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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6008178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8-01-18
책 소개
목차
1 나무를 만나러 가다 6
2 그 남자의 나무 24
3 곁에 단 한 사람도 없는 자유 45
4 사는 거야, 살아남는 거야 67
5 예쁜 꽃이 필 테니까 86
6 복나무가 늘어선 외딴집 106
7 혼자 떠나는 여행 126
8 색을 감춘 나무 144
9 하얀 꽃 161
10 어른을 위한 요람 180
11 나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 199
12 연극을 해야 해 215
13 참 멋진 구름이지 않아? 234
14 무대 위에 내가 서 있다 251
15 쓰러진 나무 269
16 영원히 등을 돌린 채 291
17 스스로 살아갈 것 302
18 새로운 나 315
옮긴이의 말 332
리뷰
책속에서
처음 만나 손을 잡고 키스를 나눴다. 그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물을 듬뿍 빨아 먹은 나무처럼 되살아났다. 요스케도 다시 태어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날 어떻게 한 거야? 내가 당신에게 흘려보낸 건 뭐지? 우리 둘이서 뭘 한 거지?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다. 온몸이 하얀 돛단배로 변신한 듯한 기분이었다. 언덕 아래로 푸른 바다가 보였다.
그래, 그 향기. 때죽나무의 향기. 흰 때죽나무꽃의 청초한 향기. 오월의 밤바람은 아직 차다. 분명히 부엌 창문을 다 닫았는데 꽃향기가 어디로 들어오는 걸까. 어떻게 그 향기가 여기까지 닿았을까. 어디로 스며든 걸까. 반쯤 물에 잠긴 꿈속의 작은 배를 타고 흔들흔들 흔들리면서 나는 이름 모를 강 위를 떠내려가고 있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나는 벌거벗고 있었다. 부끄러웠지만 몸을 덮을 천 조각 하나 없다. 마치 벚꽃 필 무렵처럼 흐린 하늘에서 때때로 희미한 빛이 비쳐 들어온다.
그에게서 큰 파도가 밀려왔다. 그 파도가 철썩하고 내 온몸을 적신다. 그 멋진 관능의 바다에서 나는 어떻게 헤어 나올 것인가. 나는 모른다.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나 씨 뒤로 펼쳐진 바다를 보며 나는 다시 여행을 떠 나리라 생각했다. 떠돌며 다시 태어나는 거다. 데굴데굴 굴러가리라. 단단하고 작은 하나의 돌멩이처럼. 매일 환생하고, 또다시 태어나면서. 저 황홀한 바다 건너 이 세상 끝까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