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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8183057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24-10-11
책 소개
목차
#인터넷 밈과 나 아자부 게이바조
#이니시에이션스 가키하라 도모야
#울트라 새드 앤 그레이트 디스트로이 클럽 가쓰세 마사히코
#파인더 너머 나의 세계 기나 지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시끄러워! 그만 좀 해!”
줄곧 억눌러 온 짜증이 폭발했다.
“나는 나 좋을 대로 살 거야. 내 인생이지 엄마 아빠 인생이야? 내가 꼭 둘이 원하는 딸로만 살아야 해? 엄마나 아빠가 말하는 행복만 진짜 행복이냐고. 그렇담 이딴 집 나갈 거야. 나가 버릴래!”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엄마는 그저 응급처치에 불과한 위로를 건넨다.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난 하나도 안 그래!”
이해해 줘. 제발 이해해 줘, 엄마. 나는 엄마가 좋아. 미워하고 싶지 않아. 제발 부탁이야. 이 이상은 조르지 않을 테니까. 이것만 알아줘.
“입만 열면 결혼, 결혼. 그 소리밖에 할 줄 모르지. 왜 나한테 그러는데? 대체 왜…… 나를 있는 그대로는 봐 주지 않아……?”
감정이 북받쳐 이성은 무너져내렸다. 슬픔 가득한 눈물이 멈출 새 없이 넘쳐흐른다.
일어나 옆으로 다가온 엄마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해, 미즈키. 네가 뭣 때문에 그렇게 화내는지 엄만 모르겠어. 그도 그럴 게 네 나이쯤 되면 보통 다들 결혼하잖니?”
누가 그래. 도대체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거야, 엄마는? 옛날 옛적 가치관을 하염없이 영영 읊조리지 마. 낡아빠진 가치관으로 내게 상처 주지 말라는 말이야.
“보통 다들 결혼하잖니?”
지금은 ‘보통’이 아니라고. 시대에 뒤처진 말로 나를 좁은 우리에 처넣지 마. 이제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 엄마가 살던 때하고는 다르다고!
‘보통.’
잠깐만.
나.
어디선가.
똑같은 말을…… 한 것 같은데.
어디서 그랬지? 언제? 누구한테 이런 말을 했던가. 무슨 이유로……?
“취미가 참 많기도 하네요.”
그렇다. 그때였다.
“그런 건 오타쿠라고 하지 않아요, 보통.”
그때 내가 나리타 교코에게 내뱉은 말이었다.
- #이니시에이션스
울트라 새드 앤드 그레이트 디스트로이 클럽.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머리를 비집고 나온 문장의 소리와 리듬. 뜻은 모르겠지만 이를 되풀이하는 사이에 난조는 온몸에서 쭉 빠져나갔던 힘이 다시금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가자. 날려 버려. 해. 할 수 있어.
주문에 등을 떠밀리듯 난조는 단숨에 바닥을 박차며 몸을 일으켰다. 거실에서 문 하나 너머에 있는 침실까지 달려 들어가 곧장 문을 걸어 잠그려 한다. 그러나 남자의 팔뚝이 삽시간에 문 틈새로 비집고 들어와 닫지 못하게 막았다.
난조는 온몸의 힘을 다해 문을 밀었다.
울트라 새드라고.
누군가가 했던 말이다. 누구였더라. 몸에 힘을 주어 버티느라 허리가 점점 내려가다가 뒤로 뻗은 왼발에 웬 물건이 닿았다. 한동안 쓰지 않은 골프 가방이 제 차례라며 난조를 부른다.
난조는 팔로 밀던 문을 어깨로 받치고 골프 가방을 기울여 쓰러트린 뒤 손으로 더듬어 골프채를 꺼내 들었다. 그 순간 문에 가하던 힘이 약해졌는지 남자가 몸뚱이를 침실로 거칠게 밀고 들어왔다.
어서. 휘둘러.
남자가 제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침대에 넘어진 순간, 난조는 양손으로 쥔 골프채를 힘껏 휘둘렀다. 벽이나 천장에 닿지 않게끔 궤도를 섬세하게 조정하느라 힘이 수월히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골프채의 머리 부분은 남자의 뒤통수를 정확히 치고 간다.
남자는 시야에 일순 난조의 모습을 담았다. 그러나 난조가 쥔 골프채를 좇던 눈은 이내 흔들리고, 결국 무릎이 꺾여 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크고 마른 남자의 몸이 엎어진다.
뭐야, 이거. 뭔데.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거칠어진 숨소리가 머리를 한층 더 어지럽혔다.
온몸이 심장으로 변한 것처럼 몸 전체가 격렬히 맥동하고 수축과 이완을 반복한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중력에 짓눌리듯 난조도 주저앉았다.
뿜어져 나온 아드레날린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슬로 모션처럼 비추었고, 난조의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있었다....
- #울트라_새드_앤드_그레이트_디스트로이_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