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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5576159
· 쪽수 : 244쪽
· 출판일 : 2017-02-10
책 소개
목차
저자의 말
패닉 크리스털
개
시선
청산가리빛 아침
인어가 머물다 간 여인숙
검란
이상한 나라의 뽀로로
칼
카프카스
[작품 해설] ‘소설-장치’에 관한 3개의 독사론(doxology)
저자소개
책속에서
병원에서 돌아온 날 밤 여자는 반지하 단칸방에서 혼자 미역국을 끓여먹고 누웠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불빛이 천장을 긁고 지났다. 엔진 음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여자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차가 지나며 창문으로 흘리고 간 전조등 불빛이라는 걸. 흐리고 몽롱한 눈빛 위를 훑고 지나는 그 불빛은, 마치 복사기 같았다. 누군가 자신의 영혼을 복사해 놓으려는 것은 아닐까 여자는 생각했다. 영혼의 사본. 하지만 복사할만한 게 있기나 한 것일까. 여자는 불편하게 돌아누웠다. 그리고 밤새 지느러미가 없는 잉어 꿈을 꿨었다. ―「패닉 크리스털」
그의 꿈은 얼마나 어둡고 깊은 것일까. 여자는 생각했다. 돌아보면 꿈은 또한 그녀 삶의 마스카라였다. 눈썹 길이만큼의 삶을 끊임없이 덧칠해가며 옹색한 꿈의 그림자를 깜박여왔다. 그러나 구원은 꿈도 꿔보지 못했다. 삶의 한 걸음 한 걸음마다 검게 어루러기진 눈물 자국만이 선명할 뿐이었다.
―「패닉 크리스털」
연애시절 나 잡아 봐라를 외치던 아내는 어느 날 내게 말했다. 이제 그만 놔줘요.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팀의 선전에 환호하다가 문득 낯선 여자와 포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은 난처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아내를 잡았던 손을 놓았다. 어, 미안.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