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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6462611
· 쪽수 : 296쪽
책 소개
목차
2018 서귀포문학공모전 당선작: 바람이 깎은 달 | 5
2018 전태일 문학상 소설 부문 당선작:악어 | 85
2015 한국소설 신인상: 샤이 레이디 | 199
작가의 변: 소설처럼 사는 법 | 26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바람이 깎은 달>
전전긍긍하는 내가 한심했다. 철저히 혼자 내팽겨진 느낌이었다. 가족의 해체는 이렇게 진행되는 것인가. 나는 원인을 더듬었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 따져보았다. 모든 게 내 탓인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했다. 내 탓이 아니라면 억울한 마음이 생길 법도 한데 오히려 나를 괴롭히는 건 슬픔에 가까웠다. 그 슬픔은 공포와 몹시도 닮아 있었다. 뉴스에 자주 나오는 독거노인의 최후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혼자 지내다 추레하게 맞이하는 죽음. 피할 수도 없는…. 그것은 분명 유폐였다.
한때 유배지였던 제주, 나는 문득 섬에 갇혀버린 느낌이 들었다. 그림 한 점이 머릿속을 표백했다. 세한도를 보며 나는 제주에서 귀양살이하던 추사의 고독을 생각했었다.
“어멍을 원망하지 않는댄 허멍, 가이가 죽 그릇에 눈물을 뚝뚝 떨구더라고. 내 숟가락질이 기냥 느려지는디…. 죽을 다 먹이고 나면 보내야 할 자식이라. 가이 얼굴을 꼼꼼히 눈에 새겨 넣었어. 가이도 눌러 붙은 냄비 바닥을 천천히 긁더라고. 아주 처언천히. 숟가락 지나간 자리를 긁고 또 긁고…. 그 소리가 내 가슴 속을 후비고 또 후비고….
그러고는 일주일 뒤 딸신디(딸한테) 전화를 받았어. 지네(자기) 동생이 고향집에 다녀간 다음날 뒷산에 올라가 목을 맸댄 허는….
엄마 이젠 올라오지 마. 그러고는 전화가 뚝허고 끊어지는디, 그냥 꿈이랜 허믄 좋을 건디….”
숙소로 돌아온 아내가 밤새 흐느꼈다. 삼십 년이나 지난 이야기라며 나는 아내의 등을 쓰다듬었지만 내게도 잠은 오지 않았다.
“그 집을 떠나면 아들이 영영 못 찾아올 것 같대요.”
<악어>
투투가 내게 경고를 날렸다.
“도시의 물건을 부족민들 앞에 함부로 꺼내 보이지 마세요.”
말투야 부드러웠지만 뼈가 있었다. 나는 움찔했다. 그가 아편 운운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기도 몹시 조심스럽게 사용한다고 했다. 문명의 찌꺼기들은 인화성과 파급력이 강해 어떤 폭발을 일으킬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가 추장에게 위스키를 전달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가 아랫마을로 가져간 설탕과 소금 등이 어떻게 분배되는지도 나의 관심사였다. 아편이라…, 모든 마약이란 잘 쓰면 보약이고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이곳에 들여온 문명의 배설물을 누가 어떤 용도로 사용케 할 것인가. 나는 강을 내려다보며 양측의 수뇌부를 이용할 꼼수를 뾰족하게 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