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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6717308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19-07-05
책 소개
목차
1. 데스미션 - 죽어야 하는 남자들
2. 옮긴이의 말 - 우리 곁에 스며든 악의 충동
리뷰
책속에서
이 여자를 죽이고 싶다―. 온몸의 혈관에 매혹적인 독소가 내달리기 시작한 듯, 몸도 마음도 그 욕망에 매였다. 지금이라면…… 이 욕망을 풀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 더는 주저할 게 없다. 자신은 곧 죽는다. 경찰에 잡히는 것은 두렵지 않다. 와카쓰키학원 아이들의 모습이 머리에 떠올랐으나 욕망에 저항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제 곧 자신은 죽는다. 적어도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내내 자신을 괴롭혔던, 내내 봉인해 왔던 욕망을 풀어버리고 싶었다.
사카키는 진찰실 밖 벤치에 앉아 불안하게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쓰러질 것 같은 남자를 부축했을 때 양복 위로는 가늠할 수 없었던 단단한 몸에 조금 놀랐다. 하지만 고개를 든 남자의 표정은 너무나 초췌했다. 마치 이 세상은 끝났다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에 절로 웃고 말았다. 혹시 이 남자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망 선고를 받은 게 아닐까. 그렇다 하더라도 저런 절망적인 표정밖에 짓지 못하는 남자가 가련했다. 그저 죽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이다. 그런 인간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죽을 수밖에 없다. 죽음은 두려운 게 아니다. 자신은 눈앞에 죽음이 닥쳤기에,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였기에 비로소 이 세상의 진정한 기쁨과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재미있군―.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사람을 죽이고 싶다는 오랜 바람을 이룬 자신과 생명이 다할 때까지 그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형사라. 이토록 재미있는 만남이 또 있을까. 사카키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나는 이 눈으로 범인이 체포되는 것을 보고 싶어. 언젠가 사형대에 매달릴 그 녀석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 그 형사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사형대에 매달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때쯤 자신은 이미 죽어 버렸을 테니까. 아니, 그보다 자신은 체포되지 않는다. 절대 체포될 수 없다. 조금 전까지는 그토록 차분했는데 갑자기 욕망이 들끓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