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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 ISBN : 9791197785382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4-12-31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가까운 미술의 시작
한국 동시대 미술 현장과 비평
동시대 미술
작가가 살아 있다
행정국가 한국과 현대미술
예술가
예술가의 DNA
프로와 아마추어
K-아트 : 날 것과 익힌 것
민중미술(날 것)
단색화(익힌 것)
한국 현대미술의 세대교체
X에서 MZ로
한국의 공공미술 : 두 가지 장면
서울역 슈즈트리
다시 그려요!
AI 아트
GPT와의 대화
에필로그
예술가로 살아남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십 년 전의 충격은 나에게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가져다주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로, 회사로, 카페로, 술집으로 향했던 발걸음은 뒷걸음을 쳐서 다시 집으로, 방으로, 침대 위로 드러눕게 만들었다. 방문을 닫고 커튼을 치고 모든 소통의 단절을 시도하였다. 한국 사회의 야만성은 타인의 방어벽을 훼손하는 기이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천박한 대화마저 익숙해질 시점에도 늘 놀라움을 갱신했던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사람들의 철저한 무관심이었다. 돈이 떨어지면 가장 책임감 없어 보이는 일자리를 찾아 면접을 보러 갔다. ‘ㄷ’자 건물의 가성비 좋은 갈색 간이 의자에 앉아 대기하면서, 격자 무늬의 천장을 바라보며 종이컵에 새겨진 망점을 바라본다. 어떤 의도나 감수성도 깃들지 않은, 무감각의 패턴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차트를 바라보며 대기자들을 호명하는 여자의 부풀린 머리와, 가짜 속눈썹과, 아무리 갈아도 날렵해지지 않을 것 같은 검은색 통굽 구두를 바라본다. 새삼 모두가 아름다움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점차 충격을 받는다. 같이 대기하는 이도, 차트를 바라보는 여자도, 건물을 관리하는 이도, 이 건물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은 가장 하위 순위의, 가장 하찮은, 가장 돈이 안 되고 가장 쓸모없는 것이다. 그곳이 ‘예술 기관’ 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프롤로그’ 중)
예술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타인을 이해하는 감각’이라고 생각한다. 미술평론가로서 내린 최선의 결론은 그것이다. 인간은 평균 80년 안팎의 생을 누리며,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사람은 자신의 입장과 의견이 최우선이고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정작 정답은 없는 문제에서도 그런 오답을 내놓는다. 개인의 좁은 착시현상을 의심할 수 있는 기회를 예술작품을 관람할 때 종종 얻곤 한다.
(‘AI 아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