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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6037987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19-06-24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풍등/ 14
봄날/16
고사목/18
태고사 가는 길/20
백령도/22
바람/23
지게/25
낙가산/27
멈춰 흐르는 시간/28
장구너머 포구/30
패랭이 꽃/32
2부
광장에서의 자유/36
북포리/38
다랭이 마을/40
제일 여인숙/42
하동 강노인/44
발동기/46
연산 대장간/47
살구쟁이/49
전복/52
연탄/54
덫/56
나비/58
월래月來/60
파스탕 계곡/62
용흥궁 공원/64
키르케의 마법/66
금강/68
3부
불보필름 녹터눔으로 부터의 자유/72
게 같은 날/74
30년 후/76
칼을 품다/78
화투 점/80
고욤나무 아래에서 기다려 보는 것/82
꽃무릇/83
18k/85
직육면체/87
길1/89
길2/91
그림자/93
바쁜 놈은 모자란 놈이다/95
장어/96
토사곽란/97
악몽/98
냄새/100
그리하라 하시어서/101
하루/102
아!/104
4부
아버지1/108
아버지2/110
아버지3/112
아버지4/114
어머니1/116
어머니2/118
전주댁/120
언달/123
딸에게/125
북소리/127
군불/128
고라니/130
하나/131
김장/132
해설-김익균/134
저자소개
책속에서
바쁜 놈은 모자란 놈이다
계성스님과 목적지도 없이 떠난 행각行脚
소식 듣고 점심 공양 나온 정읍 신도 부부에게
큰스님이 손수 담근 순무김치 한 단지 내려놓는다
지난 가을 유난히도 뜨거웠던 내장산이
흰 눈에 덮여있고
키 큰 소나무에 쌓인 눈은 흰 구름처럼 떠있다
절 입구
수행자처럼 혼자서 노랬던 은행나무 꼭대기에
까치집이 동짓달 큰스님 법문처럼 앉아 있다
싸구려 민박집 윗목에 배를 깔고
너덜거리는 시詩를 꿰매려는 나에게
“바쁜 놈은 모자란 놈이다” 라며
스님이 모로 누워 잠든다
아버지 1
-서예
날다 지친 쇠백로,
물앵초 가득한 물가에서 흰 댕기 깃 뒤로 날리며
까만 두 다리를 물속에 담그고 있다
물안개 속 그물을 걷는 어부처럼
진하게 먹물 바른 장필 긴 부리로 작은 버들치를 잡는다
버들치는 자꾸만 부리에서 빠져 나가고
귀 먹어 입 닫은 채 살아왔다
갈라진 흙담 사이
구부러진 햇빛은 흙먼지와 섞여 하나가 되고
말이 거추장스럽다는 듯
음표사이 두 입술을 포갠 아버지의 숨소리가
부처꽃처럼 흔들렸다
을묘년 구월 열 아흐렛날 늦은 밤
술 취한 목각오뚝이처럼, 아버지
오래 된 느티나무 아래 웅크리고 앉아 우는 것을 보았다
달빛에 젖어 휘청거리며 돌아 온 아버지
어머니 무릎을 베고 누워있었다
붉은 노을이 창문 사이로 파고들어 두껍게 쌓인다
뚝뚝 떨어지는 먹물은 화선지위에서 번져나가고
성근 붓질은 글씨 인 듯 그림 인 듯
기름종개가 되어 꿈틀 거린다
지친 쇠백로는 물안개 속에서
비틀어진 획을 떠받치며
노을 속으로 자꾸만 사라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