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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5275908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4-05-08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우리는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보게 될 것입니다 _이지선 작가
탄식과 한숨으로 가득 찬 인생도 존귀하고 아름다운 삶입니다 _김관성 목사
한 분이라도 눈물을 닦고 일어설 용기를 얻으신다면…… _김종호 목사
조금도 우울하지 않은 유쾌한 감동, 온유함과 책임감이 주는 기쁨과 은혜 _문태언 목사
다른 의미의 기적을 읽게 됩니다. 고통을 안고 견뎌 가는 ‘삶이 만들어 낸 기적’을…… _조영민 목사
글을 시작하며
낫지 않아도 기적의 주인공입니다
1.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천국대학 사랑학과 / 전 라운드를 뛰는 날 / 꽃과 삼겹살 / 쌀이냐, 베개냐? / 보디가드 속옷에 흘린 눈물 /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 바느질 단상斷想 / 주부 애상哀想 / 우리 남매 이야기 / 깨끗함과 더러움
2. 오래된 간호복
만나는 있다 1 / 만나는 있다 2 / 만나는 있다 3 / 오래된 간호복 / 나의 하루 / 예비 매제가 다녀가다 / 여동생의 결혼식 / 패스트푸드점에서 / 초콜릿에 얽힌 기억 / 지지 않겠다고 생각하면 이긴다
3. 내겐 너무 이쁜 엄마
어머니를 목욕시켜드린 후 / 나의 파란 구두 이야기 / 원가와 수리비 / 울트라맨 생일파티 현장 보고 / 사랑하니까 / 십자 금목걸이 / 신용불량 권하는 카드 / 가족사진
4. 사랑은 유효기간이 없어요
어머니께 침 놓아드리기 / 나의 현실, 타인의 화제 / 좌절금지 구역 / 캔디의 남자들 / 무단횡단 범칙금 / 아버지와 나 / 첫 강의를 하다 / 엄마에게
5. 날마다 조금씩 더 사랑합니다
엄마의 생신 / 라면 먹으며 <대장금> 보기 / 어느 성탄절에 다가온 큰 변화 / 아버지를 전도하다 /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다 / 8년 만에 / 나의 갓 태어난 딸 / 아버지의 환갑잔치
글을 마치며
답 없는 삶의 답을 알기에 포기하지 않습니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랑하는 어머니는 햇수로 18년을 누워 계십니다. 아니, 견뎌오고 계신다는 표현이 맞겠습니다. 세 차례 결핵균에 감염돼 격리실에서 모진 고통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작은 욕창이 생겼다가 낫기도 했지만 맑은 피부로 잘 견디고 계십니다. 제가 신경 써서 잘 돌봐드려서도 아니고 원래 건강한 분이어서도 아닙니다. 저는 이 현실 자체가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병이 낫는 기적은 없었습니다. 깊은 병중에 계시지만, 기계호흡장치 없이 하루하루 숨 쉬며 아들인 저와 눈빛으로 대화하며 손을 맞잡고 살아오신 지난 18년과, 앞으로 언제가 끝인지 모를 세월에 대해 ‘견뎌 내겠다는 의지’가 주어진 것이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현재 겪는 고통에서 자유해지는 회복을 기적이라고 여기지만, 이렇게 살아가고 감당해 가는 것이 저에게는 더 어려운 기적입니다. 진짜 기적은 삶의 고통스런 환경이 변하는 것이기보다 상황은 점점 안 좋아져도 그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과 삶의 관점이 변하는 것이기에 우리 모자는 기적의 주인공입니다.
- 글을 시작하며 ‘낫지 않아도 기적의 주인공입니다’에서
어제 아침에는 부산하게 어머니를 치료하고 목욕을 시켜드린 후 낮 시간에 종일 어머니 베개를 사러 돌아다녔다. 여름이 되면서부터 어머니는 고열에 자주 시달리고 계신다. 열이 오르면 어머니도 나도 모두 힘들다. 밤새도록 미지근한 물에 수건을 담가 몸을 닦아드려야 하고 얼음찜질팩을 등과 머리에 계속 대어 드려야 한다. 고열에 대한 대책을 궁리하다가 베개를 바꿔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을 고려한 특수 베개에 삼베나 모시를 씌워서 베어드리면 하루 종일 누워 계시는 어머니께 아주 편안할 것 같았다. 예산을 세운 후 시장조사를 하러 나가기 전에 둘러보니 집에 쌀이 떨어져 있었다. 쌀이냐? 베개냐? 물론 베개지. 내가 아파 누워 있다면 어머니도 같은 결정을 내리셨을 거다. 채움의 주체가 바뀌었다. 내 필요를 항상 생각하고 제때 채워 주신 어머니. 나도 나이가 들었으니 이제는 채움의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게 당연하다. (중략)
통장 잔고가 마침내 바닥났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서 별 느낌이 없다. 작년에는 이보다 더한 일들도 많았다. 하지만 늘 마지막 순간에 해결되었다. 좀더 빨리 해결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가슴 졸이다 마음만 다쳤을 뿐, 결국은 모두 채워졌다. 바뀌지 않는 채움의 주체, 철따라 꼴을 먹이고 돌보시는 하나님의 손길 덕분이다.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도와주실까 기대된다.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7월에는 피곤한 일들이 아주 많다. 이번에는 예비군 훈련을 가지 않으면 고발될 것이다. 도우미 아주머니 휴가도 보내드려야 하고, 어머니 체온 점검과 방안 공기 상태에 좀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미리 걱정하면 마음만 쑥대밭 된다. 그냥 해결되리라는 기대감만 남겨 두고 살아야지.
- ‘쌀이냐, 베개냐?’에서
새해가 되면서 대학원 휴학 기간 만료로 제적될 상황을 맞게 되었다. 다시 복학할 수 없는 형편이라 제적은 별 문제가 아니었지만 이미 납부된 등록금을 그냥 날리게 된 것이 안타까웠다. 그 등록금을 대 주시느라 어머니가 몸까지 상해 가며 고생하신 것을 생각하니 견딜 수 없었다. 나는 입학금의 반만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기를 기도한 뒤, 오랜만에 학교에 갔다. 대학원 교학과는 방학 중에 보통 오전 근무만 하는데 나는 오전 시간은 어머니 목욕과 치료로 바빠서 오후 늦게야 모교에 도착했다. 그날따라 교학과 직원이 다 퇴근하지 않고 문이 열려 있었다. 다행히도 늦게 남아 일하는 직원 분을 만나 그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등록금 환불은 불가능할 거라 예상하고 간단한 답만 확인하고 나오려 했는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내가 찾아오기 바로 전 주에 교육부에서 공문이 내려왔는데 등록금 문제는 학생 위주로 처리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그러면서 전례 없이 내가 처음으로 환불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이미 입학을 한 상황이니 입학금 안의 부수적인 금액은 제하고 수업료만 해당됐는데, 그게 신기하게도 입학금의 절반이었다.
이럴 수가! ‘이럴 줄 알았으면 다 돌려달라고 기도하는 건데……, 내가 왜 절반만이라도 돌려받게 해달라고 기도했던가!’
웃음이 났다.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을 가능한 현실로 바꾸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 그때 돌려받은 수업료로 내 통장은 다시 배가 불렀다. 그해 1월부터 6개월간 그 수업료를 쪼개어 쓰면서 잘 버틸 수 있었다.
- ‘만나는 있다 2’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