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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희곡 > 한국희곡
· ISBN : 9791196385538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1. 어느 일요일 아침에
2. 바다의 노래
3. 나와 그 사람 사이의 일들
4. 진달래꽃
5. 감시자
6. 환절기
7. 관습적 가정
8. 황사
9. 모기
창작 비하인드
출판사 서평
저자소개
책속에서
❝딸 그러지 마!
바닥에 떨어진 수건을 냉큼 주워들고 엄마의 얼굴을 박박 문지른다.
딸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왜 울어? 아니야, 눈물 아니야. 때 되면 흘러나오는 오줌 같은거잖아. 꾹 짜면 비죽비죽 새는 수세미의 더러운 물기 같은 거잖아.
몇 번이고 문지른 후 가만히 엄마의 얼굴을 내려다본다.
딸 뱀이 벗어놓고 간 허물은 뱀의 형상을 하고 있어도 뱀은 아니잖아.
- <어느 일요일 아침에> 중에서 ❞
❝인호 (뿌리치며) 차가운 죽음에 뜨겁게 데고 싶은 어리석은 몸뚱이!
광자 왜 이렇게 바보야? 왜 남들처럼 잊으면서 못 사냐고?
인호 (잠깐 제정신이 돌아와서 맑게) 인생이 내 건 줄 알았던 적이 있었어. 아니, 한때는 분명 내 것이었을 거야. 내가 남들에게 했던 모든 위선과 비겁함이 결국 나 자신에게 저지른 죄라는 걸 알았을 땐 모든 게 엉망이 돼버린 뒤였어. 그리고 인생은 내 것이 아니었지.
광자 이제부터 잘하면 되지. 내가 도와줄게. 예?
인호 넌 날 무시해야 했어. 세상에 나란 존재가 없는 것처럼 못본 척하지 그랬어. 내 상처가 더 이상 아프지 않을 때까지. 다시 내가 멀쩡해질 때까지.
광자 그래서 안아주겠다잖아. 다 나을 때까지 내 옆에서 쉬라 그러잖아.
인호 너는 묵은 내 모습을 일깨우는 지독한 거울이야…….
- <바다의 노래> 중에서❞
❝조명이 파스텔 색조로 바뀌며 나는 만취해서 환상의 세계로 빠진다. 몽롱한 눈으로 성훈을 바라본다.
소리 (속삭이는 에코) 말해줄 수가 없었어, 말해줄 수가…….
내가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를 흔들자, 조명이 원래대로 바뀐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뜨겁게 성훈을 바라본다.
성훈 내가 도망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결혼을 두려워하는 거라고? (의아해서) 그런데 아까부터 이상하게 보시네요?
나 그래! 증거가 필요했던 거였어!
성훈 증거요? 결혼이 두렵지 않다는 증거 말인가요?
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는증거. 바로 너 말이야. 일어나봐.
성훈 잠깐만요. 취하신 것 같은데……. 이러려고 같이 온 게 아니잖아요.
나 (눈을 질끈 감고) 나 좀 안아줘. 나는 결혼을 원하지도 않고, 너한테 따로 바라는 것도 없어. 그냥 안아주기만 하면 돼. 딱 한 번만. (성훈의 바지춤으로 손을 뻗는다)
- <나와 그 사람 사이의 일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