지 불어 매우 추웠다.
광활한 모래사막에서 아침 명상에 깊이 들어간 사진을 얻고 싶었다. 일정상 딱 한 번의 기회였고, 고대했던 사하라 여명을 맞이하는 명상 컷 촬영이니 결코 미룰 수 없었다. 해는 순식간에 떠오르니 촬영 시간도 촉박했다.
나는 아주 짧은 순간 주변 상황에 대한 생각을 지우고, 깊이 명상에 들어갔다. 명상에 집중하고, 촬영에 몰두하느라 춥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촬영을 마치고 모니터로 사진을 보니 제대로 된 컷이 보였다.

힘들었던 점
모로코 사진 화보 촬영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짜고, 담대하게 나섰지만 내가 과연 해낼 수 있을까, 결과물이 잘 나올 수 있을까, 나에 대한 의심과 하지 않아도 되는 걱정을 물리치는 것도 촬영 못지않게 중요한 내적 훈련이었다. 그럴 때마다 오로지 촬영 순간순간 포즈에 집중하고, 주변 풍광과 스태프들의 에너지를 온몸과 마음으로 호흡하면서 이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