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6037956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18-07-05
책 소개
목차
1부, 대포리 고물장수
통영의 아침에 비내리다 13
신오우가 15
일장춘몽 17
비자림을 지나며 19
배다리연가 20
레테의 강 21
빈집은 7시49분이다 23
대포리 고물장수 25
영주상회변천사 27
신촌사진관 29
청진호를 보다 31
쓰러진 자전거 33
가로등자동점멸기 35
시외버스90번 36
생태공원에 가다 38
마당 40
백악기 42
껍뚜기 44
2부, 구절초 스텝
달의 뒷면을 보다 47
아내가 물었다 49
이름표 50
시월 51
섬집엄마 53
구절초 스텝 55
왕버들 인증 샷 56
체감온도 58
철쭉은 봄날에 피더라 59
페미니스트 61
거 참 63
그 애 65
가장 기쁜 날 66
3부, 십 분 전
지하철역 나무의자에서 립스틱을 바르는 여자 69
스마트폰과 여자 71
조지 다이어의 머리에 대한 연구 73
십 분 전 75
이젠 고개 숙이지 마 77
마트로시카 79
박하사탕 80
해남여자 82
나는 노파를 보지 못했다 83
담배꽁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85
여름벽화 86
상중지회 87
오월 89
달 꼬리 91
망둥이 마르다 93
컬러링 95
4부, 현수막
현수막 1 -어떤상호- 99
현수막 2 -현수막 마당놀이- 101
현수막 3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104
현수막 4 –뿌잉뿌잉- 106
현수막 5 -땅땅땅 부동산- 108
현수막 6 -No smoking- 110
현수막 7 –달빛서간체- 112
현수막 8 -목격자를 찾습니다- 113
현수막 9 -키치하세요- 115
현수막 10 -타이어와 바지- 116
현수막 11 -하브루타- 117
현수막 12 -연립맨션분양광고- 118
현수막 13 -산오징어- 120
언 게이트 122
된장녀 이야기 124
해설│이재훈 125
저자소개
책속에서
통영의 아침에 비 내리다
가끔은 타관에 발을 묶기도 하는데
밤새 귀 밝히던 벽 너머 여관방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바다는 흠씬 비를 맞고
나는 기침을 하며 모로 눕는다
그래도 통영 아침이 좋은 것은
백일재비 젖내 같은 바다냄새
아지메복국집 뚝배기 끓는 소리
밥공기를 내려놓는 주인여자 가슴선에서 일어선 수평선
발 묶여 마음 부산한 고깃배처럼
비 오는 통영, 아침밥을 먹고 일어나
바람 맛도 짭짤한* 등대섬 너머로 표류해 볼까
부두 한쪽에 저물 때까지 마음 묶어 둘까
새벽 어시장
도미 가자미 놀래미 전복
다 팔려가고 남은 좋은 비린내
어쩌다 고래만한 돼지꿈도 그물을 따라 온다는
뱃사람 투박한 사투리
타관 같지가 않아 가끔은 통영에 발을 묶기도 하는데
* 백석의 시 「통영」에서 인용
신오우가(新五友歌)
먼 편복(蝙蝠) 땅에 다섯 귀(鬼)가 살았다.
하루는 유생(鸓鼪)이 말했다. 너희 다섯은 그네를 잘 타니 서지자지천지보지*(鼠知自知天知椺知)다.
원조(原蚤)가 잘난 체 모두를 훑어보며 말했다. 그네를 뛰며 앞으로 나가면 개똥밭이 보이고 뒤로 물리면 진흙 밭이 보인다네,
어젯밤에 쥐 한마리가 그네 줄을 쏠고 담장을 넘어갔다.
비비(非蜚)가 말했다. 뛰어봤자 손바닥 안이다. 앞으로 나갈 때 개똥밭에 네 간 떨어진 것을 너만 모르지, 간도 없이 쓸개위해 그네 뛰지 마라, 달맞이꽃 피었다고 달밤인 줄 아느냐?
귀 기울여 듣고 있던 유생이 말했다. 진흙 밭과 개똥밭은 밥이 만든 시대. 서지자지천지보지다.
진문(眞蚊)이 얼른 나서며 말했다. 담장 넘어간 쥐야! 낮잠 자는 나를 깨우지 마라, 곧 네 발밑이 가라앉을 거다. 널뛰지 말고 가만히 있어, 쥐구멍 무너진다.
신승(新蠅)이 두 손을 살살 비비며 말했다. 달력처럼 이름을 걸었으면 낯짝이 있고 콧등이 있어야 하는 법, 말(馬)꼬리에 붙어서 천리를 가는 나다. 파리 날리지 마라, 너희가 그네 뛸 때 너희 콧잔등에 앉아있다.
종슬(從蝨)이 이말 듣고 같잖게 쾅쾅 가슴을 치며 말했다. 나는 빈대 붙어 초가삼간을 다 태우고도 남는 이다. 신승(新蠅)아! 예부터 파리 목숨은 목숨이 아니란다. 내로남불하며 한나절 밭을 갈았으니 호박씨나 까 거라!
그 말을 다 듣고 난 뒤 유생이 말했다. 너희는 그네를 타며 담장 넘어 알은 체 캐 발리니 사람이 되겠느냐?
* 天知地知我知子知에서 생각을 얻다-쥐가 알고, 네가 알고, 하늘이 알고, 대들보가 안다.
일장춘몽
북부간선도로 봉화산역근처 삼거리는
방음벽에 갇힌 마사이마라다
지금은 길짐승무리의 발정기
들이대고 밀어내며 서로의 몸 합치는 길
빨간 후미등에 달라붙어 헐떡거리다
후끈 달아올라 식식 대는 하얀색 천마*
끼어들까 눈 부릅뜬다
버들강아지 피던 달밤
입술이 쌉쌀하다며 콧등으로 웃던 그 계집애 같은
벚꽃 한 잎이 운전석 앞창에 피었다
가장자리 벌써 말라가는 꽃잎
첫 경험의 흔적 같은 저 분홍이
팔짱끼고 바라보듯 유리창에 달라붙어
위로의 한 말씀
일장춘몽
남기고 떠나간 봉화산역근처
아랫배 움츠리며 삼거리 깊숙하게 올라탄 차창에
그날 밤처럼 불쑥 다녀간 꽃잎
그래봤자, 이 울화를, 이 다급함을 어찌하겠는가
노란 방향등 깜빡이며 안달하는 검정색 지프
창문을 내리고 반짝 별 하나 뜨듯 흔드는 저 하얀 손
숲속 갈라진 삼거리에 바싹 끼워주고 싶어
일장춘몽
꾹, 브레이크를 밟았다.
* 현대자동차 에쿠스(라틴어)의 우리말 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