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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는 밤

헤어지는 밤

진효심 (지은이)
소설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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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는 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헤어지는 밤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7256561
· 쪽수 : 265쪽
· 출판일 : 2023-07-01

책 소개

시간은 정해진 숫자만큼 흘러가고 주인공은 그 숫자에 맞춰 흘려보낸다. 진효심 소설집 ‘헤어지는 밤’은 좋아하는 계획에 벗어나는 일은 절대 않고, 언제 사라져버려도 어색하지 않는다.

목차

1. 헤어지는 밤_13
2. 퍼즐_43
3. 소년은 어디로_71
4. 미미_99
5. 놈_127
6. 그해 여름_155
7. 그 밤, 그리고_185
8 그 남자는 왜_209
9. 고양이에 대한 보고서_239

저자소개

진효심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77년, 전남 해남 출생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사졸업 -계간지 《소설미학》 소설신인상으로 등단 -저서 : 소설집 『나비』 『헤어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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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벌써 세 시간째다. 빨아도 빨아도 서지 않는 성기를 세워보겠다고 머리채를 잡고 흔드는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해 입안에서 참아내는 게 얼마나 끔찍한 형편없는 고문이라고 욕을 했다. 힘들 게 긴 머리채를 그깟 유희에 한 움큼 뽑혔다는 것이 억울하고 더럽고 누군 안 해 본 일이냐고 소리 질렀다. 맞다. 그들도 충분히 해봤을 것이고 역할이 바뀌었다고 해서 벗어나지 못할 거면서 그렇게 그들도 그들만의 세상에서 오열 같은 희열을 듣고만 있어도 담배를 문 찐득한 침 냄새를 맡고 있는 것처럼 군내가 났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은 가끔 장단을 맞추다 시간이 되면 상대방의 마스터베이션에 훌륭한 효과음을 내주면 그만이었다. 상대방이 만나자고 제의를 해 왔다. 물론 만나는 일 따윈 없다. 수화기를 든 순간 나는 정직한 노동자로 그녀들 아니, 그들을 위한 성실한 카운슬링이자 그들의 여자가 되어주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만족스런 필요충분조건이 성립되었다. 왼쪽 귀가 점점 뜨거워졌다. 오른쪽 귀는 한 시간 전에 수화기에서 멀어졌음에도 상대방의 목소리가 오른쪽 귀를 통과해 빠져나가지 못하고 머릿속을 윙윙거렸다. 딸이 본 인어공주 그림 동화책이 보였다. 이 방엔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 했는데 나 몰래 들어왔다 갔나 보다. 이 동화책을 볼 때마다 목소리 하나 못 내는 주제에 공주라고 넘어질 듯 걸어 다니는 인어공주의 미련스러워 보였다. 사람의 마음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상대방의 새까만 눈 속을 들여다보면서 마음을 다한 척을 하는 사람들의 인사에서 좋은 사람이라고 믿는 게 멍청해 보였다. 생강차가 차가워졌다. 상대방의 자위도 끝났다. 안녕. 상대방의 짧은 인사로 두 번째 자위가 시작되었다.


▶그랬다. 현시대에는 쌍둥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인공수정을 잘못해서 만들어졌다 해도 분리가 가능하므로 하나의 독립체로 키워지고 상태에 따라 안전구역과 접촉 불가 지역으로 나뉘게 되는 것뿐이었다. 물론 간혹 쌍둥이를 원하는 가정에는 복제인간을 만들긴 하지만 그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 복제인간은 인간보다 수명이 짧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각과 유기체들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한마디로 실패 확률이 높다는 것으로 많은 연구진이 연구 개발을 하고 있지만 성과는 그닥 좋지 않고 있다. 나와 닮은 사람을 찾는다면 차라리 휴먼 로봇을 만드는 편이 빨랐다. 
"사랑으로 만들면 쌍둥이도 가능하다고 했어."
"사랑? 그건 개념적인 감정일 뿐이야. 아이를 만드는 것과는 달라."


▶엄마와 나는 사이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그런 사이였다. 남보다는 가깝고 남들과 같은 사이, 태어나 보니, 낳고 보니 모녀지간이 형성되어 있는 그런 사이가 우리 사이였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그런 관계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태어나 보니, 낳고 보니 그저 그런 어정쩡한 관계. 엄마는 나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나 역시 엄마에게 기대하며 살지는 않았다. 숨 쉬는 동안 서로 조용히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하나로 이어진 우리 사이는 어찌 보면 지극히 합리적인 관계인지도 몰랐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크면서 울거나 떼쓰거나 귀찮게 하지 않았다. 엄마 역시 나를 살갑게 안아주거나 챙겨주거나 반겨주지도 않았다. 왜 그런지는 여전히 모른다. 그냥 그게 엄마였다. 엄마는 엄마로서 독립체였고 나 역시 홀로 크는 독립체였다. 한 공간에서 엄마의 도움을 약간 받고 자라나야 하는 사이가 우리 모녀 사이였다. 나에게도 아빠라는 존재가 있었다. 그러나 아주 잠시 잠깐 있다 떠난 존재여서 나의 기억에는 없지만, 엄마는 그 기억으로 산다고 했다. 아버지는 작은 지방직 공무원으로 충실히 삶을 이행하며 살았고 엄마에게는 좋은 남편이고자 노력했고 나에게도 좋은 아빠이고자 노력했지만 내가 세 살 되던 해 과로사로 죽었다. 깨끗한 죽음이었다. 교통사고나 다른 문제로 죽었다면 내 기억에 슬픔이 차지 않았을 것이다.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과로사로 죽었으니 나는 아빠의 죽음을 순고하게 생각했다. 아빠의 죽음 덕분에 엄마에게 남은 것은 젊은 나이에 미망인이 되었다는 안타까움과 공무원 유족연금과 자신이 죽을 걸 알았는지 서너 곳에 들어 놓은 사망 보험금으로 엄마를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다. 나 역시 그 돈으로 학원이라는 곳을 다녀본 적은 없지만, 유치원, 초, 중,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었다. 최소한의 금전적인 도움만이 그나마 나를 키우는 의무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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