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은 시들지 않는다

포토시
눈물
몽니
수작도 사랑 인양
人

1부
월정사 고사목
12월의 신호등 앞에서
가는 길 어눌해도
뒷머리가 아리다
숨
황혼을 노래한다
어느 죽음 앞에서

2부
황혼은 더 시들게 없다
호박꽃도 꽃이다
그 날이다
시든 가지 꽃피울 날을
황혼의 지혜다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소슬바람 불어오니
어디쯤 서성일까

3부
까치 소식
흔적을 남긴다는 것은
지금의 나는
찔레꽃 가뭄
눈 덮인 길 위에서
안 돈바리
핑계 그리고 쉼터
황혼의 길목에서

4부
오지랖이 넓다
人(인생)
어떻게 참으셨습니까
바람 부는 길 따라
팔분의 책장을 넘기면서
돌아온 약속
발목을 잡힌 순간에도
그때는 그랬다

5부
숨 쉬는 공장이다
저 준령에 서고 싶다
수동 휠체어
한강물에 발 담그고
영구 임대주택
술 병病이 곤두서다
마음의 문을 열고

해설 이수정
황혼에 든 고사목의 여백과 관조의 미학적 독백
-정화삼 수필의 진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