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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7614804
· 쪽수 : 254쪽
· 출판일 : 2021-11-22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 우리가 사랑한 오후 2시의 여름
불확실에 대하여(김희연)
사탕 부케(신설희)
그림 속으로 들어간 여자(이경숙)
어항(이솔)
열여섯 살의 선택(서완)
눈보라(박성미)
명상(진선)
춤(마스)
리뷰
책속에서
죽음 직전까지 간 나는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었다. 담장 밑 아스팔트의 빈틈에 뿌리를 내린 작은 민들레, 우산 위로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샤워할 때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몸을 타고 흐르는 따뜻한 물의 느낌, 갓 지은 밥의 윤기와 혀에 닿는 밥의 맛, 팔뚝에 닿는 시원한 바람, 밤공기가 실어 나르는 풀냄새, 발가락 사이로 비집는 바닷가 모래 알갱이들, 어린아이의 해맑은 웃음소리……. 나는 민감해지고 있었다. 나의 삶은 비로소 깨어났다. 모든 것이 기적 같았고 감사했다. 눈물이 났다. 나의 삶을 대하는 태도는 달라졌다. 죽음은 결국 나를 살아있게 했다. ( ‘불확실에 대하여’ 중에서)
불빛에 가닿지 못하고 힘없이 날개를 꺾는 하루살이들이 무수했다. 도저히 그려보고 싶지 않았던 서영의 마지막 모습이 그곳에 가득 펼쳐져 있었다. 이제는 서영과 작별해야 했다. 그리고 다혜 뱃속에서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아기와도. 다혜는 노란 사탕을 하나 뜯어 그것들 앞에 굴려주었다. 사방에서 곤충의 다리가 사탕을 껴안았다. 죽어가는 와중에 힘을 발휘하는 거겠지. 아직도 남아있는 식욕이 태아가 자신에게 호소하는 공포처럼 여겨졌다. 그 밤, 병원 침대에서 자신으로 하여금 소리를 내지르게 했던 공포. 삶의 빛과 색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열망. 다혜는 팅커벨 곁으로 작은 빛 덩어리 하나를 또다시 굴려주었다. (‘사탕부케’ 중에서)
결혼 전 나는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 아니라고 굳게 믿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싸우며 사는 것은 못할 일이었다. 결혼은 불행하지만 꼭 해야 하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다. 무난한 사람과 결혼해서 상처를 줘도 크게 마음 아프지 않을 사람. 그런 사람이 결혼 상대자로 적격이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내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동생이 먼저 결혼하고 난 한참 뒤에 친지의 소개로 만난 남편과 결혼했다. 적당한 키에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외모와 책임감이 강해 보이는 첫인상이 맘을 편하게 했다. 그래선지 남편에 대한 서운함은 크게 없었다. (‘그림 속으로 들어간 여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