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면접

세희에게
자살 면접
알루미늄
호셰크, 오르
₩ 1,478,629,972

우리는 종종 천국에서 가장 나쁜 자리를 놔두고 지옥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택한다. 그리고 주위를 보며 위안 삼는다. 두리번거리며 안심한다. 그것이 행복이다.

혹여, 네가 나에게 다시 돌아올 시기가 정말로 있는 거라면, 이미 나는 기회를 잃게 되겠지. 회기와 기회는 반대이니까.

그러니 이제 나에게 두 번 다시 기회를 주지 마라. 그래야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될 테니. 네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이 한 문장으로 증명하고 싶다.

네가 다시 나에게 돌아오지 않아도, 나는 네가 구해준 고양이의 새끼의, 새끼의, 새끼가 되어 버드나무 앞으로 찾아가겠다. / 세희에게

네덜란드 평균 키 184cm, 레드우드 하이페리온 나무 115m, 제다 타워 1km. 세계에서 가장 위에 있는 이 기록들은 어제보다 오늘이 높고 내일은 더 올라갈 것이다. 평균 키는 매년 올라가고, 나무는 계속 자라며, 빌딩은 더 높이 세워진다. 세상은 자꾸만 더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밑은 더 이상 안 보이나 보다. / 자살 면접

“엠마, 그러다 인간들이 우리를 전부 사라지게 할지도 몰라.”

“앤서니,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인간은 두 다리가 있음에도 마차를 만드는 종족이거든.”

“엠마, 그건 당연한 거야.”

“그러니까. 우리의 존재는 당연한 거라고.” / 알루미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