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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지수](/img_thumb2/9791198126559.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8126559
· 쪽수 : 158쪽
· 출판일 : 2024-02-19
책 소개
목차
01. 지수의 풍경 ...06
02. 지수의 연애 ...22
03. 케냐의 선물 ...40
04. 파? 파! ...64
05. 열 걸음만 더 가자 ...84
06. 코다 가족입니다 ...102
° 작가의 말 & 셀프 포트레이트 ...127
° 추천의 말 _ 이영숙 ...131
° 별첨 | 이 글에 등장하는 수어 표현 안내 ...142
저자소개
책속에서
만난 지 꼬박 삼 개월이 되던 어느 날, 준호는 지수에게 왜 통역사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지수, 수어, 배우다, 왜?]
[농인, 돕다, 봉사, 원하다]
준호는 다시 질문했다.
[그러면, 영어, 배우다, 왜?]
[영어?, 여행, 원하다, 외국, 사람, 대화, 자유, 하다]
[수어, 영어, 같다, 언어, 그런데, 수어, 돕다, 영어, 대화, 이상하다, 수어, 농인, 대화, 위해서, 배우다, 좋다]
준호의 말에 뒤통수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지수는 수어를 소통을 위한 평등한 도구가 아닌 시혜의 수단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농인을 알아 가고 싶은 사람으로 보지 않고, 도와줘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던 자신이 우스웠다.
지금도 이렇게 준호에게 차를 얻어 마시고, 수어를 배우고 있으면서 말이다.
서울로 올라온 지수는 고민에 빠졌다. 준호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준호를 만나는 게 부담스러웠다. 연락이 안 되자 준호는 지수를 찾아왔다.
[무엇, 일?, 왜?]
지수는 망설였다.
[우리, 만나다, 두렵다, 나, 수어, 초보, 할 수 있을까?, 괴롭다]
준호는 붉어진 눈시울로 지수의 손을 꽉 잡았다. 준호의 손은 따뜻했다. 준호는 걷자고 했다. 둘은 말없이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걱정, 필요 없다, 함께, 괜찮다]
준호는 지수에게 이 말을 건네고 돌아갔다.
다음 날도 준호는 지수를 찾아와 공원을 걷자고 했다. 텀블러에 따뜻한 모과차도 만들어 왔다. 둘은 오래도록 공원을 걸었다.
지수는 준호의 어깨를 두드렸다
[강, 아름답다, 반짝반짝]
준호는 한강 쪽을 바라보는 것으로 답했다.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던 연우가 입을 열었다.
“엄마, 아빠는 언제부터 귀가 아팠어?”
“아빠?”
지수는 놀랐다. 지금까지 준호의 장애에 대해 소통을 시작한 것은 늘 지수였다. 그런데 지금 연우가 아빠에 대해 먼저 묻고 있는 것이다.
“아빠가 태어나서 기어 다닐 때 열이 났었대. 높은 열이 며칠 동안 계속됐는데 그때 귀를 다친 것 같아. 그때는 할머니도 아빠 귀가 아픈지 몰랐대. 시간이 지나고 할머니가 ‘준호야’ 하고 불렀는데 아빠가 쳐다보지 않았대. 그래서 방바닥을 쿵쿵 쳤더니 그때는 보더래. 진동은 느끼는데 소리는 듣지 못하는 거야. 그래서 할머니가 아빠를 데리고 병원에 가셨대. 그때가 한 살도 되기 전이라고 하시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