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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98288233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23-11-01
책 소개
목차
예순다섯 데스 _7
이세계 수학 _93
꽁치는 쓴가, 짠가 _193
살 좀 찌면 안 되나요 _227
슈뢰딩거의 소녀 _281
펜로즈의 처녀 _339
작가의 말 _423
리뷰
책속에서
무라사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거실로 나가 서랍장에서 65 리스트와 필기구를 꺼냈다. 소녀의 옆에 앉아 방바닥에 메모지를 펼쳤다. “잘 보렴. 이건 살아 있을 때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을 적는 리스트야. 나 자신에게 다짐하는 성스러운 맹세지.”
* 돈 잘 버는 전문직에 종사하기
* 많이 벌면 은퇴해서 우아하게 살기
* 번 돈은 예순다섯 살까지 남김없이 쓰기
무라사키는 필기구를 쥐고 마지막 항목을 지웠다. 아이가 글을 몰라도 이해할 수 있게 소리 내면서 여백에 이렇게 적었다. ‘사쿠라에게 돈 버는 전문 기술을 전수하기’ 메모지를 가리키며 빙긋이 웃었다. “이 전문 기술은 도둑질이 아니란다. 내가 하는 일도 불법이긴 하지만, 손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사례금까지 두둑이 받는 일이야.” 그 녀석에게 다시 전화해서 어제의 그 의뢰를 수락해야겠다. 노병은 다시 전선으로 돌아간다. 신병에게 전투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할 사명이 생겼으니.
----- <예순다섯 데스>
어디로 가야 하나.
이렇게 도망치는 게 맞을까. 무라사키는 앞서가는 사쿠라를 따라 밤거리를 달리면서도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일단 영장이 나온 이상 자베르 경감을 뿌리치고 도망가기란 쉽지 않다. 차라리 얌전히 구속되어 재판을 기다리는 편이 나으려나. 정식적인 양자결연 절차도 밟았겠다, 유괴라는 죄목은 순전히 트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돈을 들여 좋은 변호사를 선임하면.
안 돼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재판을 기다린다니. 지금은 그만한 시간도 남지 않았다. 최후의 순간까지 저 아이 곁에 있어야 한다. 맹세하지 않았던가. 절대로 버리지 않겠다고.
----- <예순다섯 데스>
“금지한 이유가 궁금해. 혹시 수학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으음, 그건 말이지. 이야기하자면 좀 길어.”
쿠르트는 작업하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이 나라도 옛날에는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갔다. 심지어 왕을 보좌하며 국정을 맡아보는 대신들 사이에서도 수학을 싫어하는 풍조가 널리 퍼졌다. 그러던 어느 날 국정 회의에서 수학을 완전히 추방하자는 법안이 제출되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수학은 너무 따분하고 진절머리가 나고 들여다보기도 싫은데, 그런 수학을 아예 없애버린다면 이 나라가 평화로워지지 않겠느냐고.
그러나 당시 재상은 수학을 배제하면 국정이 바로 서지 않을 것이라고 반론을 펼쳤다. 당장 나라의 세수는 누가 계산하냐고 말이다. 그러자 고결한 왕이 나섰다.
짐이 민초들의 무거운 짐을 떠맡겠노라.
----- <이세계 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