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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96837648
· 쪽수 : 292쪽
책 소개
목차
서문_제임스 앨런 맥퍼슨
삼엽충
골짜기
영원한 방
여우 사냥꾼들
번번이
티
싸움닭
명예로운 죽음
마땅한 방식
나의 구원자
가뭄에
겨울의 첫날
후기_존 케이시
새로운 후기_안드레 듀부스 3세
옮긴이의 말
이 책에 쏟아진 찬사
리뷰
책속에서
나는 트럭 문을 열고 벽돌로 포장된 보도에 발을 올린다. 나는 온통 둥글게 무지러진 컴퍼니 힐을 바라다본다. 오래전에 저 산은 끝내주게 우락부락한 모습이었고 티스강에 섬처럼 서 있었다. 아담하고 만만한 모습으로 바뀌는 데 꼬박 100만 년이 걸린 저 산을 나는 그동안 삼엽충을 찾아 샅샅이 뒤졌다. 적어도 문제가 되는 한 저 산은 늘 저기 있었던 것 같고 앞으로도 늘 저기 있을 것 같다. 여름철이라 공기가 부옇다. 찌르레기 한 무리가 내 위를 헤엄친다. 나는 이 지역에서 태어났고 간절히 떠나고 싶었던 적은 없다. 나를 쳐다보던 아빠의 죽은 눈이 기억난다. 진짜 메말랐던 눈, 그것이 내게서 무언가를 가져갔다. 나는 트럭 문을 닫고 카페로 향한다.
- 「삼엽충」
나는 그녀를 쳐다보면서 그녀에게 한두 번 운이 따라주었다면 그녀가 무엇이 되었을지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녀에게 운이 따르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는 누구에게도 운이 따르지 않는다. 나는 내 양부모들과 복지 사무소 아가씨들에 관해, 그리고 그들이 나를 버스에 태워 다른 마을로 보낼 때 짓던 표정들에 관해 그녀에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녀에게는 전혀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불을 끄고 함께 옷을 벗고 침대로 들어간다.
어둠이 상책이다. 표정도 대화도 사라지고 오직 따뜻한 살만이, 가깝고 친절하며 푹 빠져들 수 있는 무엇만이 존재한다.
- 「영원한 방」
“너 진짜 밑바닥 인생 같다. 불안한 일이라도 있어? 엄마가 아프거나 그래?”
“아무도 저랑 말하길 싫어해요, 루시.”
“커피에 눈물 떨어지겠다. 눈물 젖은 술맛을 알 나이는 아직 멀었잖아.”
“뭐, 그래도 사실인데요.”
“여자 친구는 있고?”
“지난여름에 하나 있었죠. 걔네 아빠가 로건으로 떴어요. 둘이서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결국엔 학교가 다시 시작되니까 소식이 없네요.”
루시는 자기가 클 때를 떠올렸다. “괜찮아. 그냥 성장통이야.”
“제가 들을 필요도 없는 말만 해서 그런가 봐요.”
“보, 듣는 건 듣는 사람이 걱정할 문제야.”
- 「여우 사냥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