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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6782603
· 쪽수 : 224쪽
책 소개
목차
0. 프롤로그
1. 여행이 끝났는데도 세상은 멀쩡한 거 있죠
2. 미안하지만 그건 불행이야
3. 엄마, 나 왔어
4. 불행하게, 오래오래
5. 여행이라는 병
6. 지금은 밤이고
7. 여행의 끝
8. 그랜드-캐니언, 그랜드-마더
9. 노래를 부르거나, 인생을 바꾸거나
10. 유명하지 않은 기타리스트와 여행 중인 에세이스트
11. 따지고 보면 인생은 여행이 끝난 뒤에 갈 길이 더 멀잖아!
0.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말하자면 나는 여행이 끝나면 내 인생에도 노란 화살표가 군데군데 그려질 줄 알았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삶이 아니라, 정해진 방향으로 힘차게 걸어가는 삶이 펼쳐질 줄 알았다. 하지만 여행이 끝난 후 아무리 기다려도 인생의 화살표는 나타나지 않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려 봐도 노란 답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길 잃은 여행자처럼,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처럼 어리둥절하고 있는 것이다.
긴 여행을 마친 여행자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린 걸까? 화려한 여행 사진만 남긴 채 모두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여행이 끝나도 아물지 않는 이 상처들을, 다들 무얼 하며 견디고 있는 걸까? 사실은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나만 이리 괴롭게 견디고 있는 걸까?
마음이 불안할 때면 떠올리는 도시가 있다. 북유럽의 잘사는 나라, 모두가 이민 가고 싶어하는 선망의 나라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다. 외장하드에 쌓인 폴더들 중 헬싱키를 클릭하고, 부적을 보듯 도시의 풍경을 들여다본다.
헬싱키는 화려하지 않다. 오히려 아주 단순하고, 때때로 무료하다. 욕심내는 법을 모르고, 함부로 선을 넘는 일도 없다. 다정하고 단정한 어른의 얼굴, 언제나 답을 알고 있는 슬램덩크의 안선생님을 떠오르게 한다. 하지만 오늘은 헬싱키 안성생님의 미소로도 떨칠 수 없는 극도의 불안이 감지된다. 결국 길 잃은 애처럼 울먹이며 K를 불러냈다. 바쁜 사람을 불러내 망한 책 이야기와 여행 후유증에 대해 주절주절 늘어놓긴 싫었지만, 지금 그 애를 만나지 않으면 심리 상담사나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야 할 심각한 상태였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심각한 여행 우울증에 놓인 지금, K로부터 익숙한 농담과 여행의 추억을 꼭 처방받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