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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96810726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20-07-01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바다횟집
바다횟집 .............. 11
비비각시 섬 .............. 13
시아바다 .............. 14
만구음관 .............. 16
킬러 .............. 18
바지선 .............. 20
방치 .............. 22
홍어 .............. 24
조금새끼 .............. 25
순비기꽃 .............. 26
가거도 .............. 27
전장포 .............. 28
석화(石花) .............. 29
박지도 .............. 30
북항 .............. 32
2부 홍도는 리얼리스트다
홍도는 리얼리스트다 .............. 35
멀구술나무 .............. 36
홍어애국 .............. 38
김환기 생가에서 .............. 40
임자도 .............. 41
풍성사구 .............. 42
수선화 섬 .............. 44
압해도 .............. 45
화도 (花島) .............. 46
정약전 .............. 48
하누넘이 .............. 50
칠발도(七發島) .............. 52
독살 .............. 54
마이더스의 손 .............. 55
3부 슬픔을 먹다
슬픔을 먹다 .............. 59
벌목 .............. 60
불온한 밤 .............. 61
흙의 용도 .............. 62
절개지 .............. 64
기억의 주기1 .............. 66
기억의 주기2 .............. 68
기억의 주기3 .............. 70
오월과 유월 사이 .............. 71
꽃들도 오르가즘에 빠진다 .............. 72
꽃의 파일을 해킹하다 .............. 73
호명 .............. 74
접시꽃 .............. 76
풀 .............. 78
봄 .............. 79
4부 숲은 고라니 새끼를 키운다
숲은 고라니 새끼를 키운다 .............. 83
신장리에서1 .............. 84
신장리에서2 .............. 85
애기동백꽃 .............. 86
산뽕나무 .............. 87
제비꽃 .............. 88
소란 .............. 89
여뀌꽃 .............. 90
달개비꽃 .............. 92
진달래 .............. 93
꽃들의 믿음 .............. 94
봄의 난장(亂場) .............. 96
미꾸라지 .............. 98
호박 .............. 100
해설
황치복 _ 섬, 원초적 삶과 죽음의 소우주 .............. 102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너 평 수족관
바다의 서사를 지느러미로 쓰고 있는
농어의 비린 필체가 활처럼 휜다
물살, 물에도 살이 있다는 말
마지막까지 실감한다
뜰채에 잡힌 부력이 곧바로 허공과 충돌 한다
낯선 눈동자들이 숨통을 조여 오니 헐떡거리기 시작하고
물의 지문을 따라 회귀했던
어미의 대한 기억이 거기서 끝났다
탁, 그녀의 칼끝은 타이밍이다
기억을 잘라내는데 가차가 없다
물결무늬로 각인된 농어의 동공이 풀리고
칼끝은 빠르게 부위별로 해체 한다
쫄깃한 공복을 느낀 바람이
살점 하나를 물고 바다로 내빼고 있을 동안
포를 뜬 살점이
그녀의 칼끝에서 꽃으로 피어난다
죽음의 무늬가 저렇게 맑고 투명할 수 있다니
그 현란한 해체 앞에 사람들의 눈은 싱싱해지고 만다
그러나 그녀가 삼십 년 넘게 되풀이 한 건
물고기 칼도마 접시만은 아니다
망각이다
그 모든 것이 그녀에게서 비롯됐다는 비난 속에서
바다가 남편을 삼키고
자식이 소식을 끊어도
참고 참아도 되살아나는 울분이 있어
팔딱거리는 기억을 잘라내고 있는 거다
반복이란 무서운 것일까
사람들은 아무도 과거를 묻지 않고 손놀림만을 본다
다만 그녀가 저 혼자 있을 때
몸뚱이를 잃은 어두(魚頭)처럼 하늘을 본다는 걸
죽음을 앞둔 물고기들만 알 뿐이다
― 「바다횟집」 전문
조금이다
바다는 수척해지고
킬러는 휘휘 휘파람을 분다
똬리를 틀고 있던 고요가 스르륵 꼬리를 감춘다
킬러는 빠르게 목표물을 실사한다
경직된 구멍에선 예민한 숨소리 가파르다
타이밍을 조절한다
쫓기고 쫓는 숨 가쁜 액션은 10초면 끝이다
숨소리 다치지 않게
사뿐사뿐 깊숙이 부드럽게
흔적을 아는데 10년이 걸렸고
기척을 습득하는데 또 10년이 지났다
심장이 물때를 읽고 등허리는 태양의 기울기를 읽는다
나이는 얼굴과 함께 까맣게 그을렸고
손마디의 군살은 낙지를 잡을 때만 감각이 산다
눈을 감기 전 아버지는 손가락으로 바다의 광맥을 유언처럼 가리켰다
낙지의 신이 된 킬러
말갈기를 휘날리며 휘파람을 부는 황야의 무법자가 되어
허리엔 고무다라이를
손에는 삽을 들고
바다를 사정권 밖까지 사수한다
탕. 탕. 탕
저격당한 노을이 피투성이다
― 「킬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