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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481726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24-12-11
책 소개
목차
금속성
장편(掌篇) : 금속성 외전
感 : 그래도 사랑해 _강보원
저자소개
책속에서
마르코는 선반과 밀링이 있는 구역, 나는 과거에 개발된 컴퓨터와 기상 시스템이 전시된 구역에서 일했는데, 틈만 나면 내가 있는 곳으로 넘어와 말을 걸었다. 사람들은 박물관에 과거만 있다고 착각하는데, 기술에 과거는 없어, 기차만 해도 그래, 증기기관차가 지금 철로를 달리면, 어떤 기분일 것 같아? 추월하는 거야. 내 말 이해되지?
나는 죽은 개와 삽을 챙겨 뒷산으로 갔다. 계속 땅을 팠다. 그 뒤로도 집에서 죽은 동물들은 모두 비슷한 곳에 묻었다. 언젠가 비가 많이 내려, 뒷산이 말 그대로 흘러내렸다고 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 되었을 때, 사체들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보진 못했다. 그래도 계속 같은 곳에 묻었다. 닭과 쥐, 거북이를 묻었다. 토끼, 햄스터, 앵무새를 묻었다. 다시 살린 순 없을까. 꿈을 꿀 때마다 난생처음 듣는 동물의 울음을 궁금해하며 눈을 떴다.
그러자 가로수 뒤에서, 마치 내가 무단횡단을 하길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제복을 입은 경찰관 두 명이 달려 나왔다. 신분증을 요구했고 어디서 나오는 길이냐고 물었다. 치과 간판을 가리켰다. 손에 들린 처방전을 내밀자 둘은 등을 보이고 돌아서서 속닥거렸다. 약국 안에 있는 사람들이 이쪽을 쳐다봤다. 경찰관 중 한 명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치과에는 왜 가셨습니까. 사실대로 얘기하자 뒤에 있던 다른 경찰관이 다가왔다. 잇몸에 동상이 걸리는 게 말이나 됩니까. 나는 잠깐 당황했는데, 잇몸에 동상이 걸렸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건지, 동상 때문에 치과를 갔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건지 헷갈려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