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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5725533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7-04-15
책 소개
목차
Case 001 : 청춘을 위한 멘토는 없다 .... 08
Case 002 : 인공지능 제갈공명 .......... 66
Case 003 : 아버지의 이름으로 ......... 126
Case 004 : 당신들의 정치 ............. 200
에필로그 ............................. 261
저자소개
책속에서
변호사는 글로 말한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논리와 근거로 말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변호사의 무기가 화려한 말솜씨로 그려지지만 한 번이라도 법정에서 재판을 방청해 본다면 적어도 대한민국 법정에선 그런 장면이 흔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서로 기록하고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여 싸우는 것이 실제 변호사의 세계다.
그런 점에서 민혁이 건넨 비밀유지서약서는 더 픽서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는 실질적인 명함 역할을 했다. 정말 깔끔한 문서. 군더더기 없이 필요한 것만 딱 체로 걸러낸 느낌. 한마디로 프로였다. 특히 호감을 주는 것은 문서에 담긴 태도였다. 허세를 부리거나 압력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정중하게, 그렇다고 허술하지도 않았다. 기분 좋게 사인하도록 이끌지만 만약 분쟁이 생긴다면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그런 문서였다. 더 픽서가 다루는 업무 성격을 대략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승원은 문서를 다 읽기도 전에 무언가에 이끌려 사인을 하고 말았다.
"내려가시죠. 바로 케이스 시작입니다."
그러나 승원은 어딘가 분했다. 돈을 벌기 위해 웃음을 팔던 아가씨가 잘난 척하고 싶은 중년 사내에게 무참하게 폭행당한 대가로 신데렐라가 될 기회를 잡은 것은 어쩌면 해피엔딩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모든 것은 강지수의 인권을 위해서도 아니고 허 교수의 인격을 위해서도 아니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사건을 수습하길 원했던 클라이언트를 위한 일이었다. 윤식의 말처럼 드럼통에 담겨 바다에 던져질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모두에게 좋은 결말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승원의 마음 한쪽에서는 조금 억울하다는 생각이 꿈틀거렸다.
'그 인간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 땅에서 잘 살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