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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7854804
· 쪽수 : 424쪽
· 출판일 : 2022-05-17
책 소개
목차
1. 일어날 일들의 전조
· 비수기 라오스 행 왕복표 값
· 자전거 도둑
2. 이력서 혹은 진단서
· 을지로 3가 10번 출구
3. 재활일지
· 병원 매점에서 파는 흰 수건
· 리셋 같은 건 없다.
· ‘정신 차려, 정신!’ 모멘트
· 가는 데 순서 없고, 버리는 데 원칙 없다.
· 잘 먹고 잘사는 법
· 궁극의 옷이 뭐냐면
· 절대적인 잠을 위한 미장센
· 영혼의 골방을 위한 미장센
· 기억할 모든 순간. 그 모든 사진들.
그런데 어느 폴더에 있지?
· 내 아이폰엔 사파리와 구글이 없다.
· ‘책 버리기’ 가 클라이맥스였을 줄이야.
4. 효능 및 효과
· ‘하려면 제대로’의 늪 탈출하기
·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 셀프와 아웃소싱의 이중주
· 말하기, 듣기. 아니 진짜로
· 읽기, 쓰기. 그 중 ‘일단 쓰기’의 경우
5. 후일담
· 전기 끊긴 태풍 속 보라카이에서 스쿠버 다이빙하기
· 호수 한 바퀴는 경주가 아니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 ‘비수기 라오스 행 왕복표 값’ 중에서
'시나리오는 무슨. 노트북 놓고 가.'
C는 내 비행기 값과 숙박비를 댄다고 했고, Y는 내게 카톡으로 현금 50만 원을 송금해줬다. 카톡 만세.
2019년 연말에 일어난 일이다. Y의 남동생의 크룩스 슬리퍼를 빌려 신고, Y의 50만 원 중 환전한 200달러를 지갑에 넣은 나와 함께, 최대 풍속 200KM에 육박하는 태풍 ‘판폰’이 필리핀에 상륙했다.
■ ‘을지로 3가 10번 출구’ 중에서
우린, 드물게도 모여 있는, 그리고 흔하게도 일이 없는, 간혹 있는 단편영화제 수상작 연출자들이었다.
말인즉슨, 우리는, 명함과 사원증이 있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핵심역량을 아웃소싱하기에 적당한, 또한 윗선에 가시적 성과를 증명하는 동시에, 함께 뭔가 만들어낸다는 성취감을 주면서도 우월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파트너, 그러니까, 배고픈 영화과 졸업생이었던 게다.
그들이 발굴한(어쩌다 건너건너 알게 된), 아직 빛을 못 본, 아직은 배고프고 우울하고 조금은 다듬어지지 않은(팔리는 걸 시키는 대로 써본 적 없는), 하지만 업계에서 다달이 봉급을 받으며 버틴 각자의 경력만큼 쌓인 귀하디 귀한 지식과 진지한 조언으로 조금만 이끌어주면 딱 적당히 밥값을 할 것 같아 보이는, '같이 모여 있는 너희'는 그렇게 작업실 월세를 근근이 충당하며 버텼다.
■ ‘병원 매점에서 파는 흰 수건’ 중에서
선 채로 양말을 신고 청바지에 왼쪽 다리를 넣었다. 모양말을 신은 터라 바닥이 조금 미끄러워, 한 다리로 중심을 잡으며 다리를 쭉 뻗어 바지 안에 밀어 넣었다. 허리를 세우자마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아니, 소리가 들렸다. 사실 확실치 않다. 소리가 정말 났을까? 그럴 리가 없다. 내가 들은 소리는 이런 소리였으니까.
'푸욱!‘
'왕좌의 게임'의 킹슬레이어가 내 허리에 검을 찔러넣은 느낌. 존 스노우의 애매하고 거친 공격 말고, 킹슬레이어의 정확하고 간결한 일격. 순식간에 양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왼쪽 다리 절반만 청바지에 넣은 채로 앞으로 고꾸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