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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8530707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3-11-25
책 소개
목차
1부 젤리피쉬 드림하우스
2부 툭, 날아간 너란 돌멩이
3부 메두사
4부 보름달물해파리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는 처음 그녀를 고스란히 그대로 상자 속에 담아두고 싶었다. 가끔 궁금하면 열어보듯, 그는 그녀가 평범하게 어딘가에서 잘살고 있는지만 알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뜻밖에도 그를 이 방으로 데려왔다. 그렇게 아침을 준비하고 7시 30분경 집을 나서서 버스를 타고 회사에 가면, 9시에 회의를 하고 10시쯤 그날의 서류작업을 마치고 11시쯤에는 사무실을 나와 그가 있는 이 방으로 다시 왔다. 그때 집에 들어서는 그녀의 손에는 그날 먹을 야채나 반찬 같은 것이 들려 있었는데, 그녀가 집까지 걸어오는 몇 가지 경로의 길 위에 있는 반찬 가게나 야채 가게에서 산 것들이었다. 바다가 가까워서인지 신애는 자주 싱싱한 생선을 구웠고, 돼지고기나 새우 낙지 같은 것들로 양파와 함께 볶아 접이식 식탁에 앉아 둘이서 나눠 먹었다. 그러고는 그녀는 다시 영업을 하러 집을 나갔다. 그는 그녀가 보험회사 직원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었을 뿐, 하루 종일 어디를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는 알지 못했다.
신애의 아버지가 신애를 쫓아냈다는 것과 그녀의 교복과 책, 책가방 따위는 모조리 찢어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그녀와 친한 친구들 몇몇의 집을 그녀가 찾아왔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어디서 어떻게 다니는지, 친한 친구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며칠 머물 수 없느냐고 묻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몇몇 남자아이에게도 찾아와 돈을 빌려달라고 했다는 소문도 들려왔다.
그때부터 기영수는 신애에 대해 분노를 터트리곤 했다.
곱슬머리에 조금은 소심하고 고집이 세어 보이는 외모를 가졌지만, 기영수는 까다롭거나 괴팍하지 않았다. 인간에 대해서도 그리 까다롭지 않은 그가 신애에 대해 냉소적으로 변해 갔다.
아마도 신애가 그 친하지도 않았던 다른 친구들의 집을 찾아갔어도 그에게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 난 듯도 했다. 그리고 그는 자주 구상규에게도 신애가 찾아오지 않았느냐고 묻곤 했다.
구상규 또한 한동안 소문이 아무리 나빴어도 신애를 기다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신애는 그 뒤 그의 눈앞에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 온 동네를 한 바퀴 다 돌았을걸. 우리만 빼고. 우린 왕따야. 알아?”
신애가 퇴학 처리되고 난 뒤의 일이었다.
“언제부터입니까? 남편을 죽이겠다고 말한 것이?”
“확실한 것은 모르겠지만 오래된 것같아요. 하지만 적어도 상규 씨가 여기로 올 때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전이었죠. 얼마 전에 사고가 났으니까요.”
“그걸 알면서도 절 사고 현장에 데려간 이유는 뭐죠?”
“어쩌면 신애의 브레이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요.”
“제가 신애에게 오게 된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군요.”
구상규는 혼란스러웠지만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전 오히려 기뻤죠. 신애씨에게는 다른 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구상규씨가 신애씨의 다른 눈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했고요.”
진선아는 잠시 말을 끊고 곁눈으로 구상규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