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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702051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2-04-30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5
1. 까치발을 하면 보이는 세상
울타리 없는 집 15
가장 따뜻한 이불 18
비빔밥 21
징검다리를 건너며 24
귀빠진 날 27
‘까치밥’ 30
금지된 꿈 33
까치발을 하면 보이는 세상 36
내 이웃이 되어줄래요 39
작은 손가락일지라도 42
2. 빨강 신호등 앞에서
운동회의 추억 47
빨강 신호등 앞에서 50
묵은지의 깊은 맛으로 53
추억의 음식 56
우리를 청춘으로 살게 하는 것들 59
쥐구멍에 볕들 날 62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65
잊히고 싶지 않은 사람들 68
그 시절, 그 물건, 그 마음 71
그땐 그랬다 74
내 나이처럼 메모 노트도 변한다 77
3. 두꺼워지는 돋보기 속 세상
화장대 앞에서 83
독립기념일에 비친 한인의 긍지 86
두꺼워지는 돋보기 속 세상 89
관점의 차이 92
열쇠가 주는 의미 95
불구경만 하고 있었나? 98
내 삶의 내비게이션 101
막힌 하수구와 마음속 응어리 104
연결의 소리 107
한류 호미(K-Homi) 110
백신 맞는 날 113
4. 흐르는 강물처럼
팔레트(Palette) 위의 열정 119
햇살 좋은 가을을 떠나보내며 122
여행길에서 만난 다리 125
남태평양에서 128
한여름 속 크리스마스 131
공간의 여유 135
흐르는 강물처럼 138
제맛을 잃으면 141
자연에서 찾은 여유 144
마추픽추의 비밀 147
파도타기(Surfing) 150
5. 사랑의 릴레이
연장된 기회 155
부뚜막에 걸린 주머니 158
무엇에 감사하는가? 161
금메달의 땀 164
영상으로 떠나보낸 어머니 167
어머니의 홍시 170
투석 173
사랑의 릴레이(Meal Train) 176
그분의 계획 179
‘미나리’ 속 할머니 182
집이 주는 위로 185
6. 내일의 나무를 심는다
이중언어(Bilingual)를 사용하면 191
홀로 서는 아이들 194
월리와 두비 197
가족이 되기 위해 훈육하다 200
교육의 ‘현장’이 사라진 시대 203
신묘막측(新墓幕側)이 새겨진 티셔츠 206
‘가난한 동네’는 ‘나쁜 동네’가 아니다 210
내일의 나무를 심는다 213
양난이 봉오리를 맺다 217
편견과 한계를 극복한 올림픽 정신 220
이별과 그리움을 넘어 223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보카도 나무는 홀로 남아 외로움을 타지 않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먹으며 쑤욱 쑥 성장했다. 날이 갈수록 어린이의 키를 훌쩍 넘어 학교 건물 높이와 견주었다. 연하고 가늘던 허리가 거칠고 굵은 나이테로 연륜을 쌓아갔다. 아름드리나무는 그늘을 만들고 아래 놓인 의자에 아이들이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다.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고 바람을 일으켜 쉼과 대화의 공간을 제공해 주었다. 흰 꽃이 만개하면 향기로운 내음이 교정에 꽉 찼고, 생명을 잉태해 열매를 맺었다. 가을이 되면 담백하고 고소한 맛으로 선물을 안겨주었다. 추수철엔 친지와 열매를 나누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30년 가까이 우리 곁에서 극복해야 할 난제의 고비를 넘어 변함없이 같이했다. 이민 생활에서 일구어낸 성취의 기쁨을 나누었다. 인생의 동무가 되어 결실된 감사를 보여주었다. 학교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아프고 기뻐했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함께 한 애나하임 어린이학교 교정의 아보카도 나무를 역사 속으로 보낸다.
이제 다른 외국 원장이 이 학교를 인수하여 운영할 것이다. 여전히 아보카도 나무는 제자리에 남아 제 역할을 다하겠지. 학교를 넘기기로 작정하고 정리하면서 유독 아보카도 나무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나를 조카가 위로했다. 그 조카 역시 이 나무를 보며 함께 자랐고 졸업 후 대학으로 진학하는 열매를 맺는 시기에 있다. 언젠가 그 열매를 따 먹고 씨를 화분에 심어 키웠다고 했다. 그 묘목을 내 집으로 가져오겠다는 거였다. 어린이학교에 심은 꿈을 집으로 옮겨갈 수 있다니!
식목일을 정하고 아기 나무를 화분에서 넓은 땅으로 옮겨심기로 한다. 우리 집에서 햇볕과 물 빠짐이 좋은 적당한 장소를 골라 은퇴 후의 새 터전으로 삼는다. 은퇴라는 저무는 계절에 다져진 관록을 밑거름 삼아 제2 인생의 발돋움으로 어린 나무를 심는다. 조카와 손주, 다섯 명이 연장을 들고 모인다. 삽으로 땅을 파 구덩이를 만들고, 연약한 뿌리에 물을 주고 거름을 부어 흙을 북돋운다. 화분에서 큰 면적의 대지로 옮겨 심는다. 행여나 뿌리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스레 정성을 다해 작업한다. 지난날 고국을 떠나 우리가 겪었던 이민 생활의 정착과도 같은 상황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곳 일터를 떠날지라도 새 터전에 또 다른 묘목을 심어 성장시키려 한다. 그동안 아이들과 아보카도 나무를 키웠던 것과 다를 바 없다. 은퇴는 남아 있는 저만치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여지를 주지 않는가. 여전히 봄을 키우려는 여력으로 후세를 위한 나무를 심는다. 내일을 심는다. 영국 속담에 ‘1년이 행복해지려면 정원사가 되고, 평생이 행복해지려면 나무를 심어라’라고 하지 않았던가.
묘목은 자라나 아름드리나무로 자리 잡을 날이 올 것이다. 손자와 후세들이 자라듯이. 미래 어느 날에 우리는 자취를 감추더라도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후손들의 성장과 활약을 지켜볼 것이다. 그들에게 이국땅에 정착한 이민 1세인 조부모의 교육 유산과 자취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다. 새 역사가 뿌리를 내린 날이라고 기억될 터이다. - <<내일의 나무를 심는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