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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95995646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7-02-27
책 소개
목차
16. 영원한 것
17. 우리의 기억만이 남아
18.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19. 후일담
외전. 스캔들
후기
책속에서
"유루스."
숨소리 같은 목소리였다. 도무지 두꺼운 나무 문 너머까지 갈 도리 없을 만큼 작은 목소리. 그럼에도 민아는 그런 작은 목소리로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어쩌면 민아는 자신은 지금 이 순간 그의 대답을 바라지 않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루스. 유루스 이올라긴."
너무나도 작은 목소리였기에 당연히도 문 안에선 아무런 대답도 들리지 않았다. 민아는 아주 잠시 동안 문 앞에서 숨을 골랐다가, 유루스의 방 문고리를 잡았다. 그의 방 문고리는 찰칵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걸리는 것 없이 부드럽게 돌아갔다.
문이 열리자 민아는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을 가로질러 걷는 동안 그녀는 기척을 거의 내지 않았다. 어느새 그녀는 유루스가 잠자고 있는 침대 바로 옆까지 다가와 있었다. 민아는 잠든 유루스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살그머니 침대 위에 앉아 그의 머리칼을 매만지기 시작했다. 그의 검은 머리가 우스운 모양으로 뻗어 있었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그동안 피곤했었던 탓인지 얼굴도 아주 살짝 부어 있었다.
민아는 이때가 기회다 싶어 평소에는 거의 볼 수 없는 유루스의 망가진 모습을 실컷 구경했다. 이 사람, 자기관리는 마냥 완벽한 사람인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평소처럼 완벽하게 다듬어진 모습이 아니더라도, 지금 이 모습도 사랑스러웠다.
민아는 가만히 손을 뻗어 그의 잘 뻗은 콧대를 붙잡았다. 처음에는 부드럽게 매만지다가, 나중에는 제법 힘을 주어 꼬집었다. 자는 사이 난데없는 봉변을 당한 유루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감겨 있던 눈을 뜨려고 했다. 민아는 그가 눈꺼풀을 다 들어 올리기 전에, 그대로 그의 코를 붙잡은 채 고개를 기울여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
민아는 이제 막 일어난 유루스가 흠칫 놀라 살짝 몸을 뒤로 물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익숙한 향기 때문인지 입맞춤 때문인지 그는 금방 이 이상한 침입자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두 사람의 입술이 잠깐 달콤하게 맞닿았다가 떨어졌다. 민아는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야 붙잡고 있던 유루스의 코를 놔주었다. 슬슬 벌어지는 입꼬리를 하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유루스가 새빨개진 코를 하곤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옛날에……."
그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 소리만 계속 내고 있었다. 민아도 그의 그런 얼굴을 마주 보며 실없이 웃었다.
"바로 이 방에서, 내가 이러다가 당신에게 뺨을 맞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