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미국여행 > 미국여행 에세이
· ISBN : 9791196301101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18-03-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어쩌다 둘째, 그래서 여행 ...8
colorful state 콜로라도 주
덴버와 고산병 ...14
피크 투 피크 하이웨이 ...20
트레일 릿지 로드 ...26
70번 주간고속도로 옆 휴게소 ...40
마룬벨스 ...48
인근에서 가장 친절한 마을, 호치키스 ...60
밀리언 달러 하이웨이 ...66
푸른 대지, 메사 베르데 ...74
beehive state 유타 주
델리키트 아치 트레일 ...84
캐니언랜즈에서 주유소 찾기 ...92
우연히 모키 더그웨이 ...98
모뉴먼트 밸리 ...104
사라진 협곡, 떠오른 호수 ...112
혹시 그랜드 캐니언 노스림에 가봤어요? ...118
신들의 정원, 자이언 캐니언 ...126
뉴욕보다 12번 도로 ...130
침니 락 트레일, 아니 고행길 ...134
89번 도로 ...142
cowboy state 와이오밍 주
스네이크 강변 캠핑 ...152
슬픈 버팔로 ...158
그랜드 프리즈매틱 스프링 ...164
말라버린 온천, 매머드 핫스프링 ...170
treasure state 몬테나 주
몬테나 드라이브 ...178
고잉 투 더 선 로드 ...184
evergreen state 워싱턴 주
잠 못 드는 도시, 시애틀 ...194
레이니어 트레킹 ...202
beaver state 오리건 주
아스토리아 ...212
신들의 다리 ...218
크레이터 레이크 ...224
golden state 캘리포니아 주
레드우드 드라이브 ...232
여행의 로망, 금문교 ...242
샌프란시스코앓이 ...252
요세미티 타이오가 로드 ...260
글레이셔 포인트 ...270
킹스 캐니언 시닉 바이웨이 ...278
제너럴 하이웨이 ...284
캘리포니아 1번 도로 ...290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 ...298
에필로그. 여행, 언제나 내게 전부였기에 ...30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스무 살 그 시절엔 한 번도 꿈꾸지 않았던 인생을, 결코 닮고 싶지 않았던 내 엄마 같은 인생을, 어쩌다 보니 지금 내가 걸어가고 있다. 아무리 봐도 뻔하디 뻔한, 진부하고 지루한 인생을! 그리고 그런 삶을 근근이 버텨내고 있는 내 자신이 때때로 낯설다.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즐겁게 살 거라던 청춘의 외침은, 더 이상 들리지 않을 만큼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은 지 오래다. 무엇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흔들리지 않는다는 나이 불혹을 훌쩍 넘긴 지금도 여전히 모르겠다.
예전의 나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천천히 가라앉는 배처럼, 그렇게 서서히 가라앉는 줄도 모른 채 바닥으로 내려앉은 것일까? 인생이란 게 결국 이런 건가? 이제는 깊은 무력감만이 오랜 친구처럼 내 곁을 지키고 있다. 그저 두 아이의 엄마로, 내 엄마같은 인생을 살아내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한다는 건, 솔직히 생각만큼 즐겁지는 않다. 여행지에서 맛보는 낭만과 여유? 그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여행에선 애초에 기대하면 안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길가에 펼쳐진 멋진 풍경들에 도취해 한껏 기분을 낼까 하다가도, 차 안이 떠나갈 듯 소리를 내지르는 아이들 때문에 머리가 터질 것만 같은 순간도 부지기수다. 혹자는, 그런데 왜 굳이 아이들까지 줄줄이 데리고 여행을 가세요? 라고 물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게 말이다.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나 혼자 혹은 남편과 단둘이 여행을 나오면 꽤 오랫동안 기대했던 여행조차 맥없이 싱겁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어느새 집에 두고 온 아이들 생각에 여행이 퍽이나 재미없어진다는 사실에 때로는 당혹스럽기도 했다. 이건 대체 왜 그러는 건가요? 라고 나부터가 그 이유가 궁금해서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집을 나서는 순간만 해도 이제 아이들 일이라고는 싹 다 잊고 재미있게 놀다 와야지 했지만, 만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그리워지니 말이다.
한때 내가 꿈꾸었던 ‘인생’이라는 것이, 고작 이런 것이었나? 한없이 교만했던 자신을 조금씩 깨달아 가는 과정. 인생이란 결국 교만했던 자신을 내려놓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왜 그 누구도 내게 미리 알려주지 않았던 걸까? 부모님도, 선생님도, 먼저 인생을 살아본 인생선배 그 누구도. 고작, 젊은 나에게, 좋은 때다, 라는 (철없다는 충고인지 질투인지 모를) 그런 아리송한 말만 해주고 만 것일까? 그래, 잘난 너도 인생의 쓴맛을 직접 느껴 봐라, 뭐 그런 심정들이었을까?
아무튼, 지금은 그때 그 산에서 만난 아저씨보다 더 나이를 먹어버린 내가, 저 까마득한 바위산으로 둘러싸인 자이언 협곡 어느 강가에 주저앉아 지난 시간들을 후회하고 있다. 그사이 강물은 저만치 흘러가버렸고, 삶도 저만치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