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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가
· ISBN : 9791195949977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19-01-31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 슈베르트의 빈
음악도시 빈
창작의 버팀목이 된 친구 그룹
최초의 프리랜서 작곡가?
비더마이어와 3월 혁명 이전기 사이: 음악적 사교 문화
2. 최초의 시도들과 대가의 기운
장르의 체계적인 섭렵
첫 번째 상징: 슈베르트의 가곡
초기 교향곡과 그 배경
3. 위기, 돌파, 자기 결정
베토벤 위기
많은 단편斷片들
미완성 속의 완벽함
4. 비운의 사랑: 음악극
징슈필에서 ‘영웅적, 낭만적 오페라’로
무대의 성공과 무너진 희망
5. 대중을 위한 작곡
대大교향곡을 향하여
실내악과 교향곡
작품 의뢰와 신앙고백 사이
6. 젊은 작곡가의 후기작
대규모 연가곡
미지의 작곡 세계와 마지막 프로젝트
뒤늦은 자각: 슈베르트와 출판업자들
7. 에필로그: 슈베르트 수용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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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그가 선뜻 위험천만한 자유 예술가의 삶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숙학교 시절부터 계속해서 열광적인 친구들과 추종자들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1816년 4월 슈파운은 슈베르트가 괴테의 시에 붙인 곡들을 한 권으로 모아 긴 편지와 함께 이 시성(詩聖)에게 보냈다. 슈파운은 여러 면에서 가장 용의주도하고 적극적인 친구였는데, 그 편지에 대한 답장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만으로도 벌써 확실해졌다. 처음 부모 집에서 나올 때 이미 슈베르트는 평생의 작곡 활동 중에서 상당 부분을 끝낸 상태였다(600개가 넘는 가곡 중에서 200개를 작곡했다). 리히텐탈 청중의 열광적인 반응과 친구들의 부단한 호응과 격려, 더 많은 지인으로부터 작곡 의뢰를 받으면 상당한 사례금을 벌어들일 수 있으리라는 전망 덕분에 어느 정도 안심한 상태에서 교사직을 포기할 수 있었다.
처음 3년 동안의 초기 기악곡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슈베르트의 작업실에 대한 좀 더 깊은 통찰력을 가질 수 있다. 관찰자의 입장과 시각에 따라 그의 작업실은 어수선한 공작실로 비칠 수도 있고, 아니면 기발한 실험실로 보일 수도 있다. 많은 초기작에는 구조의 모호함을 지향하는 슈베르트의 야망이 드러나 있다. 나중에는 이 역시도 성숙한 작곡가의 핵심적인 미학적 특성으로 꼽힐 테지만, 아직은 이 모든 새로운 음조가 구조의 불명확함을 불러올 뿐이었다. 1813년 10월에 작곡한 교향곡 제1번(D. 82)에 가서야 비로소 구조에 대한 통찰력이 생기고(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돌파구였다), 작곡 수단도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된다. 이제 슈베르트가 기악에서 다루는 소나타 형식은 더 이상 제멋대로가 아니라 훨씬 명료해지고, 놀랄 만큼 독특한 음색이 더욱 두드러지게 된다.
베토벤과의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충격적인 깨달음은 슈베르트가 작곡가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에서 진작부터 싹텄다. 진지하고 믿음직한 목격자인 요제프 폰 슈파운은 어린 슈베르트가 남긴 유명한 말을 전해주었다. 그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는지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아마 기숙학교 시절 초반이었을 것이다. “은밀하게, 나는 내가 무언가를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베토벤 이후에 누가 해낼 수 있단 말인가?” 앞뒤 맥락을 따져보면, 이 발언은 열 살 더 많은 슈파운이 슈베르트의 첫 가곡을 열광적으로 칭송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슈베르트는 여기서 “베토벤 이후”의 근본적인 문제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며 비판적으로 이해했다. 비판적인 자기 이해가 이렇게나 일찍, 더군다나 가곡 분야에서 행해졌다는 사실이 어딘가 모르게 석연치 않아 보이지만, 자의식 강한 어린 작곡가의 한숨은 베토벤이라는 철옹성 같은 존재에 대한 깨달음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 당시 깨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베토벤의 의미를 이해했다. 그럼에도 슈베르트 초기작에서는 훗날 슈만과 브람스가 현악 4중주와 교향곡이라는 까다로운 장르를 개척해나가는 긴 여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주저함이나 자기 의심 같은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