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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5872664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8-03-20
책 소개
목차
1장
10p 그런 날
12p 꽃 한 송이 때문에
16p 젖은 낙엽
20p 은사 恩師
24p 모란
28p 필름 카메라
32p 안정기
36p 경주 산을 위하는 까닭에
40p 걸음마를 뗀 자식
44p secret sunshine 밀양
48p 첫 문장을 쓰기가 참 어렵더라
52p ‘아, 잘 왔다.’
56p 한강을 놓친 이유
60p 핫도그
64p 雪
68p 그물
70p 빵
76p 젊은 부부
80p 이사
84p 늙어진 나룻배
86p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88p 친구
92p GS25
94p 장염
98p 무제
100p 고백
104p 성수부동산 파라솔
108p 나는 노래나 부른다
2장
128p Come Back Home
132p 밀양2
136p 하늘에 구멍이 뚫렸나
140p 이 밥상
142p 살을 드러낸 고목의 뿌리
148p 무제2 ‘신원갤러리&커피’에서
150p 논 (non)
154p 부전역 승객
158p 친구2
160p 기다림 피천득의 시 ?기다림?을 읽고
164p경주2더모른척살아가는이유
168p얇은 손목
172p 3호차 11호석
176p 종규 삼촌
180p 얌전한 구름
184p 경주3
186p 왜냐하면 우리 큰아빠는
190p 고백2
194p 무제3
196p 가을
200p 이별택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런 날
머릿속이 복잡한 날에는 옷장 안 아끼는 코트의 주름마저도 근심스럽다.그러나힘든다림질을감행해줄누구도지금내옆 에없기에,나는코트를꺼내몇초간보다가도로집어넣는다.애 초에펼치고자하는의지따위란없었는지도모른다.그냥옷주 름깊숙이고여있는나를한번보고마는것이다.
때마침 며칠 동안 방치해 두었던 설거지거리들이 생각났다. 저것만큼은내가새그릇못지않게잘닦아줄자신이있다.‘레스 토랑알바경력만몇년인데이정도설거지쯤이야.’하면서무심 코 하수구 뚜껑을 열었는데, 거기에 음식물 찌꺼기가 가득가득 하 다.내손엔이미고무장갑이끼워진상태고,나는그자리에서서 어쩔줄몰라했다.
그런날이있다.비맞은잔디처럼금방은물기를털어낼수 없는.그럴때는만만한하루를행인삼아,나를밟고지나가는행 인의 발목에 물기를 묻혀보자. 행인도 잔디를 안타까워 여겨줄 게 분명하다.
\꽃 한 송이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할 때,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던 지난날을 떠 올리기란 끔찍하다.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던 나는 도대체 무엇 을 붙잡고 살았을까. 오직 해만 사랑하는 ‘꽃’들도 밤이 되었다고 해서 다시 꽃잎을 다물지는 않는다.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았던 내 지난날도 해를 기다리는, 아침이면 잊혀질 꽃의 인고와 같은 걸까.
글을쓸때,전주부터소름이돋는어떤노래를들을때도마찬 가지이다.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이 음악을 다운받지 않 았더라면하는상상은아주먼나라에가있다.결론은누군가를사 랑하고, 글을 쓰고, 음악에 체온을 빼앗기는 것밖에 나는 못 한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안전장치도 없는 내 마음은 ‘힘든 생각’에 게도쉽게문을열어준다.그러고는이생각이문밖으로나갈생 각을안한다.나는숨을내쉴때마다‘힘든생각’을한번씩거쳐 가야했다.마치시간이다되었다는듯,그것은들어올때처럼소 리없이나를나가주었다.그리고내마음에는작은안전장치하 나가 만들어져 있었다.
오늘밤공원을산책하다가본꽃한송이때문에이글을쓴 다. 요즘 나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힘든 생 각’에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도 않고 있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보름달이한참걸음전과똑같은자리에걸려있다.항상그곳에 있어주는 이가 너라도 있어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