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프리허그

프롤로그
제1화 잃어버린 것들 6
제2화 얼굴 11
제3화 지구방위대 19
제4화 반사 27
제5화 셰익스피어의 증명 35
제6화 타임캡슐 41
제7화 곰의 후예 48
제8화 인면어 56
제9화 이별 대행 75
제10화 나의 이종결혼기 81
제11화 비 오는 날 89
제12화 돌고 돌아 도는 돈 103
제13화 투명인간 109
제14화 고슴도치의 프리허그 113
제15화 재계약 연인 120
제16화 두껍아 두껍아 136
에필로그

프롤로그

나는 눈을 떴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사방이 온통 새하얀 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침대 옆에 있는 작은 탁자에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 빈 문서에 글자가 보였다.

- 계약서 조항대로 초단편 소설 16편을 쓰기 전까지는 이 방에서 나갈 수 없습니다. 제한 시간은 일주일입니다. 식사 주문은 침대 옆의 전화기를 사용해 주세요.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어제 편집장이 격려한답시고 따라주는 술을 진탕 마시고 정신을 잃었더니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그제야 나는 출간 계약서에 썼던 조항이 떠올랐다.

초단편 소설쯤이야 숙식만 제공해 주면 일주일이면 16편쯤 쓸 수 있다고 술김에 허세를 부렸더니, 편집장이 그 자리에서 계약서에 특약 사항을 넣고 들이밀었다.

아직 인주 기운이 벌겋게 남아 있는 엄지손가락을 자르고 싶었다. 이 방에서 나가면 편집장을 고소하겠다고 다짐하며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제1화… 잃어버린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