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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8202703
· 쪽수 : 182쪽
· 출판일 : 2023-02-15
책 소개
목차
사랑의 서막 8
‘평양냉면’이 알고 싶다 20
나의 냉면이 되는 순간 34
픽미업! 평양냉면! 46
추억과 그리움의 집합소 60
리듬 앤 블루스 74
무엇을 먹느냐보다 누구와 먹느냐에 관하여 88
계절은 변해도 우리는 변치않지 98
시간 여행자 110
냉면과 함께라면 124
설레는 이 내 마음을 140
점과 점이 만나 냉면을 이루다 150
성지순례 162
기쁨을 싣고 174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에게 평양냉면은 6·25 때 북에서 남으로 피난 오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 즐겨 드시던 음식이었다. 어린 시절 예배가 끝나면 자주 냉면집을 찾았다. 평양냉면을 비롯해 오장동의 함흥냉면까지. 그덕에 냉면 자체는 낯선 음식이 아니었다. 하지만 먹을 때마다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음식임에는 틀림없었다. 함흥냉면은 면이 잘 씹히지 않아 그 모습 그대로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것이 대체 무슨 맛인지 알 수 없었다. 면의 탄력이 너무 좋아 내 치아와 치아가 만나지 못하고 도로 튕겨 나가는 거 같았다. 씹히고는 있는지 이게 고무줄인지 면인지 모르겠어서 매번 가위로 아작을 낸 후 숟가락으로 퍼먹었다(아직도 함흥냉면이나 분식냉면은 가위로 크게 삼등분으로 자르고, 다시 휙휙 저어 세 번을 더 잘라먹는다). 평양냉면은 또 어떻고. 육수인지 생수인지 모를 멀건 국물에 두꺼운 면이 턱 하니 올라와 있는 것이 성의도 없어 보였다. 곱게 말려있는 함흥냉면은 성의라도 있어 보였지, 성의 없는 평양냉면은 맛조차 납득이 가지 않았다. 잘게 잘라서라도 먹긴했던 함흥냉면과 달리, 평양냉면은 이게 도통 무슨 맛인지 싶었다. 솔직히 씹으면 씹을수록 씹고 싶지 않았다.
〈사랑의 서막 中〉
마실 때의 전략은 절대 혀의 앞쪽 부분으로 맛을 느끼려 하지 않는 것이다. 육수가 자연스럽게 식도 로 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혀의 역할이다. 맛은 식도와 식도에 가까운 안쪽 혀가 본다. 그러니까 ‘꿀 꺽’에서 꺼를 지나 ‘ㄱ’ 부근에서 맛을 느낀다. 그 부 분이 육수가 식도로 넘어가는 순간인데 이때! 두 눈을 감는다. ‘맙소사! 환상!’ 아직 면을 먹지도 않았지 만 이미 게임 끝이다. 육수와 나, 나와 육수만이 이 우 주에 있는 듯 내 모든 감각으로 육수의 감칠맛을 찾 고 느낀다.
〈나의 냉면이 되는 순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