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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 문학
· ISBN : 9791197030246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1-11-3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 제기역 1번 출구
7월 1일
7월 2일
7월 3일
7월 4일
7월 5일
....
7월 28일
7월 29일
7월 30일
7월 31일
에필로그 - 그래도 나는 교회간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저자 서문 -제기역 1번 출구
내가 이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꼽으라면 우리 교회다. 이생에서 가장 많이 나의 발길이 닿은 곳도 우리 교회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도 우리 교회다. 우리 교회는 제기역 1번 출구에 있다.
그곳은 내가 태어나 스물 몇 살까지 산 나의 고향이기도 하다.
결혼 후, 교회에서 24킬로 떨어진 경기도에서 산 지 삼십 년이 넘도록 수많은 날을 제기역 1번 출구로 들락거렸다. 그렇게 1년에 200일 이상 교회에 갔고 250일 이상 교회에 간 해도 적지 않다. 하루에 한 번만 갔을까?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하루에 두 번씩 교회를 들락거렸다. 그렇게 많은 시간 교회를 다녔어도 제기역 1번 출구를 향해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부터 가슴이 뛰었다. 우리 교회의 붉은 벽돌이 보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흘렀다. 그만큼 교회를 좋아했다.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 핑계 대고 교회 가지 않는다. 교회에서 특별 새벽기도회를 해도 양심의 가책 1도 받지 않고 쌩깐다. 부흥성회를 하면 기껏 한두 번 갈까말까 하고 집구석에 편안하게 앉아 유튜브로 보다말다 한다. 새벽부터 날아오는 교회 톡이 귀찮다. 당연히 갔던 수요 저녁 예배는 대중기도를 맡은 날만 억지로 가서, 단상 앞에 서서 풀죽은 목소리로 기도하고 내려온다.
코로나 이전에는 좀 나았을까? 그렇다고 말하고 싶지만 실상은 아니다. 코로나 핑계 대기 이전에는 피치 못할 약속이 있다고 핑계 댔고, 일한다고 핑계 댔고, 아프다고 핑계 댔고, 몸이 불편한 남편을 핑계 댔다.
오랜만에 교회에 가면 낯설었다. 설교는 구태의연해 보이고, 예배는 지루했다. 눈 감고 예배당에 앉으면 한숨이 나왔다. 주님... 그것이 기도인지 푸념인지 한숨인지 나도 모르겠다.
코로나 이전의 일이다. 연합 속회 기도를 맡아서 어쩔 수 없이 교회에 가서 대중기도를 하려고 단상에 올랐는데 어머나, 나는 완전 충격이었다. 연합 속회 날이면 원근각처에서 온 속회원들로 꽉 찼던 예배당에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어르신들만 듬성듬성 앉아계셨다. 순간, 눈물이 왈칵 솟았다. 내가 서서히 교회에서 발을 빼던 몇 년 동안 교회가 이렇게 변했구나. 나만 멀어진 게 아니라 다른 교인들도 교회와 멀어지고 있구나. 찜해 놓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일찍부터 와서 예배를 기다리던 수많은 교인들은 다 어디로 가셨나. 마당에서 로비에서 지하 가나홀에서 식당에서 떠들썩하게 복작거리며 웃고 떠들고 손잡았던 분들은 다 어디로 가셨을까.
내가 행복했던 교회는 어디로 갔을까?
지난 2007년, <어게인 1907>이라는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다. 오래전 평양 대 부흥 운동의 시절처럼 성령의 불이 붓는 시절로 돌아가자는 의미였을 테지만 불행히 그렇게 ‘어게인’이 오지는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쩌면 온라인의 활성화가 교회의 부흥에 저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신앙 서적과 신학 서적과 각종 인문학에 빠져 살았고,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각종 신학 강의와 수많은 설교와 성경 강해에 빠져 살았다. 세계 곳곳의 유명 신학자의 강의까지 일체의 가감 없이 영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이 한국 교회에 불행일까? 결코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부흥을 어떻게 규명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는 시가 있다. 나는 이런 신앙의 지적 공유가 많아진 지금이야말로 껍데기 신자, 껍데기 신앙, 껍데기 교회가 사라지고 그 빈자리에 마음을 다하여 예수의 삶을 따르는 리얼 크리스천들로 채워질 것이라 믿는다. 바알을 섬기지 않은 자 7천 명을 남겨두었듯 말이다.
예수님이 막 한국에서 떠나려고 하신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를 들은 지도 제법 되었으니 예수님이 한국을 이미 떠나셨는지, 아직 안 떠나시고 공항에서 출국 준비를 하고 계시는지 잘 모르겠다. 예수님만 떠나려고 하실까? 내 주변에도 교회를 떠난 분들이 적지 않다. 그분들을 죽어라 붙잡지 못한 것은 나도 가끔은 교회를 떠나고 싶기 때문이다.
바울이 미친 듯이 선교의 지경을 넓혀갔던 터키 지방의 수많은 교회들이 지금은 몇 개의 돌덩이와 함께 ‘교회 터’로만 남은 것을 내 눈으로 똑똑하게 보면서 하나님의 교회는 영원하다는 환상을 버렸다.
하지만 하나님은 언제나 회복의 기회를 주신다. 나는 분명히 확신한다. 우리는 그렇게 죽어있는 듯하지만 살아있고, 고요한 듯 보이지만 내면이 활성화되어 있다. 코로나 이후 오히려 활성화된 온라인 소그룹 성경 모임이나 신구약 통독 프로젝트를 봐도 알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를 일으켜 세우실 것이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예수로 하나 된 믿음의 형제들이니까.
그러던 중 책을 발간해야 할 사정이 생겼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창작준비지원금 수혜를 받게 되어 결과물로 책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던 것. 장편소설을 낼까, 소설집을 낼까, 에세이를 낼까 고민하다가 문득 오래전 써놓은 이 원고가 떠올랐다. 하나님이 왜 이런 기회를 주셨는지 모르지만 영원히 사장될 뻔한 원고가 세상에 나오게 되니 쑥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이 글은 마음이 슬펐던 어느 해 7월의 실패의 기록이다. 하지만 실패 속에서 만난 하나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원고는 리얼 다큐다. 한 달 동안 매일 원고지 스무 장씩 서른 장씩 일기 쓰듯 썼다. 숨기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지만,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썼다.
김영하 소설가가 ‘소설은 실패한 사람들의 역사’ 라고 했는데 백번 아멘이다. 뿐인가, 소설가는 자주 실패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이제껏 한 일은 수많은 '실패'의 전적밖에 없다. 지금까지 출간된 일곱 권의 책 역시 모두 실패의 기록이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간혹 나에게 “당신이 바로 소설이야”라고 하는데 그 말에도 아멘이다. 나는 그동안 소설을 쓴 게 아니라 내가 소설이 되어서 살아온 것 같다. 그만큼 소설적인 인생이었다. 그것은 나의 성향과도 관련이 깊다. 나는 늘 위험했으니.
5년 전, 첫 번째 신앙 에세이 『하나님의 트렁크』를 선보인 후 작년, 두 번째 신앙 에세이 『대한민국에서 교인으로 살아가기』가 출간되었을 때, 놀랍게도 많은 분들의 사랑과 격려를 받았다. 이에 힘입어 새롭게 책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게 되었다. 좀 면구스러운 모습이지만 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내일의 나를 상상한다. 그때의 나와 내일의 나는 다른 모습이겠지만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하다. 늘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리 교회에 감사하고 제기역 1번 출구도 감사하고 지금의 나로 이끌어주신 하나님의 사랑에
무엇보다 감사하다. 하나님, 앞으로도 잘할게요.
이 책을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용두동 교회에게
바친다.
2021년 12월 마리서원에서
7월 1일 새벽 3시. 나는 창동 길바닥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