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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8328412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14-03-01
책 소개
목차
2. 레단스크로 가는 길
3. 달의 문이 열리는 밤
4. 뮤리온
5-1. 제안
후기
리뷰
책속에서
“네가 「방문자」가 아니었다면 너 같이 건방진 노예를 결코 이렇게 두지는 않았어. 옛날 옛적에 팔아치웠겠지. 하지만 넌 그 주제 모르는 태도를 내가 감안할 정도로 가격이 높기 때문에 참았던 것뿐이야. 상품을 최상의 상태로 관리하는 게 우리 상단의 기본방침이거든.”
“가격, 가격이라고요?”
“그래, 가격. 넌 꽤 돈이 되는 상품이야. 난 너와 이렇게 헤어지게 돼서 꽤 후련해. 슬슬 네 세계의 도덕적인 척, 깨끗한 척하는 말들에 짜증이 나고 있었거든.”
그의 말에 민아는 잠깐이라도 유루스를 친근하게 느꼈던 것을 후회했다. 그 후회 뒤에 밀려오는 것은 배신감이었다. 그가 자신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유루스는 자신의 이야기를 듣던 그 많은 밤 동안 그런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그러기에 민아는 어렴풋이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결국 기만에 불과했다. 민아는 자신의 도덕적 잣대로 그를 평가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그는 민아 세계의 도덕을 오히려 역겹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민아는 그가 조금은 이해해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싫어졌다.
“내 세계에 대해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나요?”
“네 세계는……. 기괴한 세계지. 노예도 없고 왕도 없고 폭력도 없는. 흥미롭기는 했지만, 그뿐이었어. 싸우지 못하는 바보들의 세계에는 이제 관심 없어.”
“싸우지 못하는 바보들이라고요? 그게 평화고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나요? 사람을 사고파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추한 일인지는? 단 한 번이라도 그런 걸 느낀 적은 없나요? 아, 당신은 모르겠군요. 노예가 아니니까. 그들은 당신의 재산일 뿐이니까!”
“그래, 그것들은 내 재산일 뿐이야. 그리고 지금에야 말하는 거지만, 난 네가 이런 식으로 구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아. 넌 어쭙잖게 나를 비난하고, 내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고 해. 내 모든 게 잘못된 거라고. 하지만 넌 틀렸어. 네 세계의 법은 네 세계에 가서나 말해. 여기선 내가 법이고, 내가 하는 모든 것이 다 옳은 일이야. 너도 지금은 내 노예다. 그러니 넌 내 말에 입 다물고 따라야 해. 내가 죽으래도 당장이라도 죽어야 해!”
민아는 잡아채듯 그의 옷소매를 잡았다. 유루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나는, 당신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려고 하고 있었어요. 이 모든 부당함은 당신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하지만 애초에 당신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었군요!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어! 당신은 사람이 아니라, 쓰레기니까!”
“입 다물어!”
유루스는 민아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옷자락에서 거세게 때어냈다. 거의 밀치듯한 그 힘에 민아가 중심을 잃고 그 자리에 나동그라졌다. 민아는 이를 악물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유루스가 민아에게 이런 식으로 구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여태껏 민아에게 소리 한 번 친 적이 없었다.
“왜요? 쓰레기란 말을 들으니까 기분 나쁜가요? 그 정도도 못 참겠나요? 물건 취급받는 나는 어떨 것 같아요?”
“더는 참아줄 수가 없군. 넌 오만하고, 주제도 모르는 여자야. 웬만하면 노예 낙인은 찍지 않으려고 했는데, 넌 그렇게 해서라도 네 위치를 머릿속에 새겨줘야겠어. 내일 아침 해가 뜨자마자 네 등에 낙인을 찍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