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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8575470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25-04-15
책 소개
목차
제1장 시작되는 지옥
제2장 일어나는 비극
제3장 사라진 살인자
제4장 여로의 끝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날 돌려보내줘. 아내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수병은 눈곱만큼의 동정심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렇게 가고 싶거든 헤엄쳐서 돌아가.”
저 멀리 사우샘프턴의 거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해안에서 꽤 멀어져서 건물이 콩알처럼 작아 보였다. 덧붙여 네빌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수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네빌에게 여기서 해안까지 헤엄쳐 가라는 건 날아서 달에 가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집에 있는 마리아를 떠올리자 눈물이 넘쳐흘렀다.
“그럼 언제 돌려보내주는 건데? 당신들이 시키는 대로 하고 나면 돌려보내주는 건가?”
“그야 나도 모르지. 그런 건 전부 윗사람들이 결정하니까. 그래도 오늘 안에 작별 인사를 나누지는 않겠지. 어쩌면 폭삭 늙어서 일을 제대로 못 할 때까지 배에 있어야 할지도 모르고.”
네빌은 바다에 풍덩 빠진 것처럼 심한 충격을 받았다.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늙은이가 되기까지 돌아갈 수 없다는 거야?”
“그럴지도 모른다는 거야. 뭐, 팔이나 다리가 없어지면 하선시키겠지만.”
네빌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숙였다. 답답하고 괴로운 심정이 가슴속에서 발버둥 쳤다.
“그럼 바로 시작하지. 거기 멍청하게 생긴 놈과 기운 없이 생긴 놈, 너희부터 올라가.”
멍청하게 생긴 놈은 네빌이었고, 기운 없이 생긴 놈은 승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뱃멀미로 웩웩 토했던 포잭이었다.
네빌은 팔다리가 떨렸다. 저렇게 높은 곳에 어떻게 올라가느냐는 걱정이 구역질과 함께 몰려왔다. 하지만 포잭은 더 심했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포잭은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애원했다.
“모, 모, 못 합니다. 제, 제발 봐주십시오.”
후드는 포잭에게 다가가 멱살을 꽉 잡았다.
“대가리가 썩은 네놈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해주지. 난 네놈의 상관이다. 군에서 상관의 명령은 절대적이야. 하라면 해. 거부하면 명령 불복종으로 채찍질을 하겠다. 알아들었나?”
포잭은 야단맞은 어린아이처럼 얼굴을 찡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알겠으니 채찍질은 하지 마십시오. 아픈 건 싫습니다.”
“그럼 냉큼 올라가.” 후드는 살벌한 목소리로 말하고 난폭하게 멱살을 놓았다. 그리고 바로 네빌을 노려보며 말했다. “거기 멍청하게 생긴 놈도 멀뚱하게 서 있지 말고 빨리 준비해.”
“자, 수병의 무기는 다양하지만 일단은 기본부터. ……마이어 선임 위병장.”
이름을 불렀을 뿐이지만, 선임 위병장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나무 상자에서 권총과 커틀러스를 꺼내 들고 코글란 대위 옆에 섰다.
“권총과 커틀러스, 백병전에 임할 때는 이 두 가지가 수병의 기본 장비다. 일단 권총부터. 권총을 다뤄본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 권총의 작동 원리부터 설명하도록 하지.”
권총의 작동 원리는 네빌이 상상했던 것보다 단순했다. 권총을 사용하려면 일단 콕을 뒤로 젖혀야 한다. 방아쇠를 당기면 콕이 빠르게 내려오고 부싯돌이 화약 접시를 때려서 덮개를 여는 동시에 불꽃을 일으킨다. 권총 자체의 움직임은 이것이 전부다. 무기로 사용하려면 빈총의 화약 접시와 약실에 화약을 넣고 탄환을 장전해야 한다. 불꽃이 화약 접시의 점화약에 불을 붙이고, 그 불길이 약실로 전달돼 탄약이 폭발하면, 그 폭발력이 사람을 죽일 수 있을 만큼 강하게 탄환을 총구로 밀어낸다.
설명이 끝나자 신병들에게 권총이 지급됐다. 그리고 실제로 콕을 젖히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마이어 선임 위병장이 돌아다니면서 신병들이 콕을 제대로 젖혔는지 상태를 확인했다.