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3612095
· 쪽수 : 497쪽
· 출판일 : 2025-03-25
책 소개
목차
1부. 정사(情事)
009 ___ 미태
027 ___ 습
043 ___ 향기
053 ___ 아빠의 여자
067 ___ 천둥과 번개
085 ___ 이혼한 사이
105 ___ 잘못
123 ___ 원룸
2부. 살기(殺氣)
145 ___ 승천교
163 ___ 힘줄
175 ___ 민박집
201 ___ 변신
225 ___ 면접 보러 가는 길
239 ___ 적출
3부. 말기(末期)
255 ___ 살구 사탕
275 ___ 태몽
295 ___ 버팀목
311 ___ 제주도 여행
4부. 치정(癡情)
329 ___ 슬픈 마술사
343 ___ 통로방
367 ___ 접대녀
381 ___ 잃어버린 간
397 ___ 초밥 접시
5부 춘정(春情)
417 ___ 퍼즐
431 ___ 엄지발톱
447 ___ 숙모
469 ___ 그네
저자소개
책속에서
일단 대타가 나온다고 했으니까 좀 기다려 보기로 하고 나도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딸랑딸랑. 어느 가게에나 있을 법한 손님을 맞이하는 맑은 벨 소리가 가게 안을 울리고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주위를 둘러보던 나는 자연스레 그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뭐지. 그곳에는 한 명의 여자가 서 있었다. 마치 검은색으로 염색이라도 한양 새까만 흑발을 가슴께까지 길게 늘어뜨린 그녀는 누군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누굴 찾나? 나는 얼마 남지 않은 냉커피를 빨대로 살짝 빨아 먹으며 좀 더 주의 깊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유는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곳에 서 있는 여자는 사람의 시선을 끄는 묘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카페 안에 몇몇 사람들이 그녀를 호기심 여린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좀 야하다. 가슴께까지 늘어뜨린 새까만 흑발과 대비되는 새빨간 끈 나시와 보기만 해도 아찔함이 드는 짧은 진청색의 미니스커트는 마치 타이즈라도 되는 양 온몸의 딱 달라붙어 매력적인 여성의 굴곡을 여실하게 드러내 요염한 지체만이 낼 수 있는 자극적인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와, 저런 걸 관능적이다고 하는 건가? 가끔 티브이에서 섹시, 성적 매력을 풍기며 입은 것 같지도 않은 옷들을 입고 나와 몸을 흔들고 비비는 것을 보기는 했지만 한 번도 그런 걸 보고 흥분된다거나 성적 매력을 풍기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뭐랄까. 섹시라는 단어 하나에 안간힘을 쓰는 그런 모습들이 오히려 추해 보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지금 저기 입구에 서 있는 여자는 달랐다.
티브이에 나오는 여느 여자들처럼 옷을 입은 건지 벗은 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노출이 심한 것은 아니었다. 약간 거리가 있어 잘 보이진 않지만 시원스럽게 어깨를 드러낸 끈 나시는 가슴이 파여 있긴 했어도 천 하나만 가슴에 두르고 다니는 여자들만큼 심하다 싶을 정도는 아니었고, 치마 역시 짧긴 했어도 더운 여름에 남의 눈 생각 안 하고 닥치고 초미니 하며 벗은 듯 입고 다니는 여자들에 비하면 긴 편이었다. 말하자면 적당히 가리고 적당히 드러낸 그런 옷차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옷차림은 오히려 그런 것들보다 더 자극적이었다. 햇빛에 적당히 그을린 듯 구릿빛 피부는 야생마 같은 탄력이 느껴지는 동시에 뇌쇄적인 섹시함을 풍기고 있었고, 곳곳에는 남자의 눈을 미혹시킬만한 여자만이 가질 수 있는, 아니 그녀만이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은 짙고 야한 페로몬을 풍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몸 자체가 야한 느낌이라고 할까? 이것 저곳에서 남자의 음심을 자극하는 듯 에로틱함이 풍겨오는 느낌이었다. 거기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도도한 자태가 플러스 효과를 내어 그런 위험스런 에로틱함을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느낀 것이 나만이 아닌지 카페의 곳곳에서는 갑자기 등장한 그녀의 정체를 궁금해하며 묘하게 흥분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개중에는 여자친구의 타박에도 상관없다는 듯 남자의 상상을 자극하는 짧은 치마 밑으로 드러난 미끈한 다리를 노골적으로 훑으며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고, 훤히 드러낸 어깨의 살결을 보며 침을 흘리는 듯 몽롱한 표정을 짓는 이들도 보였다.
‘하여튼 사내놈들이란 난리도 아니네.’
그만큼 눈앞의 미녀는 뭇 남성의 성감을 자극하는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또한 그런 음흉한 시선들을 모르는지 아니면 익숙해져 있는 건지 오히려 상관없다는 듯 그런 시선들 보란 듯이 당당하게 자신의 미태를 뿜어 내보내고 있었다.
누구인지 몰라도 저 여자 남자친구는 좋겠다. 아주 밤에 죽어나겠네. 저 정도면 하루에 10번도 더 넘게 달려들겠다.
하늘하늘 상큼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의 갈색빛의 롱 웨이브. 갸름하면서도 둥글한 인상의 귀엽고 청아한 느낌의 여성은 발랄한 느낌의 핑크빛 니트에 깨끗한 느낌의 너풀거리는 하얀색 플레어스커트를 입은 그녀는 십여 평 정도의 화실에 나무 의자에 앉아 그녀는 울지 않았다. 고작 두세 방울의 눈물을 흘린 후 비정상적일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일어섰다. 정리할 것이 별로 없는 실내를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쓸고 닦았다. 그런 그녀를 가만히 눈으로만 쫓던 그는 어두운 얼굴로 열심히 창문 틈 창틀을 닦고 있는 그녀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그녀의 가느다란 팔을 조심스레 살짝 잡았다.
들어올 때 문고리를 돌리는 것만큼이나 옷을 벗는 모습이 힘겨워 보였지만, 이 기운 넘치는 취객은 어느덧 아담한 가슴을 감추고 있는 브래지어와 가슴에 비해 탄력 넘치는 엉덩이를 감싸고 있는 팬티만을 남겨 두었다. 그런 차림의 취객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가 누워있는 침대에 누었다. 그런데 발에 걸리적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걸 발로 몇 번이고 차 내던 이 용감무쌍한 취객은 갑자기 이불을 확 들춰보았다.
이불 속의 그는 평소대로 알몸으로 자는 중이었고, 제대로 보기나 한 것인지, 이 취객은 놀라는 것이 아니라 씨익 한번 웃더니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남아 있던 브래지어와 팬티를 마저 벗어버렸다.
이제야 옷이라는 굴레에서 해방된 가슴은 작지만 예쁜 사과가 반씩 쪼개어 붙여 놓은 듯한 풋풋함이 있었고, 전체적인 몸매는 그저 삐쩍 마르기만 한 보통의 여자들과는 달리 오랫동안 해온 운동으로 가꿔진 듯한 군더더기 없는 매력적인 육체였다. 그런 나신이 되자 어두운 방을 환하게 만들 정도로 빛이 났다. 게다가 깔끔하게 정리되어있는 가운데 둔덕 위의 음모는 그 존재만으로도 뭇 남성들에게 최고의 흥분제 역할을 할 것이 자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