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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6123413
· 쪽수 : 332쪽
· 출판일 : 2017-09-10
책 소개
목차
1. 떨어뜨리다
2. 달구다
3. 태우다
4. 멈추다
5. 매달다
6. 폭로하다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미쓰자키의 메스는 교과서 같은 Y자 절개를 선보였다. 마코토는 눈으로 그의 손을 따라가면서 한편으로 시신이 된 사쿠라 아유미를 떠올렸다. 아직 열여섯 살의 인기 절정 아이돌이었다. 살아 있었으면 평범한 여자아이보다 다채롭고 스케일이 큰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저 부검대 위에서 배를 열고 속을 드러내고 있다. 분명 원통할 것이다. 그 원통함
을 풀어 주기 위해서라도 시신에 남은 모든 정보를 밝혀내야 한다. 거꾸로 떨어진 탓에 외적 손상은 머리에 집중돼 있지만 몸무게의 몇 배나 되는 충격을 받았으니 장기 손상도 피할 수 없다. 갈비뼈에 눌려 변형된 장기도 있다. 복부 팽만은 그러한장기 변형에 따른 증상이었다. 미쓰자키의 메스가 하복부를 향했다. 잠시 후 자궁이 드러나자 마코토의 눈이 커졌다.
마코토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역시 사무국장이 자백한 대로 목이 졸려 사망했네요.”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미쓰자키가 마코토를 째려봤다. “이까짓 소견으로 벌써 판별하겠다고?”
“네?”
“개두로 이동한다.”
미쓰자키는 무슨 이유로 두개골 안을 확인하려는 걸까. 마코토는 영문도 모른 채 전동 톱을
준비했다. 이미 두개골이 드러나 있어서 탄화 부분을 제거하기만 하면 된다. 전동 톱 소리
가 평소보다 경쾌하게 들리는 건 역시 뼈가 쇠약해졌다는 증거다. 이윽고 골막이 벗겨지고 경막이 드러났다. 두개골을 통해 열이 전달됐는지 뇌는 시커메져
있었다. 미쓰자키는 빠른 손놀림으로 경막을 잘랐다. 뇌의 어느 부분을 보려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미쓰자키가 불현듯 입을 열었다. “뇌를 꺼낸다.”
“네?”
“도와.”
뭐가 뭔지 모르면서도 마코토는 시키는 대로 뇌 한쪽에 손을 집어넣었다. 장갑 너머로 느껴
지는 뇌의 감촉은 묘한 비유지만 구운 두부와 비슷했다. 이것으로 불고기에 이어 두부 요리
도 당분간 먹지 못하게 됐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이죠?”
그때 부검실 정리를 마치고 나온 캐시가 단박에 고테가와를 발견했다. “헬로, 고테가와 형사님. 또 부검 요청입니까?”
“아뇨, 오늘은…….”
“아닙니까? 그럼 마코토와 데이트라도 하러 왔습니까?”
그러자 마코토와 고테가와가 동시에“캐시 교수님!” 하고 외쳤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답이 안 나오는 문제가 있어서 상담하러 왔습니다.”
“원래 여자의 마음은 해답이 그리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그게 아니라요! 음, 이미 화장해 버린 시신을 부검하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이번에는 마코토와 캐시가 동시에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말을 하시는가 싶었더니…….”
“고테가와 형사님. 당신은 법의학을 수상쩍은 중세 마술과 도매금으로 취급합니까?”
“아뇨. 그러니까 얘기를 좀 끝까지 들어 주십쇼. 실은 이번 일에도 커렉터가 엮여 있는데, 순서가 뒤로 밀렸습니다.”
들어보니 사건 자체는 올해 3월에 일어났다고 한다. 석 달이나 지났다면 시신을 이미 화장
했어도 이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