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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인문/사회
· ISBN : 9791197947445
· 쪽수 : 184쪽
책 소개
목차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에게 자유를?김소월
죽어도 눈물 흘리지 않겠다는 다짐 ― 「님의 노래」
와 나는 같은 존재였다 ― 「초혼」
스스로 피고 스스로 지는 자유 ― 「산유화」
소월의 노래는 자유의 노래 ― 「옷과 밥과 자유」
자기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내게 행복을?나혜석
장벽을 넘어 기꺼이 미움 받기 위해 ― 「인형의 가家」
두려움 없이 맨 앞에 서서 ― 「빛光」
상징 숲에서 나와 온몸으로 ― 「모母된 감상기」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열린 존재가 되어 ― 「내물」
외롭고 높고 쓸쓸한 가난한 이에게 그리움을?백석
고향 말은 우리 존재의 씨앗 ― 「여우난골족」
우리의 다른 얼굴, 초인 ― 「흰 바람벽이 있어」
광장을 떠나 산으로 간 사람들 ―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이야기하는 역사 앞에 서서 ― 「모닥불」
병든 나라 여린 영혼에게 생명을?윤동주
별 헤는 밤은 구원의 순간 ― 「별 헤는 밤」
보이지 않으나 분명 존재하는 것 ― 「병원」
아름다운 자기 화해 ― 「또 다른 고향」
신과 자연과 인간이 더불어 사는 세상 ― 「서시」
금 간 얼굴과 쓰러진 자에게 상상력을?김수영
빈천이야말로 위대한 사상을 낳는 고향 ― 「공자의 생활난」
사랑은 검소하고 겸손한 아낌 ― 「사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 「봄밤」
세상 모든 풀들에게 애도를 ― 「풀」
아이들에게 내용 없는 아름다움과
형식 없는 평화를?김종삼
내용 없는 아름다움에 구원을 ― 「북치는 소년」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착하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
― 「장편掌篇」
폭력의 제단에 올린 평화의 희생물 ― 「민간인」
이 세상에 펼친 평화 공동체 ― 「5학년 1반」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들의 시민 시인을 위하여
시란 무엇일까. 제가 십 대였을 때 늘 입에 달고 있었던 궁금증입니다. 요즘 친구들도 그런 생각할까요? 아마 온라인 게임에, 웹툰에, 유튜브에, 팬픽에, 팬덤 문화에 설 자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자꾸 시가 무엇일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무엇이라 답할까.
그럼 시를 쓰는 사람, 즉 시인에 대해 알면 되지 않을까요? 시인은 누구일까요? 프랑스의 시인이자 영화감독이었던 장 콕토가 만든 영화 중 「오르페」가 있습니다. 오르페우스 신화를 현대에 맞게 각색해서 시인의 삶과 죽음을 초현실주의 기법으로 담았습니다. 오르페는 오르페우스의 프랑스말이지요. 오르페우스가 죽은 아내를 구하기 위해 명계冥界, 즉 사람이 죽으면 가는 곳으로 내려갔지요. 영화에서는 죽은 자를 심판하는 저승 판관들이 오르페에게 묻습니다. 직업이 무엇이냐고? 오르페는 대답합니다. ‘시인’이라고. 그렇군요. 오르페우스가 시인이었습니다. 오르페우스는 음유 시인이며 리라 연주의 달인이지요. 이렇게 보니 시인은 인간과 신의 중간에 있으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존재네요. 하지만 무언가 비극적 결말의 주인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알 듯 말 듯 신비하기만 하네요. 더 어려워졌네요. 너무 본질적인 이야기라 그렇습니다.
오르페와 달리 김종삼 시인은 시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에서 자신은 시인이 못 된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진짜 시인은 남대문 시장 사람들이라고 말합니다. 그 사람들은 ‘엄청난 고생은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어서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뭔가 알 것 같지 않나요? 시인 오르페는 너무 먼 곳에 있는데 김종삼이 말한 시인은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이웃이네요.
제가 이 책을 쓴 이유입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시인들은 별세계에 사는 사람처럼 꾸며졌습니다. 청소년 시절 제가 시를 동경했던 것도 다른 친구들과 달리 보이려는 욕망은 아니었을까 돌아봅니다. 시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환상을 나름 멋으로 여겼나 봅니다. 물론 후회는 없습니다. 십 대에 낭만에 빠지지 않으면 언제 그럴까요. 이제 와 제가 시인이 되고 오랜 시간 시를 쓰다 보니 시인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우리 친구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교과서나 언론 매체에서는 민족 시인, 국민 시인 이런 별칭 쓰기를 좋아합니다. 대표적으로 김소월과 윤동주, 서정주의 경우에 그랬지요. 그렇게 부르는 뜻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시인은 이렇게 먼 나라에서 온 낯선 존재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민족 시인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절실했던 호칭이라 생각합니다. 국민 시인은 산업화 시대를 살아온 역사의 산물이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를 대표할 아바타가 필요했으니까요.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이미 우리는 세계 속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 이상 민족, 국민을 앞세워 모두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사람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특별합니다. 시인도 그런 존재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사랑했던 시인들이 멀리 있지 않고 우리 곁에 살아 숨 쉬는 시민이라 여기면 얼마나 친근할까요. 여러분과 우리 시인들을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시민은 누구일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시민의 품성과 미덕을 중시했습니다. 도덕적인 공동체를 건설하려면 시민의 덕성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보니 약간은 교장 선생님 훈화처럼 들리네요. 조금 쉬운 말로 해 볼까요? 알레스데어 맥킨타이어 영국 철학 교수는 『덕의 상실』이라는 책에서 시민을 ‘이야기하는 존재’라고 말합니다. 여러분도 할 이야기가 있지요? 억울한 일, 자랑스러운 일 등 말하자면 끝이 없을 겁니다. 이처럼 우리 모두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민은 이렇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여기서 맥킨타이어는 우리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우리 모두가 함께 하는 공동체의 이야기 속에 있다는 것을 잊지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나는 어떤 이야기의 일부인가?” 물으며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해 보라 말합니다. 이제 우리는 혼자 살 수 없습니다. 더불어 공동체를 이루며 품위 있게 살아야 합니다. 이런 것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시민입니다.
이제 마무리해야겠네요. 저는 이 책에서 시민으로서 시인을 여러분에게 보여 주려 합니다. 이 책에 실린 김소월, 나혜석, 백석, 윤동주, 김수영, 김종삼은 그동안 우리 곁에 없었던 신비스럽고 영웅 같은 존재였습니다. 시민으로서 이들의 시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이 책 제목 ‘시인의 얼굴’은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의 생각을 담았습니다. 타자는 얼굴로 다가온다고 그는 말합니다. 다른 사람의 얼굴 속에 드리운 이야기를 읽어 보자는 것이지요. 타자의 삶의 이야기와 내 이야기가 만날 때 내가 새롭게 태어난다는 뜻입니다. 이 책에 담긴 시인의 얼굴, 이야기를 읽으며 여러분이 행복한 시민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으면 좋겠습니다.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