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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5487066
· 쪽수 : 300쪽
책 소개
목차
1. 첫 만남
2. 동생이 찾아오기까지
3. 미국으로 입양되는 과정
4. 동생을 잃어버린 30년
5. 동생을 만난 이후
6. 가족이란
7. 사랑이란
저자소개
책속에서
산동네의 저녁이 되면, 하나둘씩 불이 켜지는 집들이 보입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가족들의 모습과 분주하게 저녁을 준비하는 엄마의 큰 소리도 들려옵니다. 어린 시절 언덕 위에 우리 집에서 내려다보는 아랫집들의 평범한 저녁 시간이 무척 행복하게 보여 부러웠습니다. 누구에게나 있을 것 같은 이런 평범한 저녁 풍경이 우리 집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려서 행복한 집에 대해 상상이 참 많았습니다.
결혼을 하고, 나도 행복한 집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의 방법을 찾아 그럴싸한 흉내를 내보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을 바라보았던 것과 다르게 나는 행복한 마음이나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이 내게 없었고 그런 감수성은 어려서부터 행복을 접하며 발달하여 성장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어려서 갖지 못했던 것을 성장한 후엔 더욱 가지고 싶은 결핍을 겪듯이 ‘행복’이란 나에게 가장 탐나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행복은 사람들마다 다르게 다가옵니다. 어린 시절 산동네 살며 평범한 저녁 시간을 부러워했던 것처럼, 내가 그리는 행복은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들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죠. 누군가는 쉬운 일이지만,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저는 노력을 해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요즘도 매일 저녁 이 행복을 누리려고 도전합니다.
오래전 생모의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아버지와 헤어진 뒤 재가해서 딸을 둘 낳았다는 소식이었다. 내가 그분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데, 궁금하기는 했다. 듣고 나니 더 궁금함이 더 많아진다. 그분은 자식을 버리고 떠난 후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그분은 나를 만나고 싶지 않았을까? 나는 왜 그분을 찾지 않는 것일까?
자신이 낳은 아들과 가족이 될 수 없는 팔자인가?
이번 생애에는 우리가 모자지간으로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자식을 버리고 살아간다는 것은 일생을 짓누르는 고통이 뒤따른다. 아버지도 이 고통을 못 이겨 나를 버렸다가 다시 찾아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나를 찾지 않았다.
신은 인간에게 자식을 돌보며 살도록 설계를 하셨으나 이 기능이 정상 작동이 되지 않을 때, 자신을 돌아보는 성찰 기능이 활성화된다. 우리의 정상적인 기능이 작동하도록 돕는 것이다.
내 어머니도 뿌린 대로 거두는 인생의 법칙을 거스를 수는 없다.
참. 무심한 분이다.
엄마는 아들을 잃었고.
나는 엄마를 잃었다.
피장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