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8002761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4-10-18
책 소개
목차
[여는 편지]
1부 우리가 발라먹은 생선 같은 엄마
생선 가시 같은
삶은 계속되고
인생의 갓길
기억 냉장고
14살 소녀
어머니와 새우깡
닭 잡던 날
영춘화
내 삶의 밑줄
숨은그림찾기
슬픔의 힘
꿀꺽
내가 갈까
맞장구와 추임새
박치기왕
젖꼭지
흥정의 여왕
평상 마루
산비둘기
눈물이 왜 터진 건지
엄마의 부엌
여름방학
모기장
희망 사항
고요하고 적막하게
2부 엄마의 몸에서 햇볕 냄새가 나요
빨래 같은 엄마
말 없는 말
만지고 싶은 것
96번째 벚꽃
웃음
아침이슬
바다
사소한 즐거움
손이 닿지 않는 등
진통제
사라진다
강변 살자
교통사고
개구리 소리
측은지심
다시 여름
연필
지상렬
김마리아
3부 낙원과 천국 사이의 엄마
낙원 여인숙
빈 침대
불쌍해서 그래
일흔 즈음
아버지의 시계
손이 닿지 않는 등
짜증
먼발치
빈 병
극장
틀니
마음
영정사진
갓 지은 슬픔
맹장 같은 그리움
황혼
친애하는 아버지
유언
임종 면회
다음 생
채비
꽃다운 엄마
[닫는 편지]
저자소개
책속에서
친구가 많든 적든, 배움과 돈이 많든 적든 간에 여기 누워 있는 분들은 그게 조금도 중요하지 않아요. 안정된 산소 포화도와 혈압이 규칙적으로 심장을 움직이고 숨결을 불어 넣고 내뱉는 것
외엔 중요한 게 하나도 없어요.
식물의 광합성처럼 매우 단순하지만 매우 소중한 작용이, 고요한 병실에서 간절하고 치열하게 반복되고 있는데 병실에 누워있는 엄마에게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나는 마음껏 숨을 쉬고 있는데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서 하루하루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가 나를 점점 더 잊기 전에 할 말을 다 하고 싶어서 하루에 한 통씩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요.
친애하는 엄마에게!
<여는 편지> 중
엄마!!
병상에 누워있는 엄마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발라 먹은 생선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살 한 점 없는 가시를 드러내고 밥상 위에 적나라하게 누워 있는
생선 가시처럼 무방비 상태로 엄마는 평생을 발라졌어요.
기꺼이 우리의 더운밥이 되어 주셨고
꼬숩고 매콤한 반찬이 되어 우리의 허기를 달래주셨는데
나는 아무것도 달래 드릴 수가 없네요.
그래서 아무것도 해드릴 게 없어서 편지를 써요.
편지 한 통이 든든한 고봉밥이 될 수도 없고
편지 한 통이 간절한 물 한 모금도 되지 못하지만
아무것도 해드릴 게 없어서 엄마 머리맡에 앉아 보내지도 못하고
할 말만 무성한 편지를 써요.
생선 가시처럼 늘 목에 걸리는 엄마에게.
<1부 생선 가시 같은> 중
동그랗게 굽은 엄마의 작은 등에서
형과 누이들의 젖내가 나기도 하고
똥 싼 기저귀 냄새가 나기도 해요.
숨을 내쉴 때마다 해풍에 말린 짭짤한 미역 냄새가 나기도 해요.
한 세기 동안 바짝 말라서 미라처럼 바짝 말라서 온몸의 수분이
바짝 말라서 울어도 눈물 한 방울이 나오지 않는 엄마의 몸에서
햇볕에 바짝 마른빨래 냄새가 나요.
<2부 빨래 같은 엄마>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