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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6518172
· 쪽수 : 472쪽
· 출판일 : 2020-07-10
책 소개
목차
15_ 지뢰를 밟은 사람
43_ 조강지처
67_ 복원 수술
87_버림
107_여인의 향기
135_절망
157_보복
183_현명한 여자
203_임무
229_혼돈
263_콩가루 집안
281_캠프파이어
309_ 미친갱이
357_재떨이
383_낯설은 전화)
383_생일선물
411_산행
435_출도
464-부록
저자소개
책속에서
“정 중사?”
자신을 부르는 남자 목소리에 그녀는 들여다보고 있던 낡은 명함을 주머니에 찔려 넣고 몸을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엔 환갑 정도의 사나이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 사내를 본 그녀는 얼른 봐도 서은섭 회장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전차로 쏴도 끄떡없을 호화로운 건물에서 근엄한 걸음걸이로 잔디 마당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집과 정원 엄청나네요. 역시 국회의원 하신 분이라서 인지 다르네요. 그런 거하면 눈먼 돈이 트럭으로 굴러들어오나 봐요.”
“트럭이란 용어는 좀 그렇구먼. 사과 상자라면 몰라도.”
“차떼기 정당이란 말도 있잖아요.”
얼룩무늬의 전투복으로 몸에 걸친 자그마한 얼굴에 동전처럼 동그란 검은 안경을 찼고, 머리에 검은 베레모를 쓰고 있어, 얼른 보아도 특전사 여자군인이다. 서 회장이 노란 은행나무잎을 밟고 다가오자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얼굴에 힘을 주었다.
“군복을 입은 정 중사는 참 멋지단 말이야?”
그는 뱀의 혀처럼 날름 입술에다 침을 발랐다. 그리고 침을 꿀꺽하고 삼키자 목울대가 상하로 움직였다. 그리고 눈매가 너무 선정적이었다.
재밌고 놀랍다. 날씬하고 새하얀 두 다리를 쭉 뻗고 의자에 앉아 있기 때문에 등을 대고 편하게 기댄 자세의 나는 그녀의 예쁜 다리를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그녀는 뽀얀 살결의 맨다리에 어울리는 하얀 발목 양말에 무난한 스니커즈를 신었다. 청치마는 무릎 위 허벅지를 덮었기 때문에 소녀의 하얀 허벅지 안쪽을 직접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가지런하게 뻗은 예쁜 정강이와 무릎뼈가 모난 곳 없이 참 예쁠 것으로 생각했다.
무릎과 이어진 허벅지 일부는 뜻밖에 육감적인 매력도 느껴졌다. 흔히들 다리가 예쁜 여자라도 정자세로 일어섰을 때는 무릎에 원숭이가 있는 등의 불명예를 당하는 일도 허다한데, 이 아가씨는 굴욕 없는 미끈한 다리가 근사했다.
무릎까지 덮인 꽃무늬의 헐렁한 치마에 몸에 비해 큰 밤색의 블라우스를 걸친 그녀는 인형과 손가방을 가슴에 안은 성아는 목장 입구의 철문 앞에서 웅크리고 앉았다. 철문 안쪽 깊숙한 곳에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주택이 있었고, 주택 오른쪽 철망으로 지어진 규모가 큰 울타리 안에는 울창한 숲으로 이어진 정원이 보였다. 그 옆으로 담쟁이 넝쿨나무가 지붕까지 덮은 주택의 출입문은 굳게 닫혀있고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집안의 도베르만(개)들이 그녀의 인기척을 느끼고 짖어대기 시작했다. 도베르만들의 사납게 짖어대는 소리가 골짜기에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