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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8694594
· 쪽수 : 224쪽
책 소개
목차
무너짐에 익숙한 사람은 없다
손현녕 8
The Crack- up
오종길 40
달리기
이학준 80
M에게: 무너진 채로 산다는 것
김현경 106
세 개의 심장으로 살아가는 방법
오수영 128
무너짐이라는 단어가 3천 번쯤 나오는 이야기
김봉철 162
무너짐
안리타 188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의 무너짐으로부터 당신이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내어드리고 싶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악인이 되어 서로에게 선이 된다면 얼마든지 악인이 되고 싶습니다. 먼저 저의 무너짐을 들려드립니다.
"곧은 마음이 갖고 싶댔죠? 사실 그게 더 무서운 것이거든요." 곧게 뻗고 단단할수록 무너지기 쉽다는 것을 알고 난 뒤로 틈이 없는 견고함이 아슬아슬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탄력적이어야만 합니다. 쓰러짐은 무서워할 것이 아닙니다. 살면서 한 번 쓰러져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누구나 실패할 수 있고 아플 수 있습니다. 이 이치를 빨리 깨달을수록 남은 날들이 편안해질지도 모르죠.
- 손현녕
시간이 흘러도 거미는 계속 집을 지었고 저는 그걸 그대로 두어야 할지, 없애야 할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생각했어요. 엄마가 두고 간 신발 한 짝은 나를 위한 선물이 아니라, 엄마가 미처 신지 못한 거구나. 엄마가 너무 급해서 아끼는 신발을 신고는 싶은데 마음이 너무 조급해서 신발도 한짝만 신고 가버린 거구나, 하고요.
그렇다면 언제 다시 엄마가 돌아올지 모르니 엄마를 위해 신발에 가득한 거미줄을 없애는 게 맞는 일이었죠. 엄마가 언제든 돌아오면 바로 신을 수 있게요. 그건 엄마의 물건이니까, 엄마의 발이 시린 계절이 되면 찾으러 올 지도 모르니까요.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엄마가 돌아오더라도, 당신이 너무 오래 집을 비운 게 아니니 미처 신지 못한 신발을 보며 걱정하지 말고 두려워도 말고 집안으로 들어와 잠시 쉬었다 가라고요. 다시 먼 길을 가야하는 지도 모르잖아요.
그런데 제가 신발을 너무 깊은 곳에 숨겨두어서 그랬을까요. 아무리 오래 기다려도 엄마가 벗어두고 간 신발은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거미줄만 계속 만들어냈죠.
- 오종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